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이사들이 교육공영방송인 EBS가 대선 국면에서의 교육정책 의제를 선도할 필요성을 당부했다. 15일 공개된 지난해 12월 EBS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사 다수가 이 같은 EBS 역할을 강조했다.

정미정 이사는 당시 회의에서 “대선과 관련된 여러 보도 담론, 대중들의 정서, 코로나로 인한 정서를 보면 혐오와 차별, 증오 이런 것이 굉장히 팽배해 있다”며 “충돌과 갈등이 격화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교육공영방송이라는 EBS가 어떤 구체적인 모토와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야 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매번 우리는 학교교육 보완, 평생교육, 민주적인 교육발전을 이야기한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적인 교육발전의 영역에서 교육공영방송이 할 수 있는 것은 뭘까”라며 “선거 국면에서 당연히 교육정책에 대한 방향성 제시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EBS의 처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고, 수신료 등등 관련된 법안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이 나라의 교육정책에 대해서 뭔가 의제를 던지고 선도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 EBS 사옥 ⓒEBS
▲경기도 고양시 EBS 사옥 ⓒEBS

유시춘 이사장도 “새롭게 유권자로 진입하는 청소년들도 다 EBS를 보고 수능공부를 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해서 EBS의 정체성을 살려가면서 첨예한 대립과 격화되는 이 증오, 혐오, 갈등은 피해가면서 어떤 컨셉을 잡을 수는 없을까, ‘국가의 중대사가 있음에도 EBS라고 해서 완전히 100%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종대 이사의 경우 “한국 사회가 과도하게 정치 과잉사회라서 조금만 문제제기를 하면 정치의 논란이 되다 보니 그 부분을 피해야 되는 고민들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 EBS가 교육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EBS에 전문가들이 있나, 정말 전문가의 전문 프로그램이 있나’ 부분에 좀 더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열 EBS 부사장은 이에 “교육정책, 미디어 정책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EBS도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며 “가령 과거 ‘대학입시의 진실’ 6부작이 대학 입시정책을 변경시켰다. 대학 입시정책이 1년 지연돼 정시 비중이 늘어나고 학적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학교란 무엇인가’ 9부작도 학교 현장을 바꿨다. EBS적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비판을 하는 게 아니고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1년에 몇 개의 작품들은 크게 다루고 있다”고 답했다.

정 이사의 경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들을 ‘MZ세대’로 통칭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정 이사는 “왜 교육공영방송인 EBS가 ‘MZ세대’라는 표현을 문제의식 없이 비판적이지 않게 활용을 하는지 이상하다”며 “거의 20살부터 40살까지를 한 세대라고 지칭하는 이상한 풍조가 방송기본계획에 두루두루 들어가 있다. 이상한 틀을 이렇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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