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단체 85개, 예술인 287명 주최 토론, 이재명·오준호 캠프만 참석
이재명 캠프측 “블랙리스트 사후조치, 이번 정부에서 부족했던 점 인정해”

대선 캠프들의 문화정책 공약에 ‘블랙리스트’ ‘성평등’ 등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5개 문화예술 단체, 287명 예술인들은 7일 20대 대선 후보들의 문화정책 공약을 점검하는 초청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제20대 대선 후보 캠프 초청 문화정책 토론회’란 이름으로 마련됐지만, 참석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에 그쳤다. 토론회를 주관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정의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진보당, 사회주의, 새로운물결 대선 캠프는 이번 토론회에 무응답이나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선 이동연 문화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이 6대 문화정책 공약을 밝혔다. △문화예산 2.5%로 확대 및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국민의 문화기본권 보장, ‘국민창작 플랫폼’ 운영 △지역 문화자치 강화, 문화마을 조성 △청년 문화예술인 ‘1만 시간 지원 프로젝트’, 국가가 청년 마을예술가 고용 △대통령이 직접 문화외교 강화 및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지원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대폭 확대로 ‘문화콘텐츠 세계 2강’ 도약 등이다.

▲7일 '20대 대선 후보 캠프 초청 문화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캠프 관계자들. 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7일 '20대 대선 후보 캠프 초청 문화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캠프 관계자들. 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이동연 부위원장은 “(예술인) 기본소득 지급 관련해 국민의힘은 ‘예술인을 동원한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고 기본소득당에서는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한다”며 “예술인복지재단 활동 증명을 마친 예술인 전체를 대상으로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잠정적 기준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인 20만 명(현재 약 12만 명)을 기준으로 연 2000억 원 예산이 소요될 거라 추산된다.

이 부위원장은 이어 “개인적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예술인 주거 생활 지원이다. 예술인 공공임대주택 약 5000호 확대를 생각하고 있다”며 “(예술인 대상) 산재보험, 고용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것을 4대보험까지 확대할 예정”이라 밝혔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 캠프에선 문현철 선대위 문화예술특보가 ‘월 65만 원의 기본소득 공약이 곧 문화예술 공약’이라 밝혔다. 문 특보는 “예술인 생계 정책의 부재, 선별·증명해야 하는 제도가 만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구상”이라며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어야 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정기적,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하도록 도울 것”이라 밝혔다.

이 밖에 오준호 캠프의 주요 문화정책 공약으로 △고용보험에서 소득보험으로의 전환 △예술인 권리보장법 개정(예술인 범위 확대와 성폭력 예방조치 구체적 명시·보완, 예술인 조합 운영방식 입법 등) △일부 지자체 예술인 참여수당 보완·확대 △코로나19 등 재난에 대비한 문화시설 및 예술인·문화예술조직 위기 대응 가이드라인 마련 △문화예술과 첨단기술 결합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런 예술인 복지 공약들은 구체적 로드맵이 잡히지 않는다는 평가를 불렀다. 이동민 독립기획자(무용인희망연대오롯)는 “일반 국민 입장에선 예술인들에게 특혜를 부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혜가 아닌 누려야 할 권리를 못 누렸고 이를 보전 받아야 한다는 걸 알려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예술인은 가난하다’는 정보 만으로, 예술인의 인간적 생활 유지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논의 없이, 예술인이 소외된 복지마저도 산정기준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 ‘기본소득’이란 표현으로 접근을 하면, 여전히 예술인은 ‘마케팅’에 이용 당한다는 인식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7일 '20대 대선 후보 캠프 초청 문화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캠프 관계자들. 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7일 '20대 대선 후보 캠프 초청 문화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캠프 관계자들. 사진=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그간 문화예술계가 강조한 과제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문화예술인·단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완전한 블랙리스트 적폐 청산 △예술인 권리정책 확대 △지속 가능한 창작환경 △사회적 안전망 △관료 문화행정 재검토와 전면적 혁신을 제안해왔다.

이두찬 문화연대 활동가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이후 6년이 지났다. (5년 전) ‘적폐 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밝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며 “그러나 2017년부터 문화예술인 피해자 645명이 원고로 참여한 민사소송은 진척이 없다 지난달에야 4차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다. 김기춘, 조윤선 등 주요 가해자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 파기환송 후 진행되지 않는다. 그 사이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가담한 이들은 아무런 반성과 사과 없이 높은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공식 사과와 함께 특별법을 만들고 미진한 수사가 재개돼야 한다. 그런 것들이 진행돼야 블랙리스트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약의 빈 공간이 채워질 거라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동연 부위원장(이재명 캠프)은 “(블랙리스트) 피해구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발방지를 위한 국가 최고책임자의 사과라고 생각한다. 제가 (후보) 당사자가 아니라 그 말씀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적절한 기회가 되면 반드시 표명해야 하는 발언이라 생각한다”며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번 정부에서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의 최샘이 독립기획자는 “2018년 ‘미투’로부터 5년이 흘렀는데 이후 모범 사례를 보지 못한 것 같다”며 “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개인사’가 되어가고 있다. 블랙리스트나 미투 같은 이슈가 (공약의) 배경으로만 쓰이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문체부의 ‘연극의 해’ 사업에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이 포함되고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공개된 논란도 언급했다. 최 기획자는 “성평등 정책과 문화·예술이 두 갈래가 아닌 접점을 보여줘야 예술 정책에서 (성평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지자체의 치적을 위해 초단시간 비정규직이 남용되는 현실도 지적됐다. 김지영 공공운수노동조합 문화예술협의회 조직국장은 “많은 지자체에서 실적 쌓기로 공립예술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추세라, 비상임 단원으로 예술단을 창립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쓰고 버리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초단시간 예술노동자들은) 월 급여 30만~1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매년 말에 평정(오디션실기)을 보고 한 번의 실기시험에서 기준점수에 미달되면 해고되는 시스템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이와 관련해 지자체 공립예술단의 초단시간 노동을 폐지하고, 무분별한 비상임예술단체 설립 금지 및 지자체 운영 예술단체의 재단법인화(민영화)를 막아야 하며, 평정에 의한 ‘쉬운해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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