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사내 게시판 글을 외부에 전하는 행위에 대한 징계 사유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취업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신문은 최근 곽태헌 사장과 경영기획실장, 편집국장 등이 참여하는 국·실장 회의를 통해 ‘개인 SNS를 통해 회사 게시판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를 징계할 사유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사규를 개정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지난 11일 부장단 회의에서 편집국 각 부서에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사측은 국·실장 회의에서 ‘최근 회사 내부 논의 사안이나 인사 정보를 외부에 내보내는 사례가 심각하다. 기자총회 녹취파일 유출은 해사행위’라고 언급하면서 이같이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지에 따르면 현재 경영기획실이 사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신문 사내 게시판 운영내규는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경영상 비밀 등 회사와 관련된 게시판 정보를 사외로 유출하는 행위(2조3)”를 해선 안 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조항의 징계 사유를 넓히거나 추가하는 방향으로 내규를 손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이 사규 개정에 나선 건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인수한 뒤 ‘호반 대해부 보도 삭제’ 등 편집권 침해와 대주주 호반의 비리 의혹에 대한 공론화가 활발해진 이후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기사 삭제에 기수별 규탄 성명을 내고 사측에 삭제 경위와 책임을 묻는 총회를 열었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KBS가 지난 5일 해당 사안을 방송한 직후엔 각 부서에 “KBS 방송에 편집국장의 기자총회 음성 파일이 통째 넘겨졌다”며 ”KBS를 통해 여러 가지를 파악하고 있다. 상식을 벗어나지는 않아야 한다. 이 점 편집국장으로서 분명히 전한다”고 서면 공지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사옥.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신문 사옥. 사진=김예리 기자

이번 개정 작업을 두고 노동자 운신의 폭을 좁히는 개악이란 지적과 함께 언론사가 내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근로기준법 94조1항에 따르면 회사는 징계 사유를 포함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과반 이상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측에서 이 같은 작업을 추진하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노조 내부 집행위원회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은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공익에 해당하는 사안이 있다. 노사 간 싸움도 공적 사안이 될 수 있고 공익제보의 대상”이라며 “사내 게시판에서 논의된 내용을 외부에 전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도록 사규를 개정한다면 이는 적절치 않은 조치”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제보를 바탕으로 일상적으로 취재·보도하는 언론사가 이 같은 일을 벌인다면 비난 가능성은 더 높다”며 “특히나 기사 삭제 사태에 따른 기자총회는 언론자유를 주제로 열린 회의로 공적인 사안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과거부터 건의가 있었던 사안으로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세밀하게 검토 중이고 정해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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