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디지털 콘텐츠 ‘엠빅뉴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영상을 올린 뒤 삭제했다. 엠빅뉴스는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방송인으로부터 “정보에 대한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는 비판을 받았다. 엠빅뉴스 측은 해당 지적을 받아들이며 영상을 삭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엠빅뉴스는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위기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MBC 자체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부족으로 러시아 침공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MBC 디지털 콘텐츠 ‘엠빅뉴스’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영상 썸네일. 사진=MBC 홈페이지 갈무리
▲MBC 디지털 콘텐츠 ‘엠빅뉴스’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영상 썸네일. 사진=MBC 홈페이지 갈무리

엠빅뉴스는 영상 하단에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주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에서 대통령이 된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도 비판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26일 삭제됐다. 유튜브에서 먼저 비공개 처리가 됐고 이후 MBC 자체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영상이 내려갔다. 해당 영상이 삭제되기 전 엠빅뉴스 유튜브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방송인의 비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과거 KBS 1TV ‘이웃집 찰스’에 출연했으며 지금은 MBC every1 ‘대한 외국인’에 출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방송인 겸 모델 올레나 시도르추크는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 뉴스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영상을 만드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거 알겠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여론몰이를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KBS '이웃집 찰스'에 출연했던 올레나.
▲KBS '이웃집 찰스'에 출연했던 올레나.

올레나는 이어 “원하는 그림만 보여주고 일부 팩트만 이야기하면서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게 선거를 잘하자’는 메시지를 푸쉬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언론사가 할 짓인가”라며 “언론사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투표한 우크라이나 국민 72%가 바보라고 생각하는가. 우크라이나 정치 배경을 1도 모르니까 우리의 이런 선택을 절대 이해 못 하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젤렌스키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고 올바른 정책 덕분에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어느 때보다 통합됐다. 우크라이나가 8년째 전쟁 중인 걸 잊지 말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프레이밍도 적당히 하는 게 능력이다. 개인 유튜브도 아닌 언론 매체인데, 언론인답게 중립적으로 뉴스를 보도해라”라며 “이런 행위는 언론이라는 탈을 씌운 가짜뉴스에 불과하다. 최소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 시청자들을 위해 선을 지킬 줄 알아야 하며 그것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비판했다.

▲현재 MBC 홈페이지와 엠빅뉴스 유튜브 채널에서는 관련 영상이 삭제된 상태다. 사진=MBC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MBC 홈페이지와 엠빅뉴스 유튜브 채널에서는 관련 영상이 삭제된 상태다. 사진=MBC 홈페이지 갈무리

엠빅뉴스는 이 같은 올레나의 지적을 받아들이며 해당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다만, 영상 자체에 있어 팩트 왜곡 등의 과정이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엠빅뉴스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서 뉴욕타임스, BBC, 로이터 등 젤렌스키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보도가 있어 아이템을 제작했다”며 “러시아의 침공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전달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 기획이었으며, 관련 내용은 국내 언론들에서도 이미 다뤄졌던 내용들로 팩트가 틀린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부 우크라이나인 시청자가 해당 콘텐츠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반응을 접하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가졌다. 논의 결과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콘텐츠에 대해 우크라이나인이 불편함을 느낀 이유에 대해 제작진도 공감하고 비공개 처리하기로 했다”며 “엠빅뉴스 제작팀은 어떤 이유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논조의 보도가 엠빅뉴스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닌 만큼 MBC 일각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엠빅뉴스 영상 공개에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 24일 “러 침공 예측 못하고 위기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했던 기사다. 박 장관은 이에 ‘외교 결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데일리, 매일경제 등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보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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