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됐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승리한 날 또 다른 선거가 있었다. 생활체육인협회 영등포지부장 선거다. 물론 이는 존재하지 않는 선거다. 구독자 15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속 ‘유니버스’(세계관)에서 이뤄진 가상 이야기다.

KBS가 개그콘서트 시즌2 성격의 ‘개승자’를 부활시켰지만 임팩트 있던 정치풍자 개그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상황.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개승자는 5일 방송 시청률이 3.7%에 그치기도 했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가 정치 풍자 개그를 이어왔다면 대선 막바지 국면 유튜브 속에서는 피식대학이 빛났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올라온 대선 관련 패러디 콘텐츠.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올라온 대선 관련 패러디 콘텐츠.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피식대학은 지난달 20일부터 9일까지 대선풍자 패러디물 영상 3건을 올렸다. 피식대학 속 세계관 ‘한사랑산악회’와 ‘로니앤스티브’를 연결하며 생활체육인협회 영등포지부장 선거 시리즈를 업로드한 것.

피식대학은 개그맨 김민수·이선민·이용주·정재형 등이 각기 다른 세계관을 꾸려 구성하는 코미디물이다. 방송가에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면서 다수 개그맨이 유튜브 채널로 향한 가운데 피식대학은 가장 성공한 채널로도 평가를 받는다.

한사랑산악회는 출연자들이 중년층 분장을 하고 등산모임을 갖는 콘텐츠다. 로니앤스티브는 다소 사기꾼스러운 헬스트레이너가 등장해 콩트를 이어가는 성격이다. 이번 대선 패러디물인 생활체육인협회 영등포지부장 선거에는 한사랑산악회 속 회장 김영남(김민수)과 로니앤스티브 속 헬스장 관장 황득근(이선민)이 출마했다.

6일에는 후보자들 토론회 영상이, 9일에는 보도전문채널 YTN ‘돌발영상’을 연상케 하는 토론회 ‘돌팔영상’이 공개됐다. 첫 영상은 36만 회의 조회 수를 보였다. 이어진 토론회 영상과 돌팔영상은 각각 28만 회와 12만 회 조회 수를 나타냈다.

토론회 영상에는 이번 대선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주요 장면들을 녹아냈다. 코로나19 긴급 재난 지원금은 백숙 지원금으로 풍자됐다. 백숙지원금 예산을 두고선 각기 다른 계산법을 내세우며 토론을 이어간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올라온 대선 관련 패러디 콘텐츠.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올라온 대선 관련 패러디 콘텐츠.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불리해지면 “대답할 가치가 없다”며 뿌리치는 장면도 담겼다. 두 후보자는 각자 배우자 문제로 집요하게 서로를 물고 늘어졌다. 아들 의혹도 제기됐다. 의혹 제기를 위한 제보자 녹취도 등장했다.

김영남은 토론 말미 자신이 입고 있는 등산복을 두고 “엄홍길 대장이 준 것”이라는 발언을 한다. 토론회장에서 자신의 벨트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줬다고 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를 패러디한 것이다.

돌팔영상은 23분에 달하는 토론회 영상을 3분으로 짧게 녹여냈다. 같은 피식대학에서 제작했음에도 영상출처를 피식대학이라고 밝히는 세밀함도 보였다. 의혹 제기와 설전이 이어지는 상황을 두고 ‘초등학교 반장선거’ 아니냐는 자막이 담긴다. 해당 내용은 윤 당선인이 2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했던 발언이기도 하다.

토론회를 통해 대선을 풍자하고 돌팔영상을 통해 언론도 패러디한 피식대학의 생활체육인협회 영등포지부장 선거. 1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3만 명이 선거에 참여했다. 김영남이 55%를 얻어 45%를 얻은 황득근을 10%P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피식대학에서 김영남 당선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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