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속보팀이 인도 유머풍자사이트 ‘The Fauxy’가 작성한 파키스탄이 빚 10억 달러를 안 갚는 방법으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허위 글을 인용 보도했다가 기사를 삭제했다. 

지난 2일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 작성 및 속보 담당 부서인 EYE팀은 ‘파키스탄의 기막힌 러 제재 동참… “빚 10억달러 안 갚겠다”’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세계 각국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도 제재 행렬에 동참했다. 10억 달러 차관을 갚지 않는 방법으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일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 작성 및 속보 담당 부서인 EYE팀은 ‘파키스탄의 기막힌 러 제재 동참… “빚 10억달러 안 갚겠다”’ 제목의 기사를 냈다.
▲지난 2일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 작성 및 속보 담당 부서인 EYE팀은 ‘파키스탄의 기막힌 러 제재 동참… “빚 10억달러 안 갚겠다”’ 제목의 기사를 냈다.
▲지난 2일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 작성 및 속보 담당 부서인 EYE팀은 ‘파키스탄의 기막힌 러 제재 동참… “빚 10억달러 안 갚겠다”’ 제목의 기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지난 2일 중앙일보 온라인 기사 작성 및 속보 담당 부서인 EYE팀은 ‘파키스탄의 기막힌 러 제재 동참… “빚 10억달러 안 갚겠다”’ 제목의 기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중앙일보는 인도 언론을 인용한 것처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인도 매체인 ‘The Fauxy’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8일 ‘파키스탄이 대출 상환 거부를 통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이어 “현재 미국,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규탄하는 의미로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도 △러시아 주요 은행과 거래 중지 △러시아 국고채 투자 중단 △국제금융통신망(SWIFT·스위프트) 배제 등을 통해 대러 금융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각국의 제재를 함께 전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현지 언론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확인 결과 중앙일보가 인도 매체라고 언급한 ‘The Fauxy’는 인도 언론 매체가 아닌 ‘인도 유머풍자사이트’다. 사이트 소개란에 보면 ‘The Fauxy’는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 소셜미디어 웹사이트에서 매일 제공하고, 자신들의 콘텐츠는 독창적이고 순전히 오락용이라고 밝힌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토를 위협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헤어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도 있다. 

▲‘The Fauxy’ 게시글.
▲‘The Fauxy’ 게시글.

파키스탄이 러시아에 빚 10억 달러를 갚지 않는다는 내용의 ‘The Fauxy’ 게시글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화제가 됐다. ‘정당한 척 돈 떼먹기 뭔데’ ‘물주가 망하게 생겼네’ ‘참고로 파키스탄은 러시아랑 가까운 나라다’ ‘신용도 하락없이 욕 안 먹고 쨀 수 있는 기회’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들 게시글 가운데 일부는 중앙일보 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 작성 경위에 대한 질문에 중앙일보 편집국은 “인용한 해외 사이트가 공신력 있는 매체가 아니라는 걸 파악하고, 곧바로 기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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