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단체들이 tvN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스태프들의 사망·부상에 대해 방송·제작사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지난 31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tvN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제작 미디어캔) 촬영팀 차량과 덤프트럭의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30대 연출부 PD 1명이 사망하고, 10명은 부상을 당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를 비롯해 8개 단체로 구성된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1일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드라마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불운한 사고로 사망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또한 치료 중인 스태프들이 빠르게 쾌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한 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와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앞장서서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tvN 홈페이지 갈무리
▲tvN 홈페이지 갈무리

사고에 대한 대처에 관해서는 “제작사는 턴키계약(일괄수주 계약)을 핑계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법률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면 노동조합에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법·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현실을 하루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방송스태프들은 제작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법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하곤 한다. 법원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더라도 방송사와 제작사간 책임 떠넘기기가 이어지고, 노동청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않는 문제가 오랜 기간 지적돼왔다.

공동행동은 “재계의 반대로 인해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런 중대재해를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방송스태프 노동자에게는 적용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K-드라마가 한류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 스태프들은 그 화려한 조명의 그늘 아래 있다. 이들은 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하고 ‘열정’을 강요받으며 일하기에,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산업재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드라마는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송 스태프 노동자들은 무리하고 위험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단계 용역계약, 턴키계약을 근절하고 제작사와 정당한 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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