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계와 학계를 넘나들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이들이 있다. 학술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다. 이달 SBS와 함께 여론조사와 온라인 댓글 여론 등을 분석하는 Poliscore 서비스를 런칭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 학술대회에서 뉴스 댓글을 통해 혐중 여론 추이를 분석해 발표했다. 자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기존 연구와 분석을 쉽게 전하는 역할도 한다. ‘학술’과 ‘콘텐츠’,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요소를 결합해낸 학술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의 강태영 대표를 지난 24일 전화 인터뷰했다.

강태영 대표는 서강대에서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석사학위를 수료했다. 다른 구성원들도 대학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언더스코어는 “지식의 생산 양상이 다각화되고 있지만 대학은 여전히 주요한 생산지다. 학계에서 전문 지식을 학습하고 생산하는 훈련을 받은 대학원 출신 팀원들은 양질의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사진=언더스코어 제공
▲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사진=언더스코어 제공

언더스코어는 현재 SBS의 뉴미디어 대선 기획 서비스인 Poliscore 설계를 맡았다. Poliscore는 여론조사 통합지표, 온라인 패널 댓글 트렌드, 동일 뉴스 포털 별 여론 지형 차이 시각화 등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댓글 트렌드’를 통해 양대 후보에 대한 ‘댓글 작성률’ ‘대댓글 비율’ ‘공격성’ 등 지표를 제공한다. ‘뉴스 포털별 여론지형 차이’ 분석은 매일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많이 읽힌 기사 10건을 선별하고 해당 기사 댓글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 ‘보수’ 등으로 나눠 분포를 시각적으로 살필 수 있다.

포털 댓글만큼 ‘왜곡’되고 ‘오염’되기 쉬운 데이터도 없을 텐데, 댓글을 집중 분석하는 이유는 뭘까? 강태영 대표는 기존 댓글 분석과 달리 ‘기사’를 기준으로 살피는 게 아니라 3700명의 이용자를 정한 다음 이들의 댓글 작성 패턴을 관찰하는 방식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많은 조사들이 기사를 기준으로 두고 그 댓글들을 분석한다. 그러면 ‘누가’ 댓글을 썼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가 없다. 우리는 3700명의 패널을 정한 다음 이들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한 기사에 좌표가 찍혀, 같은 정치 성향의 사람들 몇십명이 몰려가 댓글을 쓴다고 해서 더 많이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 서비스가 나온 이후 한 커뮤니티에선 ‘댓글 화력이 밀린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우리는 악성 유저를 어느 정도 필터링한 3700명을 이미 정했기 때문에 조작을 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 Poliscore 댓글 분석 서비스 갈무리
▲ Poliscore 댓글 분석 서비스 갈무리
▲ Poliscore 포털 뉴스 댓글 성향 분석 서비스 갈무리
▲ Poliscore 포털 뉴스 댓글 성향 분석 서비스 갈무리

 

강태영 대표는 “중요한 건 추세”라고 강조했다. “포털 댓글만으로는 인구학적 대표성이 없다. 하지만 추세를 보는 데는 의미가 있다. 100명 중 진보성향 40명이 댓글을 단다고 해서 여론 추이를 40:60이라고 결론지으면 틀린 해석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진보성향 이용자들이 댓글을 달다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댓글이 줄어든다면? 이는 하나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분석은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었을까. SBS는 해당 서비스를 토대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댓글 반응’을 기사화했다. 안철수 후보 관련 뉴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만 해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보수 성향 이용자 댓글의 관심도는 높지 않았다. 1월부터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오르면서 보수성향 이용자들이 안철수 후보에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보수 성향 이용자의 공격적인 ‘악플’이 전에 비해 13%나 늘었다. 보수층에서 안철수 후보를 경쟁자로 간주하고, 양보를 바란 점이 드러난 것이다. 안철수 후보 단일화 추진 국면에서 진보 성향 지지자들의 댓글 수가 보수층 댓글 수를 압도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만큼 진보성향 지지자들이 단일화 이슈에 관심이 높았다는 의미다.

강태영 대표는 “이재명 후보 관련 뉴스의 대댓글 비율이 이재명 후보 지지율 추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낮아지면, 진보 성향 이용자의 대댓글 작성 비율이 올라가는 식”이라며 “유저 입장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지면, 노출되는 댓글 공간에 글을 남기기보다는 대댓글을 통해 공격, 혹은 대응을 하는 성향이 나타난다.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선 자신의 의견 노출도를 줄이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포털별 댓글 추세 전반에도 적용된다. 강태영 대표는 “네이버는 ‘보수 우세’ 다음은 ‘진보 우세’라고 인식한다. 댓글 비율만 보면 이 주장이 성립하지만, 대댓글까지 보면 그 경향이 크지 않다. 가령 네이버에서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댓글을 쓰면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대댓글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하나의 ‘변수’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여론조사를 할 때 ‘시간’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오전에 걸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조금 더 높고, 오후에 걸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비교적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높은 30~40대 직장인들이 주로 오후에 통화가 힘든 반면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더 통화기 용이해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 코로나19 확산 전후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혐오 발언 추이. (강태영. "코로나 이후, 반중정서는 과연 심화되었을까? :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국적 차별과 정치 성향의 정렬 현상"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 팬데믹 시대의 혐오, 횡단인문학적 접근 자료집 (2021))
▲ 코로나19 확산 전후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혐오 발언 추이. (강태영. "코로나 이후, 반중정서는 과연 심화되었을까? :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국적 차별과 정치 성향의 정렬 현상"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 팬데믹 시대의 혐오, 횡단인문학적 접근 자료집 (2021))

언더스코어는 지난해 12월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이 어떻게 변화했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포털 뉴스 댓글 데이터 수집 후 혐오발언 측정 알고리즘을 통해 혐오발언의 빈도를 파악한 결과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에는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한 혐오발언 추이에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0년 1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부터는 중국 대상 혐오 발언이 늘었다. 이용자 성향을 분석해보니 보수 성향의 이용자가 민주당 계열 성향의 이용자에 비해 증가폭이 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혐중 댓글이 크게 늘었다. 일본에 대한 댓글의 경우 코로나19 전후로 변화가 없지만 중국에 대한 혐오발언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관련 기사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기사에 전반적으로 혐중 발언이 전보다 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혐오발언이 늘어나는 ‘파급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언더스코어가 지속적으로 ‘댓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조사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조사의 한계는 과거 사건의 여론에 대한 실시간 조사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면, 올림픽 이전 여론도 알아야 하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설문조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댓글을 수집하면 유저 이력을 바탕으로 통계 모델을 사용해 특정 사건이 여론에 영향이 있었는지를 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매번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 달리 같은 사람을 추적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언더스코어는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를 활용해 ‘정말 청년 관련 기사에서는 명문대생들만 자주 등장하는지’ 분석하기도 했다. 1999년 1월부터 2021년 9월25일까지 주요 언론사의 청년이 등장하는 기사를 분석해 기사에 등장하는 청년의 소속 학교 등을 살폈다.

“실제 수험생 인구 중 상위권 대학 진학 비중에 비해 언론에 고학력자들이 훨씬 더 많이 소개됐다. 언론사 성향별로 보면 능력주의, 등록금 관련 이슈의 경우 진보언론에서 고학력자 호출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 진보 언론의 특성상 기존에 안 하던 얘기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호소력을 갖기 위해 고학력 청년을 호출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하는 가설을 세웠다.”

▲ 언더스코어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 언더스코어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언더스코어는 연구와 분석을 할 뿐만 아니라 자체 연구나 기존 연구를 가공해 ‘콘텐츠’로 만든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연구를 쉽게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댓글을 통한 여론조사 수학적으로 측정 가능할까’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실태 소득에 따라 어떻게 다를까’ ‘통계학이 말해주는 독감 백신이 안전한 이유’ ‘4·15 총선 개표조작 음모론 왜 통계적으로 틀렸을까’ 등의 영상이다. 복잡한 내용이지만 관심을 유도하고, 모션그래픽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강태영 대표는 “보통 연구를 하는 쪽이 있고, 반대로 이를 가공하고 홍보하는 쪽의 업체가 있다. 이렇게 지식 생산과 유통이 분리된 상황이었다”며 “여러 연구소에서 만든 좋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가 잘 되지 않는다. 아무리 쉽게 쓴다 해도 박사들이 쓴 내용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가공 콘텐츠를 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직접 가공해 전하는 데도 주력하고, 이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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