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지 1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정부발표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두고 몇몇 지식인들은 한국의 군사비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국방개혁 수준, 믿음의 강요 등을 꼽았다. 천안함의 진실은 반드시 끝까지 가서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창작과비평은 2022년 봄호에 ‘국방개혁과 한국사회 대전환’ 좌담회에서 천안함 사건 논의과정을 분석한 목소리를 실었다. 1월27일에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진실의길 대표),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여한 좌담회 내용이다.

편집주간 이남주 교수는 “군에서 일어나는 상식밖의 놀라운 상황들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바로 천안함 사건”이라며 “여러 의문들이 제기됐음에도 합리적인 논의 자체를 막는 기제가 작동해 아직 논란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시민사회에서는 천안함 폭침설에 대한 의문을 계속제기해왔지만 무엇이 천안함 침몰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확증적 결론이 제시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논의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사건 직후 자신이 언론에 썼던 글을 회고하면서 “정부조사 결과가 나오면 진실 논란이 분명 있을 것인데, 이런 류의 사건에서 모든 사안의 인과관계가 100% 입증되기란 어렵기 때문에 조사 절차 자체의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며 “투명한 조사과정으로부터 나온 결과물을 가지고 정상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했는데 지금까지도 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태호 참여연대 소장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그동안의 활동을 두고 “정부의 주장이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된 것이냐에 대해 의문을 던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장은 “결정적 증거라고 했던 어뢰의 ‘1번’ 표기부터 어뢰 프로펠러 설계도까지 북한 것임이 입증된 바가 없고, 당시 증거라고 내놨던 어뢰설계도도 실제 설계도가 아니라 개념도임이 드러났다”며 “해당 프로펠러는 여러 나라에서 복제도 많이 된 것이고, 더구나 국제조사단은 1번 어뢰를 조사한 적이 없더라. 에클스 천안함 미국 조사단장은 1번어뢰를 즈거로 인식해서 가져가 분석한 게 아니고 몇가지 데이터만 보고 어뢰에 가깝다는 가설을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상철 대표도 “에클스 단장이 ‘선체 하부 1~3미터에서 비접촉 폭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상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날짜가 4월15일인데, 이날은 함미가 인양된 날”이라며 “제대로 조사도 시작하기 전에 언급한 내용이 모든 사고 원인 분석의 가이드라인이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소장은 “과학적 토론에서 가설은 얼마든지 세울수 있고, 정부의 추론을 존중할 의사도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인정해야 할 건 정부의 발표도 추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그런 면에서 “진실이 완전히 밝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진실이 감춰지는 미국의 경우를 두고 “미국도 베트남전 통킹만사건, 이라크전 문제, 각종 군사범죄 등 많이 감춰왔으나 그것을 드러내는 절차가 있다”며 “비밀이 풀리고, 전쟁중에도 군과 국회간 청문회 조사위원회 등에서 정부 실패가 있었다는 보고서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는 어떤가”라며 “군사기밀은 무기한이다. 진실이 어떤 방식으로든 밝혀져도 군이 입을 딱 닫아버리면 그 자체로 진실공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시민들이 대강의 진실을 알아도 진실의 끝까지는 못 들어가는 구조를 타개하자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도 만일 왜곡됐다면 어느 정도로 왜 왜곡됐는지에 대한 조사와 개선 논의가 확실히 진행돼야 재발방지가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과, 신상철 진실의길 대표,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창작과비평 편집주간). 사진=창작과비평 2020년 봄호 사이트 갈무리
▲왼쪽부터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과, 신상철 진실의길 대표,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창작과비평 편집주간). 사진=창작과비평 2020년 봄호 사이트 갈무리

신상철 대표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는 데서 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0수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도 논란이 지속되며 주기적으로 정치화되는 현실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정부와 군당국”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사고 원인을 특정한 결론으로 몰아갔고, 그 과정에서 과학적 합리적 추론과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억압했다”며 “졸속으로 결론을 내리고 믿음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태호, 천안함 어뢰 북한제로 입증되지 않아 …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

이를 두고 이태호 소장은 지난해 9월말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천안함 사건의 정부 발표 내용의 오류들을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당시 ‘천안함, 아직 인양되지 않은 진실’이라는 글에서 △어뢰설계도가 북한제인지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수중폭발의 버블제트 효과 주장이 스스로 모순을 일으키며 △함미 프로펠러가 휜 원인에 대한 합조단 설명을 재판부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함미프로펠러에 걸린 그물에 대해 조사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어뢰설계도를 두고 이 소장은 “설계도면이 아닌 외부 수치를 중심으로 한 개념도” “어뢰 내부의 (…) 추진모터의 제원이 도면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재판부 설명을 들어 “재판부의 설명대로라면 측정 결과 내부 부품 크기가 도면과 확연히 달랐지만 외형이 동일해 북한제라 판단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왜 꼬리모양이 동일한 소련제나 중국제의 경우는 배제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소장은 “어쨌거나 이미 증거능력을 잃은 종잇조각(어뢰설계도)을 바탕으로 일치 여부를 다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결과적으로 어뢰추진체가 북한제인지는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입증된 것은 오로지 ‘어뢰설계도’를 가지고 있다는 군의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수중폭발로 인한 버블제트 효과를 두고 이 소장은 “열 흔적이 없고 탄약 냄새가 없는 까닭이 버블제트 효과탓이라는 군의 주장을 재판부도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이는 군 자신의 시뮬레이션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수중근접폭발 시뮬레이션에 따르자면, 버블이 선저에서 붕괴될 때는 이미 1차 충격파와 버블의 1차 팽창과 수축으로 선저가 찢겨 있는 상태여야 한다”며 “수축한 버블의 온도는 3000도로 추정되는데, 파열된 선체로 초고온 버블이 붕괴되면서 파고들었다면 천안함 파단면이나 전선피복, 내장재 어디에도 열 흔적이 없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생존 장병들은 탄약 냄새 대신 주로 기름 냄새를 맡았고, 물기둥 발생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우현 스크루 끝이 회전방향 반대로 S자로 휘고 일부 절단 등 손상이 발생한 것을 두고 신상철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관성으로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좌초의 흔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 소장은 “합조단과 재판부는 스크루 축에 인양 당시 걸려 있던 그물 등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국방부가 제시한 연어급 잠수정이 중어뢰인 CHT-02D를 발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 소장은 합조단이 유엔에 보고한 어뢰 발사체는 ‘소형 잠수정’인데 이는 70~80톤이라며 이는 중어뢰를 발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현재 남아있는 증거는 “추론과 비밀로 가득한, 네 쪽으로 절단되고 파괴된 천안함이 있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정부가 천안함을 격침시킨 증거로 제시한 1번 어뢰추진체 설계도와 어뢰 잔해 및 1번 글씨.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정부가 천안함을 격침시킨 증거로 제시한 1번 어뢰추진체 설계도와 어뢰 잔해 및 1번 글씨.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8년 만에 법정에 공개됐던 천안함 생존장병의 진술서 원본을 두고 재판부가 내린 판단에 대해서도 이태호 소장은 여지를 둔 해석으로 봤다. 신상철 피고인은 생존자 58명의 진술서 중 폭발 주장은 14명인데 반해 충격이라고 한 진술을 24명에 달해 충돌의 정황을 제기해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재판장)는 지난 2020년 10월31일 판결문에서 “위 각 진술서의 기재 내용을 살펴보면, 폭발로 판단한 승조원보다 충격으로 판단한 승조원의 수가 더 우세하기는 하다”며 “그러나 폭발인지 충격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승조원이 20명에 달하고, 판단은 각자의 사전지식이나 경험의 영향에 따라 상이해질 가능성이 높은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위 승조원 58명의 진술서 기재 내용이 천안함이 수중폭발로 침몰하였다는 합조단의 분석결과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이태호 소장은 “비록 군의 결론을 수용했으나 재판부조차도 당시 충돌로 인식한 장병 수가 더 많았으며 어뢰가 아니라고 확신한 장병들도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천안함 함수 절단면에 여전히 파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형광등. 사진=조현호 기자
▲천안함 함수 절단면에 여전히 파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형광등. 사진=조현호 기자

특히 이태호 소장은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억압된 시선을 향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폭침이냐 아니냐? 서해 수호냐 포기냐? 남북관계가 교착되거나 변곡점을 지날 때, 남한 내에서 대선 같은 선거가 있을 때 이런 질문은 더 집요해진다”며 “정부와 거대 여당은 이런 뇌관만이라도 제거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다친 천안함 희생자 가족과 생존 장병들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그들에겐 치유받고 회복될 권리가 있다”면서도 “‘패잔병’으로 몰려온 이들뿐만 아니라 ‘비국민’으로 낙인 찍혀온 이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1차 조사에서 미진했던 몇몇 검증 과제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과학적 분석을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썼다. 이 소장은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하다. ‘패잔병’으로 내몰린 이들의 목소리와 ‘종북음모론자’로 내몰린 이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고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공론장이 필요하다”며 “특히 언론, 탐사언론의 책임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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