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장 지시에 따라 업무추진비로 구매한 커피 상품권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공무원에 대한 정직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지난 10일 확정됐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소송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항소를 포기해 소 제기 10개월 만에 1심 판결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커피 상품권 징계’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2020년 3월 발생했다. 경기도는 그해 5월 ‘소극행정 실태 특별조사’를 실시, 상품권 유용 명목으로 남양주시 팀장급 공무원 A씨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토록 했다. 

경기도 주장은 남양주시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비상 근무를 하는 보건소 직원 20명을 격려하려 스타벅스에서 장당 2만5000원짜리 상품권을 20장을 구매했는데, 정작 보건소 현장근무자에게는 10장만 주고 나머지 10장은 편취하여 격려금품 지급 비대상자인 남양주시 비서실·총무과 직원과 나눴다는 것이다.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해 특정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결과 초래”했다는 게 당시 경기도 감사관실 판단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광한 남양주시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조광한 페이스북·노컷뉴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광한 남양주시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조광한 페이스북·노컷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A씨 행위는 사적 유용에 해당하지 않는 정당한 업무추진비 집행이라며 재심의 신청을 하는 등 반발했지만 경기도는 2020년 9월 조 시장의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재명 지사는 SNS에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간호사들에게 줄 위문품을 절반이나 빼돌려 나눠 가졌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조 시장은 2020년 11월 경기도인사위원회에 징계 및 징계부가금 부과 의결을 요구했고, 경기도인사위는 A씨에게 정직 1개월에 징계부가금 1배에 처하는 의결을 내렸다. 조 시장은 경기도인사위 의결에 따라 2020년 12월 A씨에게 정직 1개월에 징계부과금 25만 원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1월 경기도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 청구를 했으나 경기도소청심사위는 A씨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처분권자인 조 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의정부지법 행정1부(오병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A씨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대상자들에게 적법하게 경비를 사용했다고 판단되고, 이 사건 행위가 예산을 유용하거나 회계 질서 문란을 도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렇다면 이를 지적하는 A씨 주장은 이유가 있고, 이 사건 징계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직 경기도 공무원 폭로로 드러난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불법 의전과 경기도 법인카드 및 공무원 사적 유용 정황이 대선 최대 이슈로 꼽히는 가운데, 이 후보의 지사 시절 징계권 남용이 재판에서 확인된 만큼 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방법과 계곡 주변 불법 건축물 철거 정책 ‘원조’ 논쟁으로 이 지사와 대립했던 조 시장의 비판 수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조 시장은 10일 재판이 확정되자 SNS에 “막대한 소송 비용과 정신적 피해는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라며 “공직 부패 청산과 공정 감사를 공언한 경기도가 이 후보 배우자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할 계획인지 묻고 싶다. 경기도는 우리 시와 직원에게 적용했던 기준 그대로 한 치의 의혹 없이 담당 감사관과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시장은 11일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는 남양주시에 어마어마한 부정이 있는 것처럼 매도했다”며 “이 후보는 당시 SNS에 ‘간호사들에게 줄 위문품의 절반을 빼돌렸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런 악의적인 말이 어디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조 시장과의 갈등 관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 동네(남양주시)에서 물고 뜯는 걸 내가 굳이 언급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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