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5시 연합뉴스는 “김건희 여사, 尹당선인 취임 전 공개활동 개시 검토”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당선자 배우자 김건희씨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김씨가 찍힌 사진을 내보냈다. 이어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100여건(4일 오후 14시 기준) 쏟아졌다. 하루종일 포털에 김씨 사진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선거 기간 각종 의혹에 둘러싸이면서 모습을 감췄던 김씨가 과연 언제쯤 ‘영부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할지 관심이 집중된 시점에서 때마침 연합뉴스 보도가 나온 것이다.

대중의 시선은 온통 사진에 쏠렸다. 연합은 “김 여사는 최근 서초구 서초동 자택 근처에서 편안한 차림의 수수한 모습으로 이웃 주민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며 “그동안 공개 석상에 설 때 입었던 검은색 정장이 아닌, 격식 없는 후드티와 청치마 차림으로 자신을 경호하는 경찰특공대의 폭발물 탐지견을 끌어안은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안경도 착용했다. 보통 사람들이 무서워 피하는 대형견이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김 여사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너무 귀여워서 데리고 자고 싶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모습은 공개 활동 본격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사진을 게재했다.

▲ 4월4일 연합뉴스에 올라온 ‘김건희 여사, 공개활동 개시 검토’ 기사.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 4월4일 연합뉴스에 올라온 ‘김건희 여사, 공개활동 개시 검토’ 기사.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마치 사진 속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다만 연합은 해당 사진이 찍힌 게 ‘최근’이라고만 밝혔고, 사진의 출처는 ‘독자 제공’이라고만 명시했다. 직접 취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증언과 제보에 따라 보도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엄밀히 따지면 뉴스 완결성에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가 개입된 것이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진 촬영의 정확한 날짜와 더불어 사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공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보도 내용에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을 붙여 대비하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김건희씨 사진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독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김씨 사진 출처를 의심했다. 인수위 출입기자에 따르면 4일 새벽 연합뉴스 보도가 나오고 다수 기자들은 인수위 공보팀에 사진 출처 확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공보팀에서 사진을 연합뉴스만 제공한 게 아니냐고 항의하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이에 공보팀은 처음 사진 출처를 부인했지만 기자들이 ‘독자 제공’으로 처리하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사진을 제공했다고 한다. 기자들도 해당 사진이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찍힌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한 것이다. 실제 연합뉴스 최초 보도 이후 다른 매체도 '독자 제공'이라며 같은 사진을 게재했다. 인수위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투명성은 뉴스 제작의 핵심이다. 취재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작업은 뉴스 신뢰도와 연결된다. 반대로 불분명한 출처의 뉴스는 불신을 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4월4일 오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 최고위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을 하였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4월4일 오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 최고위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을 하였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장애인 단체 시위 발언과 관련한 일련의 보도는 저널리즘의 역할 망각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치인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공방 처리해 해당 발언의 프레임을 되려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정치권에서 나온 문제적 발언을 그대로 옮긴 언론 보도는 그 자체로 뉴스의 속성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갈등을 분석하는 언론의 역할을 따졌을 때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여론 추이를 파악한다면서 “장애인 지하철 시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퇴근 시간 ‘장애인 지하철 시위’ 여러분의 생각은?”이라며 이분적인 답을 강요하는 행태는 무지하다. 무룻 언론이라면 시위 배경의 충분한 맥락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프레스룸 냉장고부터 채워라’ 언론에 날세웠던 윤이 변했다”라는 제목의 일간지 보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대선 기간 언론과 각을 세웠던 윤석열 당선자가 언론과 소통을 부쩍 강조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인데 긍정 평가에만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부=소통 정부’라는 섣부른 결론에 도달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권력자가 의지만 있으면 시스템 변화는 뒤따라온다는 식의 보도는 위인전식 보도의 위험한 결말을 낳을 수 있다. 

권력 교체기에 독자의 오해 아닌 오해를 받지 않도록 면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혹여 권력자를 향한 구애로 보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상한’ 보도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언론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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