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방송작가 등을 ‘무늬만 프리랜서’로 사용해왔다는 고용노동부 판단을 받은 KBC광주방송 보도국장이 타사 광주·전남 방송사에 연락해 관련 보도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KBC 사측은 기사를 막은 것이 아니라 입장 정리를 위해 잠시 보류해달라고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30~31일 KBC에 일부 방송작가와 AD, 스크립터 등과 근로계약을 맺도록 시정명령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KBC 내 ‘프리랜서’ 직군 50명에 대해 근로감독한 결과 4명(8%)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다. 제작팀 소속 방송작가 2명과 업무보조원(AD) 2명이다. 

이들은 KBC에서 3~15년간 일해, 기간제가 아닌 고용이 보장되는 근로계약 대상이다. 그러나 노동부 등 취재를 종합하면 4명 중 2명은 퇴사하고, 2명에 대해선 프리랜서·업무위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7일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보도자료가 나오자 김효성 KBC 보도국장은 당일 저녁 광주·전남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고용노동부에서 우리 KBC 근로감독 노무관리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도를 미뤄주시길 간곡히 말씀 드립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 KBC 광주방송 로고.
▲ KBC 광주방송 로고.

김효성 보도국장은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자료가 당시 7일 오후 6시에 나왔다. 저녁에 나왔고, 아직 회사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당일에 보도를 미뤄달라고 한 것이다”라며 “방송사마다 첨예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까지 노동부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기로 되어있다”며 “충실히 작성하여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감출 이유가 전혀 없다. 제보가 들어왔다는 사실이 납득이 안된다. 큰 잘못도 아니고, 회사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전달이 와서 바로 보도가 나가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보도자료가 보통 오후 2~3시에 나오는데 그날은 늦게 나왔고, 입장 계획서도 작성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부 담당자 코로나 격리로 이행계획서 제출 여부는 현재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행계획서 제출을 담당하고 있는 신성준 KBC 경영국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김효성 보도국장은 “코로나로 인해 지연될 경우, 이번주 내로 충실히 작성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보도 저지 행태와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점을 함께 지적했다. 권순택 처장은 “회사 입장 정리때문인 경우, 보통 방송사에서는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얘기하지, 보도를 미뤄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 ‘우리의 이야기는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KBS, MBC에서도 프리랜서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사례들이 계속 있어 왔고, KBC도 근로감독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문제임에도 방송사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고 회피하려고만 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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