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지난 2020년 2월 대규모 코로나19 확진 사태 근거지였던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대구교회를 압수수색하라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지시를 거부한 배경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영매 이만희 신천치 총회장은 건드리지 말라’는 건진법사의 발언이 나온 세계일보 보도에 따른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고발 조치뿐 아니라 당내 종교위원회까지 나서서 신천지와 윤 후보 관계를 촉구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측도 이 후보를 직접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이유 놓고 진실 공방

더불어민주당 기독교·천주교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종교위원회는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고대에나 있을 법한 ‘무속과 주술’ 논란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윤 후보는 신천지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해명하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은 지난 11일 종편4사·보도채널2개사 등 6개사 공동 초청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키웠다.

당시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코로나 방역 질의에 되레 “신천지가 코로나 방역을 거부했을 때 법무부장관이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는데, 복지부 의견을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했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며 “그런데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건진법사라는 사람이 ‘이만희를 건드리면, 영매라서 당신에게 피해가 간다’는 말을 듣고 압수수색을 포기했다고 나왔다. 또 최근 ‘우리 교주가 윤 후보 덕분에 살았으니까 빚 갚아야 한다, 빨리 다 (국민의힘에) 입당해가지고 경선을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는 양심선언이 나왔지 않느냐. 진짜로 압수수색을 안 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윤 후보는 “근거없는 네거티브를 말씀하는데, 당시 복지부가 ‘30만이 되는 신도가 반발할 경우 관리가 안 되니까 강제 수사는 지금 단계는 무리다. 조금만 미뤄달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중대본과 함께 대검에 디지털수사관을 투입, 압수수색보다 광범위하게 신천지 과천본부 서버를 다 들고 와서 중대본에 넘겨줬다. 또 우리 대검에 디지털수사관들을 한 달 간 붙여 전부 포렌식해서 넘겼다”며 “복지부에서 당시 중대본에 파견 나가있던 이모 국장이 우리에게 ‘이거 30만 되는 사람이 반발하면 도저히 뒷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장관 압수수색 지시에 대해 윤 후보는 “완전히 쇼다. 압수수색 지시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하는 것에 기자들이 전부 웃었다”며 “그 당시 이 후보나 추미애 장관 모두 튀는 행동을 하고 싶어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17일 오후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선대본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17일 오후 성남시 야탑역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선대본부

그는 이어 “그날 아침에 대검에서 여기에 대한 강제수사를 논의하고 중대본에 한번 물어보고 하자고 해서 과장들을 세종시로 보냈는데, 아마 대검에 있는 간부들이 장관한테 ‘총장이 압수수색할 텐데, 장관이 선수를 치십쇼’라고 그런 모양”이라며 “이걸 언론에 풀면서 압수수색 지시가 내려왔다. 완전히 코미디 같은 쇼다. 다 웃었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감염병법 위반에 따른 압수수색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된다”며 복지부 의견을 들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했고, 강제 수사보다 임의 수사가 더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만희 영매설, 조선일보 아닌 세계일보가 단독보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내용은 ‘이만희 영매설을 조선일보에서 봤다’는 이재명 후보 발언은 정확한 얘기가 아니다. 이만희 영매설은 세계일보가 지난달 17일 단독보도 ‘“윤석열 일정·메시지 뒤집기도”… 캠프 업무 전반 관여 의혹’에서 처음 거론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건진법사 전씨의 지인은 전씨가 “윤 검사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국민들에게 윤석열을) 각인시키려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지를 물어온 적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씨가 “이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라며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다독여줬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세계일보 보도가 전한 내용이었다. 

조선일보가 이만희 영매설을 보도한 건 지난달 27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 세계일보 보도에서 언급된 “2020년 2월 건진법사의 ‘대통령 하려면 영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를 부드럽게 다루라’는 조언”을 들어 “(이) 조언을 따른 점에 비춰도 그런 의도가 노골적”이라고 비판한 부분을 인용 보도한 것이 첫 보도였다(1월27일자 ‘추미애 “尹, 대통령 꿈꾸며 조국 함정수사… 역모에 가까워”’).

다만 조선일보는 세계일보 보도보다 앞선 지난달 10일 칼럼니스트인 조용헌씨가 쓴 ‘조용헌 살롱-둔갑술과 검법’이라는 칼럼에서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돼 있다. 그중의 하나가 J도사”라며 “손바닥의 ‘王’자도 이 도사 작품”이라고 보도해 큰 파장을 낳았다. 이 칼럼은 조선일보 온라인 사이트에는 남아있지만 포털에는 삭제돼 있다.

李 측 공세, 신천지 집단 국민의힘 입당 권유설도

김회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종교위원회 위원들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의 2년 전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 거부가 “참 이해되지 않는다”며 “복지부 의견이 법률상 규정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보다 우선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한 윤 후보 중심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것이냐”며 “고도의 이성적 판단이 요구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한 나라의 검찰총장이 무속인 조언을 받아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면 윤석열 후보가 주장하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은 무엇이냐”고 했다.

이들은 신천지가 윤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폭로도 유착 근거로 내세웠다. 노컷뉴스는 지난 10일 ‘[단독] 신천지 간부 탈퇴자, “윤석열 위해 당원 가입하라 지시” 폭로’에서 신천지 간부 탈퇴자인 A씨가 “이만희 총회장이 (구속됐을) 당시에 편지를 하나 써 주셨는데 어떤 한 사람이 나를 도와줬다는 식의 내용이었다”며 “그 한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이고 그 덕분에 나올 수 있게 됐으니까 우리가 은혜를 갚아야 되지 않겠느냐 해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씨가 “(포털사이트) ***에 들어가서 가입할 수 있고 1000원인가 3000원 이상인가를 내면 (당원) 가입할 수 있으니까 가입해서 윤석열 총장이 대표(후보)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 그 내용을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민주당 종교위원들은 “이런 의혹에 대해 윤 후보와 박빙의 경선을 치렀던 홍준표 의원도 ‘경선 직후에 알았다’, ‘신천지의 개입은 이번만이 아니다’, ‘누가 주도했는지 짐작이 간다’며 사실상 신천지의 윤석열 후보 지원설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언주 전 의원도 신천지 윤 후보 지원 논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곤 목사 등 목회자 249명도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이비종교집단이 최근 국민의힘에 대거 입당해 경선 과정에 윤석열씨를 집중 지원함으로써 대통령 후보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하니 평소 신천지를 경계해 온 한국교회 1000만 성도들과 목회자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신앙의 정체성도 불분명한데다가 사이비 이단과 주술가 사주나 믿고 있다면 이는 개인 불행을 넘어서 선량한 국민 전체의 불행임을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종교위원들은 신천지 상징과도 같은 이만희 교주의 L자 손가락 V자 표시와 윤 후보의 L자 손가락 V자 표시는 과연 우연의 일치이겠느냐고도 했다.

국민의힘 “사실 아니다” 강력반발, 이재명 고발

윤석열 선대본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후보의 토론회 문제 제기 직후인 지난 12일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27년간 검찰에서 증거와 법리에 입각한 합리적 수사와 공소 유지를 해왔다”며 “무속인이 의사 결정에 관여한다는 식의 허위 프레임은 비웃음을 살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요한 문제로 판단해 대검 과장을 중대본에 보내 회의하도록 했고, 이강립 복지부 차관을 필두로 중대본이 압수수색을 강력히 반대하자 이를 수용하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했다”며 “이런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을 지켜보고 관여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어떻게 무속인 말을 믿고 압수수색을 막았다는 헛소리를 할 수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윤석열 선대본부 법률지원단은 이에 지난 15일 이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 양부남 이재명 후보 선대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장,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 4인을 허위사실공표,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 법률지원단은 고발 논평에서 “피고발인들이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무속인 건진법사에게 신천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문의하고, 건진법사 조언에 따라 압수수색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방송, SNS, 기자 브리핑을 통해 연달아 유포했다”며 “허위사실만을 근거로 해 윤 후보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 법률지원단은 “윤석열 후보는 당시 강제수사가 개시될 경우 방역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중대본 입장을 반영해 영장 반려를 지시했으며 건진법사에 이를 문의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대선 정국을 어떻게든 흔들어보고자 말도 안 되는 ‘무속인 프레임’으로 유권자 선택을 방해하는 행위는 중대 범죄로,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한다”고 했다.

핵심은 건진법사와의 관계… 尹 “선대본부 고문준 적 없어”

윤 후보 법률지원단이 건진법사에 압수수색 영장 문의를 한 적 없다고 밝혔으나 이재명 선대위와 민주당이 계속 공세를 벌이는 까닭은 건진법사와 윤 후보 측의 관계가 말끔하게 해소됐다고 보지 않아서다. 

윤 후보 측은 건진법사 측에 선대본부 고문직함 등을 준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지난달 17일자 기사로 건진법사 전씨의 선대본부 개입설을 보도했을 때 윤 후보 측은 전씨가 선대본부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당시 전국네트워크위원회가 “보도에 거론된 전모씨는 선대본부 전국네트워크위원회 고문으로 임명된 바가 전혀 없다”며 “무속인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사)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 직책으로 안다. 해당 인사가 전국네트워크위원회에 몇 번 드나든 바는 있으나 선대본부 일정, 메시지, 인사 등과 관련해 개입할 만한 여지가 전혀 없었음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전씨가 선대본 직원을 지휘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윤 후보는 당 관계자로부터 전씨를 소개 받아 인사한 적 있지만 선대위에서 어떤 직책을 맡긴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전씨가 후보 일정이나 메시지 작성 등에 관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황당한 얘기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윤 후보는 지난달 1일 신년을 맞아 선대본부가 입주한 대하빌딩을 돌며 근무자들을 격려했는데 전씨가 당시 수십 개의 선대본 사무실 중 네트워크위원회 사무실을 들른 윤 후보에게 해당 사무실 직원들을 소개했을 뿐이고 후보는 친근감을 표현하며 다가선 전씨를 거부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씨 자녀도 수십 개의 부서 중 하나인 네트워크위원회에 자원봉사했을 뿐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은 전혀 하지 않았고 전씨에게 고문 직함을 준 일도 없다고 이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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