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보도와 관련해 자국 언론 통제를 심화하는 가운데 기자를 최고 15년형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영국과 독일 등 각국 언론사들이 러시아 현지 취재와 보도 활동을 중단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일 러시아 군사 작전과 관련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경우 최고 15년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의회도 같은 날 해당 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개인이 군사작전에 관한 이른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 징역 10년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 같은 행위가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경우 징역 15년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지난 3일 법안 통과에 앞서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의원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기자를 투옥할 것을 위협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 BBC는 러시아에서 취재하던 자사 언론인 활동을 중단했다. BBC는 지난 6일 자사 보도로 이 사실을 밝혔다. BBC는 팀 데이비 사장이 해당 법안을 두고 “독립적 저널리즘 과정을 범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며, “이미 BBC 웹사이트는 러시아 내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된 상태”라고 했다.

BBC에 따르면 캐나다 공영방송 CBC,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 블룸버그도 러시아 내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CNN의 경우 러시아 내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도쉬트의 경우 지난 3일 마지막 방송에서 앵커가 ‘전쟁을 거부한다’는 코멘트를 마지막으로 남긴 뒤, 모든 스태프가 스튜디오에서 줄지어 나가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시위 방송’을 해보이기도 했다. SNS상 도쉬트 방송화면 캡쳐 갈무리
▲도쉬트의 경우 지난 3일 마지막 방송에서 앵커가 ‘전쟁을 거부한다’는 코멘트를 마지막으로 남긴 뒤, 모든 스태프가 스튜디오에서 줄지어 나가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시위 방송’을 해보이기도 했다. SNS상 도쉬트 방송화면 캡쳐 갈무리

러시아 당국은 지난 3일 러시아 침공 관련 보도를 이유로 러시아 방송사 도쉬트(Doschd)와 라디오 채널 모스크바 에코(Ekho Moskvy) 송출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두 언론사 모두 독립언론이다.

도쉬트의 경우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 앵커가 ‘전쟁을 거부한다’는 코멘트를 마지막으로 남긴 뒤, 모든 스태프가 스튜디오에서 줄지어 나가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시위 방송’을 해보이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국영 매체인 ‘RT 아메리카’는 제작을 중단하고 직원 대부분을 일시 해고했다. 유럽연합과 빅테크기업들이 RT 채널 또는 콘텐츠 차단 조치를 잇달아 발표한 뒤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RT의 미국 계약사인 T&R프로덕션은 스태프 공지를 통해 “예측하지 못한 사업 방해”를 이유로 RT 송출을 중단하고 대다수 스태프를 일시 해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 2일 ‘허위정보’를 이유로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RT와 통신사 스푸트니크의 송출을 금지했다.

유튜브와 틱톡, 페이스북도 유럽 이용자들로부터 RT 계정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지난 5일 각 플랫폼의 RT 계정 광고를 차단하고 이들 채널의 콘텐츠에서 수익을 가져갈 수 없도록 조치했다. 메타는 또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페이스북의 ‘친구목록’을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러시아가 겨냥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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