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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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는 이제 ‘가짜뉴스’만큼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명사다. 하지만 팩트체크 플랫폼을 아는 사람은 생각만큼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하고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 2일 차인 지난 5일 팩트체크 컨퍼런스에선 국내 팩트체크 플랫폼 ‘SNU팩트체크’와 ‘팩트체크넷’이 소개됐다.

SNU팩트체크(http://factcheck.snu.ac.kr)는 국내 최초의 팩트체크 플랫폼으로, 올해 5주년을 맞이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가 각 언론사가 팩트체크한 내용을 게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팩트체크 대상의 선정부터 검증결과까지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2017년 3월29일부터 3월13일 현재까지 3720건을 검증했고, 그 결과 ‘사실 아님’은 62%(전혀 사실 아님 33%, 대체로 사실 아님 29%)였다. 플랫폼 제휴 언론사는 출범 당시 15개사에서 3월 현재 31개사로 늘어났다. 2020년 1월20일 이후 지난 2월까지는 520건의 코로나19·코로나 백신 관련 검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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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사로 나선 정은령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우리 플랫폼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교차검증에 나선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두 개 이상 언론사가 검증하며 때로는 다른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고 소개하면서 “이 같은 검증을 출발점으로 시민들 사이에 합리적 사실에 기초한 공적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차검증은 전체 검증의 13%(475건)였고 결과가 완전히 일치한 비율은 57%였다. 

정은령 센터장은 “우리는 검증과정에서의 투명성과 맥락성을 강조한다”고 전한 뒤 “서로 지향이 다른 언론사들이 팩트체크 원칙에 대해 합의하고 있는 것도 (플랫폼의) 성과”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팩트체크는 질 높은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휴언론사의 팩트체크가 줄어들면 플랫폼에도 위기가 온다. 그는 “언론사의 자발적 게시에 의존하고 있어서 정보의 안정적 수급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팩트체크 언론사에 금전적 대가를 지불 할 수도 없다. 독립성 원칙 때문이다. 때문에 SNU팩트체크는 매년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이나 팩트체크대상 시상 등을 통해 수준 높은 팩트체크를 독려하고 있다. 네이버가 재정 지원을 하지만 사업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팩트체크는 언론만 할 수 있는 영역일까. 시민은 참여할 수 없을까.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팩트체크넷(https://factchecker.or.kr)이다. 현 정부 들어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함께 2020년 11월 팩트체크넷을 출범시켰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방송기자연합회에서 실시한 팩트체크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하거나 팩트체크 시민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팩트체킹 역량을 인정받은 시민들과 10여 곳의 언론사, 시민단체 팩트체커들이 자발적 참여와 무보수로 검증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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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넷의 팩트체크는 ‘검증주제 선정→검증 주제 제시→검증 자료 수집→검증 결과 작성’ 단계로 이뤄지는데, 각각 ‘협업의 씨앗→협업의 시작→협업 검증→협업 완성’으로 불린다. 이날 연사로 나선 김세옥 팩트체크넷 이사는 “팩트체크하는 모든 단계마다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크라우드 소싱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으로 플랫폼을 소개했다. 

김세옥 이사는 “시민들은 검증을 제안할 수 있고, 일정 교육을 받은 시민 팩트체커들은 검증에 나설 수 있다”고 전하며 “팩트체크넷은 미디어교육을 바탕으로 한 시민들의 팩트체크 편집국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작년에 한국 신문들이 찍자마자 해외로 팔려나가 포장지로 쓰이고 있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매장에서 (신문이) 쓰이고 있는 것을 확인해야 했는데 기자와 시민 팩트체커들이 협업하며 사실을 찾아 나섰던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우리는 시민 협업 팩트체크 과정을 통해 모든 시민이 정보를 이용하는 주체로서 함께 사실을 확인하고 검증에 참여함으로써 공론의 발화점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보를 그냥 접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상호 불신이 있는 언론과 언론수용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넷의 과제는 독립성 유지를 위한 재원 확보와 플랫폼의 ‘적극적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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