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자 언론사 유럽 주재 특파원들이 취재 보장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유럽 현지에 체류 중인 KBS,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소속의 유럽 주재 언론 특파원 6명은 ‘유럽주재 한국 특파원단’ 명의로 15일 성명을 내고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국 언론사들은 제대로 취재해 보도할 수 있는 길이 막힌 것”이라며 “외교부는 여행금지 국가의 취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한국 언론의 현지 취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언론의 경우 일반인과 달리 ‘예외적 여권 사용’ 조항에 따라 방문 제한을 일부 완화했으나 현장에선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여권법에 따르면 외교부 장관 허가를 받아 언론인 등이 여행금지 국가를 방문해 체류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 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든 우크라이나 국기 뒤로 푸틴의 전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이 있다. ⓒ연합뉴스
▲ 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든 우크라이나 국기 뒤로 푸틴의 전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이 있다. ⓒ연합뉴스

‘유럽주재 한국 특파원단’은 “우리는 외교부가 제시한 허가 조건을 보며 정부의 ‘국민 알 권리 보호’에 대한 수준 이하의 인식과 언론 자유에 대한 몰이해에 대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외교부는 예외적 입국을 허용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전선과 가장 먼 서남부 체르니우치주 지역 (키이우 기준 약 5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루마니아 국경 도시)에서만 한국 언론의 취재가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 CNN, 뉴욕타임스 등은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를 베이스캠프로 두고, 수도 키이우는 물론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남부 도시들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주재 한국 특파원단’은 체류 인원과 기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교부는 이마저도 부족해 ‘한번에 4명 이내’의 언론인이 ‘2박 3일’씩만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과연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는 이번 전쟁에 대한 실상을 2박 3일로 취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외교부는 결국 공익적 목적의 취재와 보도를 허용하는 척 하면서 언론의 기능을 ‘수학여행’과 같은 행위 정도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했다.

‘유럽주재 한국 특파원단’은 “여행이 금지된 이 나라의 상황을 우리 국민을 대신해 알릴 책무가 언론인들에게 있는 것”이라며 “해외 뉴스를 한국에 전달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는 특파원들은 다른 나라 특파원들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와 비교해 창피할 수준의 보도 기능을 허가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처사에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KBS 김귀수 베를린 특파원·김대원(촬영기자)·유원중 파리 특파원·조영중 파리 PD 특파원, 김윤종 동아일보 파리 특파원, 정철환 조선일보 파리 특파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