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든 우크라이나 국기 뒤로 푸틴의 전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이 있다. ⓒ연합뉴스
▲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든 우크라이나 국기 뒤로 푸틴의 전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이 있다. ⓒ연합뉴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우크라이나 방송수신 탑을 공격한 러시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더불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보도를 검열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지침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내부 취재진을 위한 언론자유센터 설립에 나섰다.  

국경없는기자회는 5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방송이 중단돼 최소 32개 TV채널과 수십 곳의 라디오방송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뒤 “국제법상 TV‧라디오 전파 수신에 사용하는 안테나는 군이 사용하지 않는 한 적법한 군사 표적으로 볼 수 없다”면서 “러시아가 뉴스와 정보의 확산을 막으려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미디어시설에 대한 의도적 폭격은 전쟁범죄”라고 비판하며 제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1일에는 “러시아 통신‧미디어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가 ‘진실부(Ministry of Truth)’가 됐다”면서 푸틴의 정보검열을 비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현재 전쟁‧공습‧침략이란 단어는 러시아 언론에서 금지되고 있다. 오직 러시아 국방부 정보만 (보도가) 허용되는 상황”이라며 “로스콤나드조르는 최근 전쟁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최소 6개의 온라인 매체 사이트를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2008년 12월 설립된 ‘언론 통제’ 부처로 알려졌다.

▲국경없는기자회 로고.
▲국경없는기자회 로고.

쟌 카벨리에 국경없는기자회 동유럽‧중앙아시아 국장은 “푸틴은 시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쟁의 희생자들을 숨겨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언론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편집장인 탐사 매체 ‘노바야 가제타(Novaya Gazeta)’를 비롯, 최소 10개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소송에 나섰다.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반전 운동을 촉구하는 영상을 올린 뒤 기소됐다.  

국경없는기자회에 의하면 로스콤나드조르는 이들 언론사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도시에 폭탄이 떨어졌고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사망했다는 거짓 정보와 공격‧침공‧선전포고라고 부르는 작전 관련 허위 정보를 게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로스콤나드조르의 경고를 받은 언론사들은 웹사이트 차단이나 최대 500만 루블(약 5500만 원)의 벌금을 우려해 문제가 된 콘텐츠를 삭제했으며, 2월25일부터는 로스콤나드조르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근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러시아 기자들은 체포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노바야 가제타 기자 일리야 아자르와 이반 지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반전 시위를 취재하다 2월26일 체포돼 경찰서에 2시간 이상 억류됐다. 2월24일엔 언론인 3명이 모스크바 반전 시위를 취재하다 체포돼 6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고 변호인의 개입 후 풀려났다. 2월27일에도 언론인 4명이 남서부 도시 크라스노다르에서의 반전 시위를 취재하다 체포된 뒤 풀려났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경제 일간지 ‘코메르산트(Kommersant)’ 국제부장 엘레나 체르넨코는 300명 이상의 기자들이 서명한 전쟁 반대 공개서한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크렘린 공인 기자단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국영 언론은 전투에 돌입하고 있다. 로시야 1TV 채널은 2월27일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인 TV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예프의 토크쇼를 비롯해 정부 선전 프로그램 방영 시간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우려했다. 블라디미르는 2월24일 방송에서 “러시아 관리들과 언론인들이 푸틴을 지지하지 않으면 숙청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경없는기자회는 4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Lviv)에 ‘언론자유센터’를 설립해 위험에 처한 언론인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인을 위한 방탄조끼와 헬멧의 보급 거점이 되는 한편 언론인들에게 심리적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인터넷도 가능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전투 규모가 커질수록 취재 활동은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러시아 침입자들이 우크라이나 거리를 장악했다는 소식 때문에 언론인을 포함한 낯선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 기자 2명은 취재 도중 중상을 입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엑스트라-블라데트’(Ekstra Bladet) 기자 스테판 바이허트와 에밀 필텐보르 미켈센은 2월26일 오흐티르카 북부 도시의 폭격당한 유치원을 취재하러 이동 중 공격을 받았고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쟌 카벨리에 국장은 “모든 교전국들에게 언론인들의 안전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한다. 언론인은 현장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해 필수적인 존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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