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택시를 잡으려 하니 택시가 안 보인다. 택시 호출앱으로 예약을 누르니 “주변지역 택시를 검색합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약 10초간 깜빡거리더니 19분 뒤에 도착할 택시가 배차됐다고 알린다. 19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오래인 것 같아서 그냥 버스를 타고 집에 가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 저 사람이 택시를 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번 10초, 2번 19분10초. 물론 정답은 19분10초다. 그러나 배차시간은 10초라며, 기다린 시간은 10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다. 그것도 무려 팩트체크 기사에서 그렇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김예지 의원이 장애인콜택시를 타려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될 때도 많다”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연합뉴스는 “[팩트체크] 장애인 콜택시 타려고 2시간 기다리는 경우 많다?”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은 32분이라며 김 의원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 장애인 콜택시. 사진=서울시
▲ 장애인 콜택시. 사진=서울시

그러나 기사에서 언급한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 32분은 장애인콜택시가 배차될 때까지 시간만을 뜻한다. 배차가 됐으니 고객이 있는 곳으로 출발한다고 안내를 받기까지만 32분이 걸린다는 의미다. 배차가 된 뒤에 얼마나 더 기다려야 장애인콜택시가 나에게 올까? 평균 19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배차 대기시간 + 탑승 대기시간은 평균 51분이다. 그런데 배차 대기시간 외에 32분을 더 기다려야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연합뉴스 기사를 잘 읽어보면 나온다.

기사는 2시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는 김 의원 주장을 배차 대기시간만 고려해서 반박한다. 지난해 2시간 이상 기다린 건수는 1만3070건(1.1%)밖에 안 된다고 팩트체크를 한다. 그리고 “수치적으로는 양호하다”라고 주장한다. 다만, 기사 말미에 “배차가 완료된 뒤 장애인이 택시에 실제 탑승하기까지는 평균 19분이 더 걸린다”라고 밝힌다. 결국, 기사의 모든 논리는 배차 대기시간만으로 김 의원 주장을 반박하다가 배차 대기시간 외에 탑승 대기시간 19분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얘기를 뒤에서 살짝한다. 배차 대기시간과 탑승 대기시간을 구태여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평균 대기시간이 51분이면 특정 시간대라면 두 배 정도 대기시간이 더 걸리는 일은 비교적 자주 있을 수 있겠다.

기사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면피성으로 탑승 대기시간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해당 기사에서 밝혀 놓았더라도 무심코 읽으면, 배차 대기시간만 실제 대기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제목과 리드에서 제시한 논리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그렇게 된다. 언론보도를 주체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연합뉴스의 팩트체크 기사를 다시 팩트체크한 기사는 몇몇 있다. 경향신문과 미디어오늘 등도 반박했다. 배차 대기시간에는 장애인이 취소한 부분이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대기가 지나치게 많아서 포기하고 취소한 부분이 반영이 안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미디어오늘도 배차 대기시간에는 탑승 대기시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적하지 못했다. 미디어오늘은 일반택시 대기시간 평균이 8분이라며 32분도 여전히 길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택시 대기시간 8분과 비교해야 할 시간은 32분이 아니라 51분이다. 팩트체크(연합뉴스)의 팩트체크(미디어오늘)의 팩트체크라고 해야 할까?

[관련기사 :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 32분? 연합뉴스 팩트체크가 지워버린 ‘현실’]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변화를 좀 살펴보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사업 예산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삭감됐다. 14년도 435억 원였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사업은 17년도에는 362억 원까지 매년 줄었다. 18년부터는 제법 급격히 늘었다.(18년 376억 원, 19년 533억 원, 20년 648억 원, 21년 727억 원) 특히, 올해는 국토교통부가 두 배(1531억 원)정도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기재부에서 깎여서 50% 증액된 1091억 원이 됐다.

그런데 저상 시내버스 도입에만 예산의 90% 정도가 쓰인다. 고속버스, 시외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올해 8대에 불과하다. 그것도 올해 예산은 절반으로 줄어든 5억 원에 불과하다. 시외버스 터미널 등에 장애인 접근이 가능한 BF(Barrier Free)인증사업은 4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포기해야 한다.

▲ 2014~2022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사업 예산 변화. 자료=이상민 제공
▲ 2014~2022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사업 예산 변화. 자료=이상민 제공

이렇게 일반교통수단이 어려우니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 도입으로 해결을 하고자 한다. 특별교통수단 도입 보조금은 매년 50억 원 내외가 편성되다가 올해는 크게 확대된 94억 원이다. 예산 내부 자료를 보면 ‘장애인 시위로 인해’ 예산 증액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전장연 등 시위의 효과가 예산서를 통해 증명된다.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도입은 정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접근 가능한 일반 교통수단을 확대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특별교통수단도입은 주된 수단이 아니라 보조적 수단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장애인콜택시 탑승시간 논쟁 자체도 일반교통수단의 탑승 확대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프레임 싸움이라는 얘기다. 장애인콜택시의 ‘배차 대기 시간’이 단축됐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교통수단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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