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으로 호평을 받아온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가 시청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어 더빙을 중단하면서 시청 약자들의 접근권이 약화됐다는 이유다.

EBS ‘위대한 수업’은 그동안 본방송을 한국어 더빙판으로, 온라인 다시보기는 더빙판이나 자막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왔다. EBS가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공동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계층 간 지식 격차가 심화하고 SNS를 통해 가짜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적으로 보급해 방송과 랜선으로 ‘지식의 민주주의’ ‘교육혁명’을 구현한다는 목표”라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배너 이미지 ⓒEBS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배너 이미지 ⓒEBS

그러나 지난 1일부터 더빙 방송은 중단됐다. EBS는 지난달 28일 “작년 8월 첫 방송 이후 더빙 대신 강연자 목소리(원어)로 듣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위대한 수업은) 더빙 방송에서 자막 방송으로 변경된다”고 공지했다. 더빙과 자막을 모두 이용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에서 더빙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EBS 결정에 더빙판 중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17일 시청자 게시판에 “시각 장애가 있거나 빠르게 지나가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더빙이 꼭 필요하다. 하물며 현 시대 최고 지식인들의 강의를 TV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귀한 프로그램이 자막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전해지지 못하고 정보 습득 격차가 생긴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별과 격차, 인권에 대해 논하는 철학자와 지식인 분들을 모셨으면서 정작 차별을 만들어내는 이런 방침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더빙이 없으면 더 이상 위대한 수업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17일 현재 80건 가까운 '더빙 중단 반대' 의견이 게시됐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17일 현재 80건 가까운 '더빙 중단 반대' 의견이 게시됐다.

EBS의 올해 주요 추진 과제에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교육 회복 및 교육 격차 해소 △중·노년층 및 사회적 소외 계층 콘텐츠 강화 등이 명시돼 있다고 꼬집은 시청자도 있었다. 이 시청자는 “EBS가 2022년 경영 목표와 추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실 수 있기 바란다. 이를 근거로 ‘TV 수신료 정상화’를 이루기 바란다”면서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달성 못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EBS는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17일 EBS에 더빙판 제공을 중단한 이유, 더빙판 재개 계획 등을 물었으나 구체적 답변은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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