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회는 KBS전주총국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재심에서 A 작가와 보도국장, 기자가 등이 원활하게 지시를 주고받으며 일한 증거를 토대로 양측을 심문했다. KBS전주 측은 A 작가가 방송제작은 물론 방송에 필수적 행정업무를 한 데에 ‘A 작가가 시키지 않은 일을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주장했지만, A 작가는 “200쪽이 넘는 수많은 증거를 뒤집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중노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1심판정에서 KBS전주총국이 전북지노위의 판정에 불복해 재심 신청한 심문회의를 진행한 뒤 A 작가의 손을 들어줬다. 재심 청구 당사자인 KBS전주총국 주장의 진위와 새로운 증거가 있는지를 살핀 결과다.

KBS전주 측에선 A 작가와 ‘생방송 심층토론’ 팀으로 일한 보도국 김종환 국장과 이종완 기자, 대리인 2명이 출석했다. 노측에선 A 작가와 대리인 김유경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가 출석했고,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전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와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등이 참관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사진=김예리 기자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사진=김예리 기자

“수많은 행정잡무, 원래 구성작가의 일인가”


A 작가는 7년간 보도국 라디오 ‘전북 지금은’과 뉴미디어팀, 보도국 ‘생방송 심층토론’ 프로그램에서 일하다 사측의 계약만료 통보로 지난해 7월 말 퇴사 처리됐다. A 작가는 부서에 따라 9~10시에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 6~7시에 퇴근했다. 마지막으로 맡았던 심층토론에선 주급 40만원을 받았다.

중노위 공익위원은 작가 업무가 매 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정해진 점을 지적했다. KBS 전주 기자와 A 작가가 각각 작성했던 후임작가 인수인계 내역을 들면서다. 이 공익위원은 또 인수인계와 카카오톡 대화상 A 작가가 원고 집필, 구성과 무관한 일반 행정업무나 잡무 처리를 다수 수행했다며 ‘이것이 원래 구성작가의 일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KBS전주 이종환 기자는 이에 ‘협의해 진행하자는 취지이지 시간대 별로 정해준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 기자와 사측 노무사는 A 작가가 행정업무와 잡무에 자발적으로 나섰다고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A 작가가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법인카드로 음료수나 문화상품권 등 물품 구입을 지시하는 내용의 대화가 다수 담겨 있다.

▲지난해 7월26일 KBS전주총국 이아무개 기자가 A작가에게 후임 작가 업무 인수인계 내용을 전달한 메시지
▲지난해 7월26일 KBS전주총국 이아무개 기자가 A작가에게 후임 작가 업무 인수인계 내용을 전달한 메시지

“작가 업무능력 부족해 지시” 들고나온 KBS


중노위는 KBS전주가 재심 이유서에서 밝혔던 ‘A 작가의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해 추가 지시가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살폈다. 이는 MBC가 지난달 31일 부당해고를 다투는 뉴스투데이 작가에 대한 지휘·감독 행위를 부정하며 제시한 논리와 유사한 주장이다.

공익위원이 KBS전주가 제출한 증거들에서 이 같은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사측 노무사는 이 기자의 ‘공부를 많이 하셔야 한다’거나 ‘내게 허락 받으라’는 등의 메시지를 증거로 들었다. 공익위원은 이에 외려 막힘없이 업무 지시를 주고받는 대화로 보인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한편 심문회의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의 방송작가 노동자성 근로감독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도 나왔다. 사측 노무사는 노동부가 지난해 지상파3사 근로감독 결과 계약기간이 끝난 방송작가에 대해서는 노동자성을 판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상 노동부가 지난해 말 노동자성을 인정한 152명의 방송작가 가운데 계약기간이 끝난 이들도 포함됐다. 외려 지상파3사가 노동자성을 인정 받은 작가들에 대해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을 하지 않은 데에 노동부가 추가 감독에 나서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A 작가는 이날 마무리 진술에서 “굉장히 열심히 살았다. 잘릴 때에도 ‘일은 잘 하는데 불화가 있다’며 나가라고 하셨다”며 “초심에서 서면 자료 증거만 해도 2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법리적인 눈은 없지만 수많은 증거를 뒤집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측은 “A씨는 메인구성작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며 “(보도국장과 기자가) 개인적으로 안타까워 A 작가를 한 두 번 도와주려 한 게 업무 지휘관계가 돼 여기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심문회의는 1시간 정도 진행된 뒤 오후 3시30분께 끝맺었다. 중노위는 1시간 45분여 뒤인 5시15분께 해당 사건에 ‘초심을 유지한다’고 결정해 양측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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