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이 조합원(기자)들을 상대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 편집국 일부에서 ‘부적절한 언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17일 설문 조사 개시를 알린 뒤 조합원 의견과 증언을 취합해 24일자 노보에 공개했다. 조사에는 총 17명의 조합원들이 응했다.

노보에 밝힌 조선일보 기자들 증언을 보면, 성차별적이거나 성희롱성 폭언을 들었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를 테면 △“싱글 기자에게 ‘넌 가급적 결혼하지 말아라. 여자는 결혼하고 애 낳으면 한계가 많다’고 모 부장이 자주 발언한다” △“‘여자랑 일하기 싫다. 너무 피곤하다. 여자가 많아져서 힘들다’고 모 부서 남자 차장이 입버릇처럼 말한다” △“모 부장은 인사 때 여기자를 받기 전 주변에 ‘걔 혹시 페미니스트냐’고 물어봤다”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던 여성 부원의 경질을 부서 내 공공연히 거론하는 부장이 있다. ‘남자를 시켜야겠다’ ‘내가 다루기 껄끄럽다’는 등 유일한 이유라는 게 성별” 등의 응답이 대표적이다.

▲ 조선일보 노동조합 24일자 노보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 노동조합 24일자 노보 화면 갈무리.

뿐만 아니라 △“망신을 주려고 일부러 다른 선후배들이 다 들으라는 식으로 사무실에서, 아니면 전화로 큰소리로 폭언·질책하는 데스크들이 있다” △“보고하면 제대로 듣지도 않고 후배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과도하게 짜증내고 폭언으로 화풀이하는 선배들이 있다” △“(호통과 면박, 폭언 등으로) 인간적 모멸감을 느껴 3개월 간 매일 두통약을 복용했고 극단 충동까지 느꼈다. 너무 지옥 같아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등의 응답도 있었다.

실제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조선일보 모 부장이 임신 소식을 전하는 여성 기자를 질책했다는 취지의 글이 게시됐다가 삭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정보지 형태로 기자들 사이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부장은 당사자와 부원들에게 사과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발언이 설사 농담성이래도 용납하기 힘든 ‘부적절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 노보를 보면, 이번 설문을 통해 “농담으로라도 하면 안 될 말은 당사자 처벌 의사가 없다고 해도 회사가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회사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고 구성원에게도 자괴감을 줄 것”이라거나 “힘 있는 사람이라고 항의도 안 하고 쉬쉬하니 계속 문제가 생긴다. 한번 사례가 나오면 본보기로 일벌 백계해야 한다. 그리고 루머인지 진짜 혐의가 있는 건지 그 결과를 공유하자”는 목소리도 분출됐다.

조선일보 노조는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같은 피해가 있을 경우 당사자 신고에 따라 적극적인 조사 및 개입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전하면서도 “조직 전체 이익을 고려하고 사내 질서 유지를 위해 일부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라도 피해 당사자의 신고를 어느 정도 권장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엄격한 사내 위계 구조와 문제 제기 이후 회사 생활에 대한 우려 같은 복합적 이유로 부적절한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신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자사 성희롱신고센터 운영지침을 강조하며 “명백한 성 비위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도 먼저 시정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피해자 의사를 고려한 전후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를 더 나은 일터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상호 배려하는 구성원들의 의식 전환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