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연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를 운행 지연 이유로 지목하는 SNS 공지를 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 가운데 SNS엔 시위를 주최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대한 누리꾼의 후원 행렬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트위터 페이지에선 25일부터 트위터 이용자들이 전장연 후원 내역을 인증하며 이동권 시위에 지지를 표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선전전은 09:41경 경복궁역에서 종료됐다. 시위 여파로 3호선, 4호선 운행에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백 명의 누리꾼들이 해당 트윗에 답글을 달거나 전장연 계좌에 후원금을 이체한 내역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렸다. 일례로 25일 오전 공지글에는 517건의 인용 트윗과 12건의 답글 트윗이 달렸다. 또 다른 공지에는 260개의 인용 트윗이 달렸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교통공사의 공지를 인용한 누리꾼들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후원 인증 트윗 갈무리
▲서울교통공사의 공지를 인용한 누리꾼들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후원 인증 트윗 갈무리

한 누리꾼은 후원 인정 이미지를 올리고 “나의 출근과 귀갓길이 지연돼도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매일의 일상이 지연과 제한이었을 동료 시민들을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하철 역의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가 없었다면 임신·출산·육아를 겪은 뚜벅이는 집에만 갇혀 살았을 것.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연대한다”고 했다.

이 같은 후원 ‘인증’ 행렬은 같은 공지가 올라왔던 24일까지만 해도 잠잠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와 이 대표 등이 ‘지하철 타기’ 시위를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진압 대상으로 규정하는 여론전에 맞서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이동권 시위를 두고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27일까지 3일에 걸쳐 7건의 글을 올려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글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글

이에 앞서 서울교통공사가 소속 언론팀 직원 명의로 전장연에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대응 문건’을 만든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공사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사과했지만 전장연은 공사가 이미 악의적 보도 자료를 배포하며 시위를 사실과 달리 ‘불법 행위’로 선전해왔다고 반박했다.

시민사회단체 ‘너머서울’은 27일 성명을 내고 “이 대표의 언설은 반헌법적 발언이자 시민 기본권을 내팽개치겠다는 것”이라며 “장애인 이동권은 특별 서비스가 아닌 ‘모두를 위한 이동권’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전장연과 장혜영(정의당)·최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21년을 외쳐도 보장되지 않는 기본권을 외치는 싸움을 막기보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면담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전장연은 28일 3호선 경복궁역을 시작으로 이동권 보장 요구 시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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