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소폴리틱스. 누군가는 귀여운 모습의 정치 성향 테스트를 만든 곳으로 알고 있을 수 있다. 옥소폴리틱스(이하 옥소)가 제공하는 테스트는 우리의 정치 성향을 호랑이, 하마, 코끼리, 공룡, 사자로 알려준다. 각각 진보, 중도 진보, 중도, 중도 보수, 보수를 뜻한다. 5개 동물들은 옥소 안에서 ‘부족’으로 나뉜다. 

5개 부족이 매일 옥소에 올라오는 정치 질문들에 찬반을 표현하고, 사이좋게 의견을 나누게 한다. 댓글과 톡을 통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총 회원수 10만 명, 월 12만 명의 방문자를 가진 정치 플랫폼이다.

▲옥소폴리틱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옥소폴리틱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자신의 부족을 정하는 정치성향 테스트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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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향 테스트를 거치면 자신의 정치성향을 진보, 하마, 코끼리, 공룡, 사자로 알려준다. 각각 진보, 중도진보, 중도, 중도보수, 보수를 뜻한다.

옥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트위터를 거쳐 에어비앤비 개발자로 일했던 유호현 대표가 2020년 7월 창업한 정치 스타트업이다. 유호현 대표의 형제 유찬현대표도 엔지니어로 합류해 함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대선이라는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정치 스타트업’이라는 옥소는 얼마나 분주한지, 지금까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오전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호현·유찬현 대표와 화상으로 진행했다. 두 대표 답변은 구분 없이 ‘옥소’ 입장으로 정리했다.

▲옥소폴리틱스 유호현·유찬현 대표. 사진출처=옥소폴리틱스. 
▲옥소폴리틱스 유호현·유찬현 대표. 사진출처=옥소폴리틱스. 

- 옥소는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에코 체임버 현상(확증 편향)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의 모든 생각’을 알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밝혀왔다. 1년 더 넘게 운영해왔는데 성과가 있다고 생각하나?

옥소: “우선 월 방문자가 12만 명을 넘는 등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예상보다 이용자들이 굉장히 빨리 늘어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늘어난 것도 분명 있다. 또한 옥소에 정치 질문이 매일 2~3개씩 올라가는데 응답도 대부분 1000개가 넘는다. 옥소의 성과를 짚자면,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정치 플랫폼 자체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보통 정치 커뮤니티는 어떤 성향의 사이트라고 수식되기 마련이다. 옥소는 5개 부족 유저들이 함께 정치 이야기를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특정한 성향이 없는 정치 커뮤니티다.”

- 옥소에서 각 부족 내 지지를 받으면 베스트 댓글에 올라가 5개 성향의 댓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것이 확증 편향을 없앨 수 있다고 본 장치인데 그 효용을 느낀 적 있나?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유저들이 어떤 특정 부족의 반응이 적으면 예를 들어 ‘왜 호랑이(진보 유저)들 안 오냐’고 기다린다. 플랫폼 초기에 ‘사자’(보수) 유저들이 많았다. 사자들만 많으니 ‘호랑이 언제 오냐’, ‘하마 언제 오냐’라면서 다른 부족들을 기다렸다. 호랑이나 하마들이 나오자 매우 친절하게 대하면서 같이 놀기를 원했다. 현재 호랑이 유저들도 많이 늘어났다. 보통 다른 플랫폼에선 없는 일 같다.”

▲최근 옥소의 글 중 5개 부족들이 나란히 분포되어 있는 질문이었던 ‘살찐 고양이법’ 관련 게시물. 
▲최근 옥소의 글 중 5개 부족들이 나란히 분포되어 있는 질문이었던 ‘살찐 고양이법’ 관련 게시물. 

논쟁은 있어도 혐오는 없는 커뮤니티 장치들

- 5개 부족을 나눈 것만으로 이들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것일까?

“5개 부족이 서로 자신의 부족을 드러내고 글을 쓰고 댓글을 달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와 다른 성향의 유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는 입장을 깔고 이야기한다. 또한 하나의 정치 사안에 5개 부족의 베스트 댓글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입장을 습득한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저런 입장을 가지는 거구나’, ‘정치인 OOO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예 말이 안 통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생각이 있었구나’라고 알게 된다.
하나 더 옥소에는 대댓글(댓글 아래 또 댓글을 다는 것) 기능이 없다. 몇몇 유저들이 댓글을 달면서 계속 싸우는 분위기가 아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하는 톡 기능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톡에서는 실시간 채팅처럼 흘러가는 시스템 때문에 논쟁이 격렬해져도 댓글 화면에는 정리된 댓글들이 보인다. 여러 장치들 때문에 논쟁은 있어도 혐오는 없는 플랫폼이라는 평가가 있다.”

- 최근 각종 커뮤니티들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싸움도 격렬하다. 어쩌면 합리적 논쟁 위주로 펼쳐지는 플랫폼이 심심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텐데?

“정치의 본질은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스포츠 본질도 전쟁이라고 한다. 스포츠는 다양한 경기가 있다. 격투기처럼 피 흘리면서 정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축구처럼 어린아이들도 함께 지켜볼 수 있도록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옥소 구조 안에서는 격투기가 아니라 축구 경기를 하듯 정치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있다. 서로 이해하고 투표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정치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것.
최근 옥소 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는데 ‘나와 의견이 다른 저 사람도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대화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누군갈 우리 편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하게 됐을까’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소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옥소폴리틱스 두 대표의 모습. 
▲옥소폴리틱스 두 대표의 모습. 

- 옥소에서 제공하는 정치적 질문에 OX를 선택하는 것이 주요한 콘텐츠다. OX만으로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운 정치 사안들이 많은데.

“어떤 이유 때문에 O, △, X를 눌렀는지 댓글을 통해 드러낼 수 있다. 우선 OX 시스템을 이용한 이유는, 정치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유저 가운데 가입한 지 10년이 됐어도 댓글 하나 안 쓰는 유저들이 많다. 그러나 OX를 누르는 가벼운 행위는 평소에 댓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참여한다. OX가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까지 포함하면 10개 질문만 되어도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매우 가볍게 유저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고, 동시에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수단이다.
정치 커뮤니티는 우선 마켓(market)이 좁다. 이 때문에 정치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유저 자체를 늘리고 가볍게 참여시키는 것도 옥소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정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내부 콘텐츠팀이 노력하고 있다. 각 사안에 대해 주요 정치 주체들이 한 말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거나 정치 용어 사전을 첨부하고, 옥소만의 콘텐츠 등을 발행하는 일도 하고 있다.”

- 여러 부족들이 합리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이상적인 건 알겠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정치적 성향이 변화하는 일도 있을까?

“옥소가 매일 올리는 질문을 하나하나 응답하다 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지점이 생긴다.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다양한 부족의 댓글을 죽 읽어보면 ‘이런 부분도 있었구나’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진영 논리로, 혹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만든 정책이니 옳고,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만든 정책이니 틀리고,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면 그게 아니라 각 사안마다 자신의 의견이 생기게 된다. 결국 맹목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생각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옥소폴리틱스 목표를 담은 자료. 
▲옥소폴리틱스 목표를 담은 자료. 

“기술, 세상 바꿨지만 정치는 못 바꿔, 옥소가 바꾸고파”

- 유호현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했고 트위터에서 한국어 자연어처리팀을 총괄하다가 에어비앤비로 옮긴 후 퇴사했다. 정치 스타트업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새로 나왔지만 페이스북을 넘지 못했다. 나 역시 창업을 한다면 절대 SNS 분야로 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 문제를 해결한 SNS는 없었다.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수천개의 댓글이 달려도 무슨 말을 하는지 정리도 안 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댓글 가운데 의미 있는 걸 찾아내기도 어렵다. 지지자들끼리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결국 사회는 양극화돼 싸우기만 하고 SNS 속에서 확증 편향이 심해진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상 문제를 풀어갔지만 정치 문제만큼은 못 풀었다는 생각을 했다.”

- 역시 트위터에서 있었던 경험이 정치 스타트업을 만들게 된 계기일까?

“직접적 계기는 오히려 에어비앤비에서의 경험이었다. 현실적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해 에어비앤비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랬다. 또한 에어비앤비 등에서 일하면서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을 봤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데이터를 가지고 결정하는 문화. 그런 문화가 정치에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정치 영역에서 내리는 결정들은 굉장히 중요한 결정들이 많다. 정리된 데이터 없이 특정 목소리만 듣고 싸우는 모습보다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정교한 데이터를 갖고 더 좋은 결정들을 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옥소폴리틱스 이용 화면. 
▲옥소폴리틱스 이용 화면. 

- 매달 구독료를 받는 유료회원제, 맞춤형 보고서를 만들어주는 데이터회원제, 의원을 대신해 답변을 정리해주는 컨설팅 서비스 등도 준비 중이라고. 이것들의 진행 상황은?

“‘옥소 PRO’라는 앱을 통해 정치인들이 쓸 만한 앱을 만들고 있다. 정치인 발언이나 특정 행위 이후 실제 지지율 변화는 어떤지 볼 수 있고 관련 데이터를 쉽게 받아볼 수 있도록. 올 상반기가 끝날 때 쯤 선보이려 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옥소 사용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 특히 올해는 ‘선거의 해’인데 정치 스타트업인 옥소가 더 보여줄 것이 있을까?

“우선 시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후보를 더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공약 관련 테스트를 서비스했다. 내가 관심있는 정책을 어떤 정치인이 공약했고 어떤 내용인지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다만, 옥소가 추구하는 정치 플랫폼은 선거 때 잘하는 스타트업은 아니다. 선거 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정치 서비스가 정말 많다. 옥소는 지금까지 선거를 두 번 정도 치렀는데 선거 때 이용자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선거가 끝나고도 언제든지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 데이터들이 쌓여가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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