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패배 후 첫 비대위 회의에서부터 내로남불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대표적 내로남불 사례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화환을 보낸 일을 정치적 온정주의로 규정해 쇄신의 폭과 강도를 짐작하게 했다.

14일 오전 민주당 1차 비대위 회의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화상 모두발언에 나선 박지현 위원장은 “민주당은 닷새 전 선거 결과만 기억할 게 아니라 5년여 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내로남불이라 불리며 누적된 형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며 “47.8%의 국민적 지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패배 원인을 찾고 47.8%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 것이 민주당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민주당에 남은 것은 기득권 정치와 소통 불통의 모습뿐”이라며 “권력형 성범죄와 성 비위에도 최소한의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남용하고 2차 가해에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 해왔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은 지금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쇄신의 기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저는 책임자로서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 47.8%의 국민들이 보여주신 마지막 염원을 완수하고, 지난 5년의 묵은 정치를 벗어내고 새로운 정치로 탈바꿈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우선 “성폭력, 성 비위,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며 “다가올 지방 선거의 공천 기준에도 엄격히 적용될 것이며 당 소속의 당직자들 보좌진들의 성 비위 발생 시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신고 시스템은 물론 가해자 무관용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여성과 청년 공천 확대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청년과 여성 할당제를 두고 첨예한 정쟁이 일어나는 모습을 봤다”며 “대선 기간 제가 마주했던 민주당에는 이미 충분한 능력과 경험치를 가진 준비된 청년 정치인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판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함께 깨닫고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정치권의 온정주의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여전히 남아 있는 학연, 지연, 혈연과 온정주의로 보편적 원칙과 사회적 규범에 위배된 정치인을 감싸는 사람들이 여전히 민주당 안에 남아 있다”며 “개인적으로 위로를 전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겠나. 정치의 영역에서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행하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부로 뼈를 깎으며 쇄신해야 하는 민주당에서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그런 나쁜 문화를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잘못을 했음에도 감싸고 팔이 안으로 굽으며 옳은 소리 못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뼈아프게 반성하며 바꿔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지현 위원장의 모두 발언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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