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아는 사람만 아는 경향이 있어요.”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한 유튜버가 최근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한 말이다. 구독자가 많은 채널이지만, 그는 자신의 인지도가 높지 않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최근 유명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계기로 채널 유입이 크게 늘었다며 기성 미디어가 여전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을 넘겼고, 정치권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적지 않은 언론은 ‘유튜브의 책임’을 물으며 규제를 촉구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당연히 유튜브에 더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유튜버의 말처럼 취향 중심으로 추천되는 유튜브 채널은 유통이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지엽적인 유통을 ‘보편적인 유통’으로 바꿔온 주체는? 바로 언론이다. 

[관련 기사: ‘커뮤니티 받아쓰기’ 언론, 이대로 괜찮은가]
[관련 기사: 살라미 전술로 젠더 갈등 키우고 ‘잭팟’ 터뜨려 환호하는 언론]

▲ 사이버불링의 주체는 '언론'이기도 하다.
▲ 사이버불링의 주체는 '언론'이기도 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잼미에게 이른바 ‘남성비하’라는 낙인이 이뤄질 당시인 2019년 7월10일부터 사흘간 포털 네이버에 실린 관련 기사는 총 135건에 달했다. 여기에는 매일경제, 한국경제,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 ‘메이저 언론’이 다수 포함돼 있다. 주요 언론사들이 낙인 찍기에 동참했고, 혐오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기사 제목을 보면 ‘BJ 잼미, 생방송서 '남성 비하' 행위 논란 "선을 넘는 건가?"’ ‘'남성 비하 논란' 잼미 누구? 상큼 섹시한 코스프레 의상 공개’ ‘문제 많은 BJ들, 이번엔 잼미…남성 비하 사과했지만 논란 여전’ 등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남성비하’의 개념이 무엇인지, 해당 표현이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 잼미의 입장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취재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언론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경에 대한 악의적 정보, 지하철에서 남성들이 쓰러진 여성을 돕지 않았다는 주장, 혐중정서를 부추기는 온갖 게시글을 검증 없이 퍼뜨리는 기사 등 혐오차별을 부추겨 ‘클릭’으로 만들어내는 건 유튜버만이 아니다. 언론 역시 ‘사이버렉카’와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지 오래다. ‘유사언론’도 아닌 ‘주요 언론’이 이 같은 행보에 앞장섰다. 조선일보 사보에 따르면 온라인 대응을 전담하는 조선NS 기사의 조선일보 내 PV(페이지뷰) 점유율이 55%를 넘어섰고, 한경닷컴에서 기자 PV(조회수)를 기준으로 상을 준 일도 있다.

미디어오늘이 온라인 대응 전담 기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종사자들의 업무 환경과 의식을 엿볼 수 있다. “PV만 바라보는 입장에서 젠더 이슈는 단연 백지수표이자 잭팟이다.” “사실 확인을 하기보단 일단 받아쓰게 된다. 언론이 다룰만한 주제인지 고민할 시간도 없다.” “커뮤니티 한 번 보면 기사가 될 듯한 느낌이 드는 글들이 있다.” “유명인 A씨에 대한 내용이 있으면, 그 사람이 누군지 파악하지 않고 일단 받아 쓴다. 유명인이 엮인 글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핀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혐오와 차별 문제가 이어지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언론은 ‘남다른 지위’이기에 항상 예외라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가 혐오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카카오 서비스 내 게시글에 적용하지만 언론 기사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역시 혐오, 차별에 관한 정책을 마련했지만 포털은 적용 받아도 ‘포털 속 언론 기사’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 결과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정보와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과 같은 정보는 심지어 유튜브에서조차도 제재를 받고 있지만 포털 제휴 언론이 전하는 순간 ‘불가침’의 영역이 된다. ‘수익을 위한 대응’을 하면서도 ‘남다른 지위’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도 이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커뮤니티 받아쓰기, 선정적인 외신 인용 등 가십 기사를 ‘저질 기사’로 분류하고 ‘NG팩터’를 적용하고 있다. NG팩터가 적용된 언론은 해당 기사로 인한 수입이 급감한다. 그러나 이 경우 언론이 기사 수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고, 현재 포털이 일정 부분 수익 최저치를 보전해주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 네이버가 언론사에 배포한 설명 자료 갈무리
▲ 네이버가 언론사에 배포한 설명 자료 갈무리

NG팩터 제재를 제휴 심사에 적용하면 어떨까.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제휴 심사 기구’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내용 심의’ 기능은 사실상 없다. 이는 주관적 심의로 인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오늘 날 선 넘은 혐오를 쏟아내는 언론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성 보도 등 일부 보도에 한해 특별심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관적 심의가 아닌, 이미 포털이 만든 NG팩터 제재 기준과, 그간 적용해온 데이터를 ‘수입 감소’ 뿐 아니라 ‘언론 제휴심사’에 연동하면 된다. 포털이 주관적 결정을 내릴 수 있기에 제휴평가위가 포털의 데이터를 토대로 심의를 거치고, 이 내용을 일체 공개하고,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 검증을 받았던 것처럼 ‘적절성’에 대한 외부 검토를 추가로 받아 오남용 소지를 줄이는 방식도 있다.  

언론은 온라인 공간 속 콘텐츠가 논란이 될 때마다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다. 책임 촉구의 요지는 ‘방치하지 마라’ ‘문제가 있으면 콘텐츠 및 채널 삭제 등 더 강하게 대처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언론의 기사’ 만큼은 플랫폼에 ‘더 강하게 규제하라’는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언론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면서 지금처럼 예외로 남게 되면 또 다시 비극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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