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전문가들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수가 ‘분산된 미디어 거버넌스를 모두 통합하되 일부를 합의제로 운영’하는 방향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학회(회장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방송학회(회장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한국방송학회(회장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이날 발제를 맡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방송콘텐츠 진흥을 위한 거버넌스 개편 방향 제시를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에 대한 조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3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방송콘텐츠 전문가 10명, 문화콘텐츠 전문가 4명, 유료방송 플랫폼 전문가 5명, 지역방송 전문가 2명, 외주제작 전문가 1명, 법 전문가 4명, 공영방송 전문가 4명, 시민단체 활동가 1명 등이다.

‘바람직한 미디어 거버넌스 형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다수의 전문가는 ‘분산된 미디어 거버넌스를 모두 통합하되 일부를 합의제로 운영’(61.29%)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노창희 연구위원은 “이 운영 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 분리)와 방송통신위원회(지상파, 보도, 종편을 관장하는 별도의 합의제 기구로 분리 및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방송 관련 기능 이관), 문화체육관광부(체육, 관광 관련 기능 분리)를 통합하는 안”이라고 설명한 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되 언론이 가진 특수성을 감안해 보도를 수행하는 방송사를 관장하는 별도의 합의제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안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고 해석했다.

즉, 3개 부처의 미디어 관련 기능을 통합해 독임제 부처를 만들되, 언론을 다루는 부문의 경우 별도로 방통위와 같은 합의제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창희 연구위원이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안’ 세미나 발제를 맡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노창희 연구위원이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안’ 세미나 발제를 맡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뒤이어 ‘분산된 미디어 거버넌스를 모두 통합하는 안’(25.81%), ‘문체부를 제외하고 미디어 거버넌스를 모두 통합하되 일부를 합의제로 운영’(9.68%), ‘현행 체제에서 과기부나 방통위에 방송을 통합’(3.23%), 현행 유지(0.00%) 순이었다. 노창희 연구위원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현행 체재 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긍정) 응답하지 않은 점”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진흥을 위해 실 단위로 콘텐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노 연구위원은 “실 단위로 콘텐츠 조직을 만들고, 방송, 외주제작, 게임, 디지털 콘텐츠 등 모든 콘텐츠 관련 실에서 관장(71.43%)이 ‘방송 관련 국을 만들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과 단위로 재편(28.57%)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응답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 문항에는 다수의 전문가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38.46%) 항목에 동의했고, ‘업무 중첩 등 현행 미디어 거버넌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35.38%), ‘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해’(12.31%), ‘미디어의 공적 가치 증진을 위해’(7.69%), ‘OTT 등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6.15%) 순이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 부처를 대통합해 독임제 부처로 가면서 공공 부문 미디어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영미디어위원회를 둔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독임제 부처와 공영미디어위원회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에 따라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처럼 될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고 운을 뗐다.

홍원식 교수는 “2013년 미래부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ICT를 중심으로 한 정책 구체성이 결여됐다. 미디어 사업자와 ICT 정책적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았다. 통신사업자 중심의 정책 추진이었다. 상대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소홀하거나 무관심했다”며 “공영미디어위원회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건지 청사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학계 등에서 ‘콘텐츠’ 중심의 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 교수는 “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건, 한국의 여러 강점을 보여준 건 콘텐츠다. 2013년처럼 진행돼선 안 된다. 당시 유료방송(PP)의 발전을 가져올 거라고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임정수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도 “OTT에 대한 성장을 미디어 산업의 큰 흐름 속에서 살펴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자극하고 있을 때 토종 OTT를 키워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곤란하다. 형식적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임 교수는 이어 “콘텐츠를 육성해야 OTT가 살 수 있다. OTT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너무 묶여 있는 것 아닌가. ‘오징어게임’이 히트했는데, OTT에 주목하자는 식의 연결은 곤란하다. 새로운 정책수립에 이런 지점들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팀장도 “콘텐츠를 진흥하기 위한 전략적인 로드맵이 없다”며 “국내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OTT 5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 주장을 바꿔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tvN이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양질의 PP사업장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게 더 바람직한 콘텐츠 시장 발전 방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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