국정감사에 출석해 방송계 비정규직의 부당한 현실을 증언했던 전직 아나운서가 변호사 변신해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대전지역 민영방송인 TJB대전방송에서 일하던 김도희 전 아나운서는 2012년부터 6년을 일하다 퇴사했다. 방송사 측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지만 ‘전속 아나운서 출연계약서’를 쓴 프리랜서란 이유로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1월 TJB를 퇴사한 이후 노동청 등에 문제제기를 했고, 2018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이상돈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과 방송계 노동현실을 지적했다. 

무늬만 프리랜서이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방송계 비정규직의 노동자성 문제를 다퉈 온 김 전 아나운서는 최근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노동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법무법인 ‘마중’에서 수습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지난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요즘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이 바뀌려면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절망적일 때 도움을 준 언론계 분들이 있었고 또 내 이야기를 에너지 삼아서 더 갈 수 있었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와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처음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한 이유는?

“TJB에서 일하던 동기가 퇴사하면서 퇴직금을 못 받았지만 노동청에서 (퇴직금 지급에 대해) 인정 받아서 해결된 줄 알았다. 그런데 소송까지 갔다는 걸 나중에 알게 돼 당황했다. 회사 내부사람들에게는 혹시 피해가 갈까봐 연락을 못하고 이미 퇴사한 사람들에게만 진술서를 받아 소송을 했던데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미래구나’ 싶었는데 관련 지식이 없어 처음엔 노동법 책을 보면서 준비했다. 공부를 하다보니 제대로 알아야 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간에 회사분들과도 싸우게 됐다. 결국 더 이상 회사를 다닐수 없다고 생각해 아예 로스쿨에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 2018년 10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김도희 전 TJB 아나운서가 열악한 방송계 노동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 2018년 10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김도희 전 TJB 아나운서가 열악한 방송계 노동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선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소송에서 노동자성 여부와 퇴직금 등을 다퉜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항소심까지 다 이겼다. 법리적으로 더 다투고 싶은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대법원 상고는 하지 않았다. 변호사시험은 매년 1월에 있고 4월에 결과가 나오는데 지난해 변시에 떨어지고 나서는 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소심 판결은 지난해 7월에 있었다. 이후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지연이지가 붙고 있는 중이다.) 항소심 준비를 하면서 변시도 준비해야 했고, 점수도 아깝게 떨어져서 올해는 시험에만 집중했다. 합격자 발표 이후에야 가압류 등 항소심 집행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향후 계획은?

“대부분 로스쿨 학생들이 해보겠다는 분야가 명확하기보단 인연이 닿아서 입사한 회사에서 다루는 분야에서 경험을 쌓는다. 나는 반드시 노동만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법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을 대리하고 싶다. 지금 일하게 된 법무법인은 산업재해와 노동 쪽 특화된 곳인데 일단 수습 때는 가리지 않고 일을 배워야겠다.”

-로스쿨에 다니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방송계 비정규직 현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는데, 한마디 남긴다면?

“김유경 노무사(노동법률사무소 돌꽃) SNS를 통해 요즘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걸 보고 있다. 절망적일 때가 많았는데 내 이야기를 에너지 삼아서 더 갈 수 있었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변호사 합격했다고 김영미 PD(분쟁지역 전문)에게 전화왔는데 울먹이길래 둘이 같이 울면서 얘기 나눴고,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 등도 연락이 왔다. 난 공부하느라 힘을 주지 못해서 속상했는데 (이씨는) ‘계속 공부를 이어가서 고맙다’고 하셔서 마음이 뭉클했다. 이재학 PD도 판결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법원은 이 PD가 청주방송에서 일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끝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난 이 PD보다 나은 재판부를 만났는데도 힘들었는데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을까.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이 바뀌려면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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