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뉴스 너무 좋다. 기자님들 더 만들어주세요.” 염규현 MBC 기자가 보도한 ‘로드맨’ ‘일방통행 서울민국 1편 제2의 도시가 바뀐다?’에 달린 댓글이다.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95만회를 기록했다. ‘로드맨’은 기자가 현장에 나가 사회 현상을 쉽게 설명하는 코너다.

“진짜 교육적인 뉴스다.” “정말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기 위한 수고가 눈에 보인다.” 양효걸 MBC 기자가 보도한 쉬운 경제 뉴스를 표방한 ‘거리의경제’ ‘주식 언제까지 오를까?...“달걀에 답이 있다” 물가-금리-주가 완벽정리’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다.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48만회를 기록했다.

▲2020년 9월12일 염규현 기자가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로드맨] ‘일방통행 서울민국’ 1편 제2의 도시가 바뀐다?‘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유튜브채널.
▲2020년 9월12일 염규현 기자가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로드맨] ‘일방통행 서울민국’ 1편 제2의 도시가 바뀐다?‘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유튜브채널.

주말뉴스팀에서 시청자를 위한 쉬운 뉴스인 ‘거리의경제’ ‘로드맨’을 보도하던 양효걸(2008년 입사)·염규현(2009년 입사) 두 MBC 기자들이 만든 뉴스 브랜드 ‘딩딩대학’이 MBC 사내벤처 2기로 선발됐다. ‘딩딩대학’은 전 국민 문해력 증진을 위해 경제와 국제 분야 등 교양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서 서비스한다. 두 기자는 주말뉴스팀에서 어려운 경제 뉴스와 사회 현상을 6~7분짜리 콘텐츠로 만들어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해왔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일선 학교에서 영상을 수업 자료로 사용했고, 길을 가다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봤다”며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양 기자와 염 기자는 이 반응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지난해 8월 ‘MBC 2021 사내벤처공모’ 포스터를 보고, MBC에 아카이빙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3억 원의 회사 투자를 받아 지난 1월 말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현재 51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오는 11월 스핀오프(독립분사)를 할 수 있는지 투자 심사를 받는다. 일단은 1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집하고 향후 앱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폐교를 인수해 문화 허브를 만들 계획까지 갖고 있다.

딩딩대학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인원은 두 명의 기자(총장)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지난 15일 미디어오늘은 서울 상암동 MBC에서 양 기자와 염 기자를 만나 ‘딩딩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딩딩대학’을 소개해달라.

염규현=뉴스를 보면 현상이 있고 현상 뒤에 숨은 원리나 시사점이 있다. 하지만 방송 콘텐츠는 현상에 집중하게 된다. 방송 뉴스의 한계라고 느꼈다. 중요한 건 시사점이다. 현상만 보여주는 건 MBC 말고 다른 언론도 많이 한다. 방송에서는 전문가 인터뷰 한 줄 정도로 처리하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보고 싶었다. 현상을 내려놓고 원리만을 집중해서 알려드리고자 했다.

양효걸=특히 뉴스에서는 경제 분야의 맥락을 설명하는 게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 제도에서 금리를 올렸더니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박살 났다.’ 이 한 문장 안에 많은 경제 원리들이 작동한다. 고도로 생략된 뉴스보다는 맥락을 찬찬히 잘 뜯어서 설명해주는 친절한 뉴스를 원하는 시청자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뉴스 틀을 내려 놓고 지식 교양 콘텐츠를 서비스하게 됐다.

▲지난 15일 미디어오늘은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염규현 기자(왼쪽)와 양효걸 기자를 만나 ‘딩딩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 15일 미디어오늘은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염규현 기자(왼쪽)와 양효걸 기자를 만나 ‘딩딩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딩딩대학’ 채널에는 1분 동안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주는 ‘딩딩학습지’, 3분 동안 이슈를 설명해주는 ‘딩딩3분’ 등 코너가 있다. ‘딩딩학습지’의 경우 펭귄 효과가 무엇인지, 맞춤법 ‘역할’이 맞냐 ‘역활’이 맞는지 등을 설명한다. ‘딩딩 3분’ 콘텐츠는 ‘스윙보터’가 무엇인지, ‘여당과 야당’은 무엇이 다른지, ‘코스피’와 ‘코스닥’은 어떤 점이 다른지 설명해주는 콘텐츠로 보다 구체적인 설명과 맥락이 필요한 사안을 해설한다.

-14F 등 MBC 유튜브 콘텐츠는 이미 유명하다. 버티컬 채널, 서브 브랜드로 운영해도 되는 걸 왜 사내벤처로 운영하게 됐나.

양효걸=콘텐츠 측면과 사업적 측면 두 가지가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14F는 타깃층이 뚜렷하고 방대한 지식을 다룬다. 뉴스를 기반으로 원리를 깊게 파고든다기 보다 실용적이고 트렌디한 이슈를 다룬다. 우리는 약간 결을 달리해 지식 교양 위주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60년 동안 축적해온 자료화면 즉 풍부한 아카이브라는 자산을 활용했다. MBC가 이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뚜렷한 사업모델이 아직 없다. ‘딩딩대학’이 첨병이 돼서 콘텐츠와 아카이브 자산을 연결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 볼 것이다.

-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염규현=‘거리의 경제’가 고등학교에서 교재처럼 사용되더라. 사회문제를 다룬 ‘로드맨’도 사회 수업 시간에 사용된다고 들었다. 교사분들이 로드맨을 보여주고 토론 의제를 제시해 수업한다. 눈높이를 맞춰 쉽게 접근했더니 교육 현장에서 먼저 반응이 오고 실제로 그걸 토대로 강연 요청들이 많이 들어왔다. 기업, 지자체, 고등학교 등 10여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지식 산업 분야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해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역량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양효걸=예를 들어 전쟁이 나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면 교사분들이 이론 설명은 훨씬 잘 한다. 하지만 기자는 시멘트 공장에 가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리의 경제’가 그런 면 때문에 소구력이 컸던 것 같다. 교사나 교수들이 해주지 못한 간접 체험을 콘텐츠 통해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리들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에 주목하나.

양효걸=우리는 공부를 많이 한다.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전문 서적을 참고한다. 논문도 열심히 본다. 콘텐츠 내용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지 항상 고민한다. 염규현 기자는 말주변이 있다. 쉽게 설명하고 눈높이 설명에 정평이 났다. 우리의 원천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교수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기사를 쓴다. 그 작업을 10년 넘게 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전달자 역할이 몸에 뱄다.

▲2021년 4월17일 양효걸 기자가 MBC ‘뉴스데스크’ 보도한 ‘주식 언제까지 오를까?...“달걀에 답이 있다” 물가-금리-주가 완벽정리’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유튜브채널.
▲2021년 4월17일 양효걸 기자가 MBC ‘뉴스데스크’ 보도한 ‘주식 언제까지 오를까?...“달걀에 답이 있다” 물가-금리-주가 완벽정리’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유튜브채널.

- 유튜브 채널 수익만으로 ‘사업’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수익은 어떻게 낼 계획인가.

양효걸=‘삼프로TV’를 벤치마킹했다. 이 채널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인지도를 쌓고 우리 콘텐츠에 대한 시장 반응이 형성되면 다양한 수요층에 맞춰 출판 등을 할 계획이다. 지식 교양 플랫폼을 만들어서 지식 교양계의 넷플릭스가 되고 싶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식 교양 콘텐츠를 매칭시키는 큐레이션을 하고 싶다. 공간적 측면에서의 사업 구상도 있다. 기존에 활용이 안 되는 폐교를 인수해 다양한 지식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고민하는 등 단계적으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우선은 1단계에 있고 지식 교양 콘텐츠를 제공해 구독층을 늘려나가는 단계에 있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염규현=방송기자일 땐 기사 가치 위주로 고민을 하게 된다. 얘기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다가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게 됐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A4 용지도 이면지를 써야 하나 고민할 정도다. 좋은 공부라고 생각한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가 내 인건비 밖에 없는 것 같아, 밤낮없이 일한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밤낮없이 일하는 걸 자주 봤는데, 현재 내가 그 삶을 살고 있다.

양효걸=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곳은 많이 있지만, 사업적으로 지식 교양과 콘텐츠 수익을 연결하는 모델은 많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게 어렵다. 초기 단계라 사업체 운영 계획과 콘텐츠 제작 등을 하는 역할이 중첩돼 있다. 새벽 5시30분에 나와서 밤 9~10시 일하고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MBC가 사내벤처에 투자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양효걸=MBC 기자마다 개성이 있다. 사내벤처가 기자들이 가진 역량을 수면 위로 올려줬다. 저희랑 같이 선정된 메타로켓팀을 보면 방송사에 있기엔 아까울 정도로 재능이 많더라. 회사 입장에서도 혁신 에너지를 불어넣어서 좋고, MBC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사내 벤처 제도가 없었다면 루틴한 업무를 꾸준히 했을 구성원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

염규현=사내벤처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다른 팀들과도 교류했다. 다들 신이 나서 준비하더라. 선정이 안 되더라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거대 방송사일수록 관성에 의해 굴러가는 측면이 있는데, 조직에 새로운 자극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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