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TV 방송을 보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왜 시청률 조사는 그대로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룰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TV 방송업계에서도 전통적 시청률 조사에 대한 의문과 함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 소장은 해외방송정보 2월호(OTT 시대, 2021년 미국 방송의 성과)에서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의 한계점과 조사 방식에 따른 시청자 조사 결과들을 비교했다.

전통적인 시청률 조사기관으로 꼽히는 ‘닐슨’(Nielsen) 데이터를 활용한 조사에선 여전히 레거시 방송사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Varriety)가 닐슨 데이터 기반으로 밝힌 2021년 100대 프로그램을 채널별로 보면 CBS가 39개로 가장 많고, NBC 35개, Fox 13개, ABC 1개, 파라마운트 1개 순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별 특징으로는 스포츠 인기가 두드러진다. 1위는 ‘제55회 슈퍼볼’(9287만7000명), 2위는 ‘AFC챔피언십’(4250만1000명), 3위는 ‘NFL플레이오프’(3646만7000명) 순이다. 100위권 스포츠 시리즈는 NFL만 39개에 달하고 올림픽 14개, 야구 월드시리즈 3개, NCAA 농구 3개 등이다.

▲ⓒg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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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기는 스마트TV 데이터 기준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스마트TV 제조업체 ‘비지오(VIZIO)’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본 TV프로그램은 NFL(전국미식축구리그)로 나타났다. 2위 대학미식축구, 4위 NBA(전국프로농구), 6위 ‘스포츠센터’, 7위 ‘2020도쿄올림픽’ 등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스포츠가 아닌 경우에는 23개 시즌이 있는 ‘로&오더: 성범죄수사대’ 등 팬층 충성도가 높고 재방송이 많은 시리즈나, ‘굿모닝아메리카’ 같은 아침 토크쇼가 10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Pro가 선정한 2021년 TV쇼 1·2·4위는 각각 ‘완다비전’ ‘로키’ ‘팔콘과 윈터솔저’로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가 차지했다. 3·5위는 각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게임’과 ‘브리저튼’이다.

IT매체 ‘매셔블’(Mashable)이 선정한 2021년 TV쇼 순위에선 훌루·디즈니플러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가 1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2위, HBO맥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과 ‘핵스’가 3·4위,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가 5위로 나타났다.

▲미국 매셔블이 선정한 2021년 베스트 TV쇼 20위. 자료=KBS공영미디어연구소
▲미국 매셔블이 선정한 2021년 베스트 TV쇼 20위. 자료=KBS공영미디어연구소

유건식 소장은 “이처럼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는 조사하는 곳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그래서 시청률과 시청자수 조사와 관련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광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TV 방송계가 닐슨 조사에 반기를 든 사례와도 맥이 닿는다. 닐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존 주소지에 머물지 않는 이들을 조사 패널에 포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가 속해 있는 광고협회 VAB(Video Advertise Bureau)는 닐슨이 흑인·히스패닉 가구와 젊은 성인층을 과소 평가·대표한다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흑인, 히스패닉, 젊은층은 새로운 소비자로 부상한 집단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VAB는 미국 시청률 표준인증기관인 MRC(The Media Ratings Council)에 닐슨 인증을 중단하라고 요청했고, 9월 초 닐슨은 MRC 인증을 받지 못했다.

NBC유니버설의 경우 닐슨을 대체할 시청률 측정 사업자로 아이스팟(Ispot.tv)을 선정했다. 아이스팟은 크로스 스크린에서 발생하는 NBC유니버설 콘텐츠의 소비, 도달, 노출을 측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맡았다. 유건식 소장은 “아이스팟의 션 뮬러 CEO도 이런 프레임워크를 통해 TV산업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바이어컴 CBS도 2021년 9월 데이터 기업인 비디오AMP(VideoAmp)와 공동으로 실시간과 디지털 시청자의 도달률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 소장은 “시청률 조사는 일정 부분 닐슨의 4만 명 시청자 샘플링 조사를 스트리밍과 선형 모두를 조사하는 ACR(Automatic Content Recognition, 자동 콘텐츠 인식)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또한 동일한 환경에 있으므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 강조했다.

BBC 아이플레이어, ‘다시 보기’ 수요 특징

한편 영국 공영방송 BBC의 OTT 플랫폼 ‘아이플레이어’(iPlayer)에서 ‘다시 보기’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BBC 시청실적 상위 10개 프로그램으로 2012년 BBC2에서 첫 방영한 ‘라인 오브 듀티’ 시즌6의 1회가 1위로 나타났다. 5위 ‘무언의 목격자’는 199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4개 시리즈가 방영된 프로그램이다.

▲2021년 BBC 아이플레이어 시청실적 상위 10개 프로그램. 자료=KBS공영미디어연구소
▲2021년 BBC 아이플레이어 시청실적 상위 10개 프로그램. 자료=KBS공영미디어연구소

아이플레이어 스트리밍 건수는 지난해 11월30일 59억 회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도 성장세 둔화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주대우 영국통신원은 “과거 BBC는 아이플레이어 이용자 확대에 가장 큰 중점을 뒀으나 최근엔 이용자의 방문 횟수, 체류 시간 확대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2007년 런칭된 아이플레이어가 영국 사회에서 보편화했다고 보고, 이용자 확대를 통한 아이플레이어 시청실적 증대는 그 속도 및 효과가 감화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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