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들이 보였다. ICT 홀대론 기사를 언론들이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러자 과기부 소속 국장을 인수위에 합류시켰다. 이는 저절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인수위를 열자마자 SKT 계열사를 가진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대기업 수장들을 불러 식사했고 대통령이 민원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기업은 불공정한 특혜를 받고 있다. 진짜 홀대를 받는 사람은 방송·통신 미디어 노동자들이다. 미디어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방송·통신·콜센터 등 노동자들로 구성된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공동위원장 서광순, 송영숙, 이만재)이 3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에 차려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방송·통신·콜센터 산업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 희망연대노조, 새 정부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공동위원장 서광순, 송영숙, 이만재)이 3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에 차려진 연수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방송·통신·콜센터 산업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 희망연대노조, 새 정부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공동위원장 서광순, 송영숙, 이만재)이 3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에 차려진 연수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방송·통신·콜센터 산업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 희망연대노조, 새 정부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희망연대노조는 윤석열 정부에 △케이블방송 지역 채널 공익성 강화 △통신사 사회적 책임 확대 △콜센터 상담서비스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송·통신·콜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전환 △방송·통신·콜센터 산업 현장 안전 강화 △방송스태프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사회를 맡은 정지승 희망연대노조 정책교육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기, 방송·통신 산업에서는 통신3사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글로벌 플랫폼자본의 시장 지배력 확대 등 거대 미디어 자본의 영향력 확대로 방송·통신 공공성이 지속적으로 약화됐으며 방송·통신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안전과 고용불안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며 “콜센터산업에서도 코로나19 집단감염, 공공부문 콜센터 직접고용전환 지체 등 노동안전과 고용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만재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지난 2월 노조에서 주요 대선후보에게 정책질의를 했지만 오직 윤석열, 안철수 후보만 답변조차 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서는 방송·통신·콜센터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안전과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문제의식을 찾기 어렵다. 방송·통신 정책의 핵심기조를 ‘규제 완화’로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재 공동위원장은 “인수위에서는 미디어 IT업계 단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IPTV방송협회, 케이블TV방송협회, 드라마제작사협회 등 방송·통신업계 사용자들이다. 벌써부터 이들 사용자단체들이 요구하는 재허가 제도 완화, 인수·합병 허가제도 완화가 기사로 나오고 있다”며 “방송·통신·콜센터 산업 정책 방향은 ‘규제 완화’가 아닌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료방송 설치 노동자의 전봇대 작업 시범 모습(헬멧 고프로 카메라로 촬영)
▲ 유료방송 설치 노동자의 전봇대 작업 시범 모습(헬멧 고프로 카메라로 촬영)

윤석열 인수위의 기조에 대해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현재 미디어 정부 조직 개편을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다. K콘텐츠가 한류의 미래라고 하면서 현장에서 반복되는 살인적 노동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타격받는 노동자의 의사를 누구도 묻지 않고 있다”며 “자본의 탐욕스러운 요구가 아닌 여기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도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장은 케이블방송·통신업종 노동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전 하청업체 소속 고 김다운 씨 사망사고 이후 한전은 지난 1월 승주 작업(전봇대에 올라가 하는 작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는 한전주를 사용하는 케이블 통신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문제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케이블 통신 노동자가 승주 작업 중 추락으로 재해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없었고 모두 임시미봉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 유료방송 설치 노동자가 고프로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 설치 작업 시범을 보이고 있다. 15층 높이 아파트에서 설치 대상 집까지 인터넷 선을 늘어뜨린 다음 실내로 들어가 연결 작업을 한다. 고공에서 하는 작업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구식 아파트 가운데 경사 진 지붕 형식의 아파트에서는 난간 없는 지붕 위에서 작업해야 한다. 영상편집=금준경 기자
▲ 유료방송 설치 노동자가 고프로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 설치 작업 시범을 보이고 있다. 15층 높이 아파트에서 설치 대상 집까지 인터넷 선을 늘어뜨린 다음 실내로 들어가 연결 작업을 한다. 고공에서 하는 작업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구식 아파트 가운데 경사 진 지붕 형식의 아파트에서는 난간 없는 지붕 위에서 작업해야 한다. 영상편집=금준경 기자

김도윤 지부장은 이어 “설치 및 AS를 위해 가구 방문을 하는 것도 위험 업무인 경우가 있다. 고객의 폭언 폭행 협박 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에 관한 법제도는 미비한 현실”이라고 짚은 뒤 “노동 안전을 위한 기업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정부는 위험작업 2인1조 의무화, 승주 금지, 가구방문 작업 시 안전 대책 마련, 노조가 참여하는 재해대응 체계 등을 포함해 ‘유료방송 위험작업 종사자 안전보호 표준 매뉴얼’을 마련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박명근 SK브로드밴드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장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당시 ‘3년간의 기존 종합유선방송사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유지’하라는 조건을 부과했다”며 “지난 3년간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임금과 고용 그리고 노동 안전 등 어느 측면에서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진짜 사장인 원청의 수수방관과 책임회피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명근 지부장은 이어 “정부는 인수합병된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의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유료방송 재허가 심사에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조건을 부과해 실질적인 고용보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심명숙 다산콜센터 지부장은 콜센터업종 노동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2020년 구로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다. 당시 노조를 현장 점검에서 배제했고, 발열 기침하는 노동자들도 강제 출근시켰다. 병가가 보장이 안 됐다. 또 예방접종을 개인의 연차 휴가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상담은 더 늘어나는데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감염병 대책은 더는 안 된다. 노동부가 근로 감독해 현장을 확인하고 실질적인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드라마 제작현장이 여전히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2019년 지상파 3사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등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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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표준보수체계 마련, 안전사고대책 마련, 임금체불대책 마련 등 드라마제작현장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부 관계 부처 포함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며 “노동기본권 보장이 정착되도록 드라마제작현장 전수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외주제작사가 만든 콘텐츠가 방송사의 사정으로 결방 혹은 편성 취소 시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는 지금의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업무를 안내하는 고객센터 노동자들로 구성된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의 채정수 부지부장은 “서울시 소상공인들에게 사업자 대출 보증과 자금, 경영컨설팅 지원 및 신청방법, 소상공인 정책에 대해 안내하고 있지만 재단 소속이 아니다. 민간위탁업체인 ‘한국코퍼레이션’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비정규직 신분이라) 간단한 조회조차 할 수 없어 소상공인들의 대기시간은 늘어나고 담당자에게 결국 이관해 2차 민원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서울신용보증재단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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