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역일간지 간부급 기자가 전주시장 선거브로커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중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선거 지원을 대가로 인사권 및 인허가권 거래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 전 후보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거 브로커 정황을 설명하며 “(해당 기자는)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 후보가 처음 전주시장 선거 출마를 마음먹은 지난해 5월,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평소에도 친분이 있던 A·B씨가 이 전 후보의 선거를 돕겠다며 접근했다. A씨는 부동산관리업체 간부이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당직자를 맡고 있으며 지역일간지 고위직을 지냈고, B씨는 같은 업체 대표이자 지역 시민단체 대표를 맡았다. 이 전 후보는 “처음에 그들이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나 좀 봐줘라. 선거가 자리도 약속하고 용돈도 줘야 움직이는 거다’ 라는 말을 여러번 했지만, 농담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 2022년 4월 6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4월 6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압박의 강도는 계속해서 세졌다. 이 전 후보에 따르면, 이들은 “조직 없으면 선거 못 이긴다. 한 달에 50만원씩 주는 사람 200명을 만들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그 돈을 후보가 만들어와야 한다. 후보가 돈을 못 만들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와야 하는데 기업으로부터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조직 동원과 기업 연결의 댓가로 당선시 국·과장 인사권 일부와 기업의 이권을 보장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도 요구했다. 

이 전 후보가 그들의 요청에 응하지 않자 지난해 9월 A씨는 이 전 후보를 떠났다. 그러자 B씨가 “전주시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그 몇 자리를 왜 못 주냐. A를 잡아야 한다. A가 선거의 귀재다”라며 설득했고, 이를 거부하자 10월 초 B씨도 떠났다.

▲ 2022년 4월 6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4월 6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이중선 예비 후보가 폭로한 선거 개입 의혹 대상에는 현직 지역일간지 간부급 기자도 포함됐다. 지역 신문사 정치담당 C기자는 이 전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A·B씨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것을 설득했다. A씨는 C 기자가 속한 신문사의 고위직 출신이다. 이에 이상함을 느껴왔던 이 전 후보는 10월 중순 한 제보자로부터 C기자와의 대화가 담겨있는 녹음파일을 받았고, 의문은 풀렸다. 

“녹음파일을 살펴보면, A씨와 C기자가 전북 장수에서 의료폐기물 사업을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녹취록 입수 이후 (내가) A씨와 C씨를 따로따로 불러서 물었을 때 다 인정했다. 또한 전주시장 선거 이야기와 내 이름도 나온다.” 이 전 후보의 말이다. 

이 전 후보의 녹취록 원본을 보도한 전주MBC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녹음파일 속 C 기자는 ‘A씨가 전주시장 선거에 쓸 돈을 건설업체로부터 끌어왔는데 이를 이 전 후보가 받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C 기자는 “이 형님(A씨)이 받아놨는데 병X처럼 붕 떠버린 거야. 다시 돌려주면 병X되는 거 아니냐 이거야. ◯◯건설에서 지금 3억 배팅했지 △△건설에서 2억 배팅했지. □□에서 2억(까지). (총) 7억을 갖고 왔어. 이 형이”라고 말하며 건설업체 실명과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했다.

▲ 2022년 4월 6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4월 6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이 전 후보는 “C기자와 만나서 기자인 당신이 어떻게 브로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말하냐고 물었다. C기자는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브로커 역할을 지금까지 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조작까지 제안 “10%p 충분히 조작 가능해”

이중선 전 후보는 지난해 5월 A씨로부터 ‘여론조사 조작’ 제안도 받았다. 사전에 포섭된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전화요금 청구지를 특정 지역으로 대거 바꿔치기 해, 여론조사 선호도를 몰아주겠다는 제안이다.

경선 여론조사에서 전화를 돌릴 땐 무작위로 추출된 휴대 전화번호가 암호화 된 ‘가상번호’인 안심번호를 사용한다. 하지만 애초에 여론조사 표본으로 추출할 때 참고하는 응답자의 거주지는 요금청구 주소지라는 게 맹점이다. 통신사 홈페이지나 전화를 이용해 전화요금 청구지를 바로 바꿀 수가 있어서 여론 동원이 가능하고, 조작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5월에 휴대전화 주소지 이전을 해야한다는 제안을 받았다. 전국 어디에 살든 자신의 휴대전화 회사에 전화해서 전주에 있는 주소 하나 불러주고 청구지 주소를 바꾸면, 서울에 살든 제주로 살든 전주로 인식이 된다. 2만명 단위의 작은 군들이 대부분인데, 여기에서는 2000명만 옮겨도 10%p는 충분히 여론 조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전 후보의 말이다. 

▲ 2022년 4월 7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4월 7일 전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전북민중행동은 7일 논평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은 이번 의혹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신속하고 엄중한 수사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에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단순히 지역 언론인 개인의 일탈행위로 보지 않는다”며 “해당 기자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번 사건을) 지역언론계의 철저한 자성과 사이비 언론행위 근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중선 전 후보는 지난 7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의혹 제기가 “뒤쳐진 지지율을 뒤집기 위한 시도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6월 지방선거 사퇴를 선언했다. 더불어 현재도 선거 브로커들이 몇몇 전주시장 예비후보 캠프에 몸 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과의 관계 단절을 촉구했다. 

한편, A·B씨와 C 기자는 전주M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후보의 고발과 녹음파일 내용에 대해 부인했다. A씨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건설업체에서) 돈을 갖고 오겠나”라고, B씨도 “(이 전 후보에게 인사권·사업권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했다. C 기자는 “술먹고 무슨 얘길 못하나. 솔직히 저는 기억도 안 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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