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5·18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공작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지만원씨가 조선일보에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자신의 책 광고를 냈다. 광주 지역 언론들이 이를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12일자 조선일보 30면 오피니언란 하단에는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의 책 4권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발언이 담긴 광고가 실렸다. 책 4권은 ‘수사기록으로 본 다큐멘터리 역사책 압축본 12·12와 5·18’ ‘5·18분석 최종보고서’ ‘5·18 답변서’ ‘5·18 상고이유서’ 등이다.

▲12일자 조선일보 39면 하단 광고.
▲12일자 조선일보 39면 하단 광고.

지만원씨는 자신의 책 홍보 광고 글에서 “고학생 신분으로 육사를 갔다. 국가가 참으로 고마웠다. 소위로 임관해 44개월 동안 베트남에 가서 공산주의와 싸웠다”며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누가 가르쳐준 역사인가. 교과서와 영화, TV 등 문화수단들 아니었나. 그 문화권력 누가 장악해 왔나. 해방 직후부터 공산당이 장악해왔다”고 했다.

지씨는 이어 “저들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격하한다”며 “오로지 정의로운 세력은 민주화세력뿐이라는 것이다. 5·18을 대의명분으로 해 영구집권을 꾀하고 있다. 5·18이 무너지면 저들의 설 자리마저 없어진다. 그래서 카르텔을 형성해 반대 의견을 가혹하게 탄압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씨는 “20년 동안 저는 5·18 역사책 12권을 썼다. 5·18은 북한이 저지른 전쟁 범죄라는 결론을 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42개를 발굴했다. 새로운 사실. 정말로 새로운 사실을 가지고 역사책을 썼다는 이유 하나로 광주법원이 2억4000만원을 물렸다. 2년 징역형도 내려졌다”고 주장한 뒤 “역사의 진실을 밝힌 행위가 이렇게 몰매를 맞아야 하는 건가. 옳든 그르든 말할 자유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째서 광주가 국가를 제치고 한 개인에 이런 형벌을 가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에 “조선일보는 한국의 대표 언론사 중 한 곳인데 사회적으로 지탄 받고, 재판을 통해 잘못이 밝혀지고 있는 지씨의 책 광고를 실어줬다.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씨 관련 재판 여러 개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지씨가 엄벌을 받아야 하는데, 집행유예나 법정구속이 안 되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어 이런 행위가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해당 광고 게재는 지역에서 논란이 됐다. 광주 지역 언론사인 전남일보와 무등일보, KBC광주방송, KBS광주, 뉴스1(광주), 아시아경제(호남취재본부) 등은 조선일보에 실린 지씨의 광고를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12일자 KBS광주 보도화면 갈무리.
▲12일자 KBS광주 보도화면 갈무리.

KBS광주는 단신으로 이 소식을 보도하며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훼손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지만원씨가 조선일보에 본인의 책 광고를 내면서 같은 주장을 반복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전남일보는 “지씨의 5·18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천주교 정평위에 대해 ‘신부를 가장한 공산주의자들’ 등의 발언으로 명예를 훼손한 혐의 △5·18 현장사진 속 사람들을 ‘광수’라 부르며 북한 특수군이라 주장한 혐의 △영화 ‘택시운전사’ 실제 주인공 고 김사복 씨에 대해 ‘간첩, 빨갱이’라고 발언한 혐의 △탈북자 A씨에 대한 명예훼손 내용을 보도한 혐의 등으로 지탄을 받은 사실을 전했다.

한편 2020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된 지만원씨에게 징역 2년에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지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지난 2월 1심과 동일한 형량을 내렸다.

앞서 2017년 8월 광주지방법원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허위 주장을 한 지씨가 5·18단체 4곳에 각 500만 원, 5·18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 등 당사자 5명에게는 각 1500만 원 등 모두 9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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