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유튜브 콘텐츠로 인한 병폐가 드러났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 잼미를 향한 사이버불링 영상과 악플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14만 명이 동의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규제’를 목소리 높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마련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독일 네트워크법 도입돼도 ‘기각’ 가능성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공통적으로 이번 문제의 대안으로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Netzwerkdurchgesetz)’을 제시했다. ‘독일에는 사업자가 혐오 콘텐츠를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는 취지로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후 이 법이 ‘만능 열쇠’처럼 회자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법이 국내에 도입된다 해도 ‘사이버렉카’ ‘사이버불링’ 등 행위를 한 가해 유튜버나 악플러를 조치하긴 쉽지 않다. 실제 유튜브가 공개하고 있는 독일 네트워크법 처리 내역을 보면 삭제나 차단하지 않은 내역이 83.37%에 달한다. 특히 유튜브는 독일 네트워크법 처리와 관련 “명예훼손 및 모욕의 경우 소수의 사례만이 명백한 불법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유튜브 공간에서 사이버불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 유튜브 공간에서 사이버불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의 네트워크법은 사업자가 검토한 결과 해당 게시글이 법에 규정된 불법이 맞을 경우만 삭제한다. 독일은 형법에 인종차별, 나치 선동, 테러조직 지원, 성적지향 및 신체적 안전함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위협 등을 규제하고 있다. 잼미에게 행해진 공세의 경우 혐오의 맥락에서 벌어진 건 맞지만, 콘텐츠 자체가 명시적으로 법을 위반한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독일 법은 형법에 명시된 불법행위를 연동한 것으로 한국으로 치면 ‘불법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같다”며 “한국은 불법정보는 물론 유해정보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미 심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물론 독일법은 처벌이 강하다는 차이는 있는데, 처벌 강화를 논의하게 되면 언론중재법 당시 불거진 논란이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혐오표현 ‘처벌’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저서 ‘말이 칼이 될 때’를 통해 혐오차별 표현을 형사처벌할 경우 △법이 기준을 제시하면 처벌을 피하는 표현을 쓰는 전략적인 발화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대신 감정적인 사람들만 심판 받을 우려가 있고 △충분히 문제적인 표현을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제 없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고 △처벌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데다 시행 중인 국가의 실제 집행 내역도 미미한 점 한계를 지적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대안으로 조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도입됐다 2012년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된 전례가 있다. 실명제 도입 당시인 201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방 게시글이 실명제 이전 13.9%에서 실명제 이후 12.2%로 줄어들어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방치’ 비난 넘어 ‘투명성’ 초점 맞춰야

유튜브에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지다시피하고 있다. 유튜브가 ‘혐오콘텐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일리 있지만 혐오표현 대응 정책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미디어오늘은 구글코리아에 사이버 폭력, 명예훼손, 악플 등 방지를 위한 정책 현황을 문의했다. 구글코리아는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는 유튜브 내 허용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다”며 “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폭력 혹은 증오를 조장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책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구글코리아는 “반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의 계정은 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혐오표현과 관련 구글코리아는 “증오심 표현은 허용하지 않는다”며 “유튜브에서 댓글을 게시할 경우에도 영상과 마찬가지로 커뮤니티 가이드를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가 전보다 적극 심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가 지난해 3분기 삭제한 댓글은 11억 건, 삭제한 채널은 400만 개다. 이 시기 유튜브가 한국에서 삭제한 영상은 5만5702건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3분기에만 28만 개 이상의 동영상과 1억 5000만 건 이상의 댓글이 ‘괴롭힘’ 및 ‘사이버 폭력’ 관련 정책 위반으로 삭제됐다. 유튜브는 국내에서 윾튜브, GZSS, 뉴스타운TV 등 극단적 주장을 하는 유튜버와 언론사 채널을 삭제하기도 했다.

▲  지난해 3분기 유튜브 투명성 보고서 갈무리
▲ 지난해 3분기 유튜브 투명성 보고서 갈무리

그러나 유튜브의 이 같은 심의는 ‘한국어 콘텐츠’의 구체적 심의 현황을 살필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유튜브는 국가별 전체 삭제내역만 공개하고 삭제 유형조차 국가별로 공개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국가별 심의 인력도 공개하지 않는데 영어권 서비스이기에 비영어권 콘텐츠 심의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클레멘트 울프(Clement Wolf) 구글 공공정책부문 정보진실성 담당 시니어 매니저는 지난달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지적에 “완벽하지 않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한국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분쟁조정 등 기존 제도 ‘강화’ 필요
“‘자발적 투명성’ 외면한다면 제도적 대응 이어질 것”

언론중재법 논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강제적인 표현물 규제 논의는 여러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새 규제 논의에 앞서 기존의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명예훼손 분쟁조정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영섭 겸임교수는 “결국 권리침해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를 위한 분쟁조정부가 있는데 실질적 조정 권한이 없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변호사 5인으로 운영되는데 배심원제처럼 개편해 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심의위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분쟁조정 신청은 320건인데 이 가운데 282건이 조정 전 ‘사무처 답변처리’로 종결됐다.

▲ "가세연 등 혐오,차별 유튜브채널에 대한 구글의 규제 및 사회적 책임 촉구"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가세연 등 혐오,차별 유튜브채널에 대한 구글의 규제 및 사회적 책임 촉구"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투명성 확보 방안으로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참여가 대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KISO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검증, 인터넷 게시글 임시조치 심의 등을 수행해왔다. 유튜브가 KISO에 참여하면 유튜브 역시 실검 검증처럼 ‘콘텐츠 삭제 적정성’에 대한 검토를 사회적으로 요구하기 용이해지는 등 기대효과가 있지만 유튜브는 수년 간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유튜브의 이례적인 조치로 꼽히는 14세 미만 아동 콘텐츠 댓글과 타깃 광고 폐지 등 제도 개편은 미국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발단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연예 기사 댓글을 폐지한 조치 역시 법 개정이 아닌 사회적 압박이 작용한 결과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언론단체와 언론시민단체가 유튜브에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튜브의 자율심의가 책임 있게 걸러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에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며 “가로세로연구소 콘텐츠 문제 관련 구글 본사의 회신이 오지 않았다.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있다. 특히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를 전문가들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유튜브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타율적 규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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