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모욕적 댓글과 인신공격성 이메일로부터 기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내놓는 가운데, 조선일보도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는 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7일 조선일보 노동조합 노보를 보면, 노조는 회사에 특정 문구나 단어가 포함된 이메일이 자동으로 수신 차단되도록 회사 메일 시스템을 개편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기자 개인이 자주 받는 욕설이나 성적 비하 표현 같은 문구를 필터링에 추가해 놓으면, 이런 단어가 제목 및 본문에 포함된 이메일이 자동 차단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상당수 악성 이메일이 이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이 밖에도 노조는 온라인 기사 말미에 “악성 댓글을 달거나 기자 개인에게 인신공격성 이메일을 보낼 경우 발신자를 추적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 문구를 기자 선택에 따라 삽입할 수 있도록 기사 송고 시스템을 개편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런 조치 등에도 악성 온라인 게시글이나 인신공격성 이메일 등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될 경우 기자 개인이 이를 회사 대표 신고 메일 계정으로 전달하면 회사 차원에서 법적 경고 메일을 발송하는 방안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기자가 업무상 피해 수위에 따라 최종적으로 법적 조치를 원할 경우 회사가 담당 부장 및 데스크, 노사 대표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소송 필요성을 검토하고, 법적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노조 요구안에 포함됐다. 

노조는 “본지 기자들이 업무상 작성한 기사 때문에 외부 세력으로부터 받는 불필요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한 수준”이라며 “분야와 부서를 막론하고 단지 정부에 비판적 기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웨딩 사진이나 자녀 등 가족 신상이 털리며 사실상 ‘테러’에 가까운 온라인상 공격에 노출돼 왔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노조에 “노조 요구를 토대로 조만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경향신문은 악성 이메일 발신자에게 회사 차원에서 경고 메일을 보내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모욕 수위가 심각하거나 반복되면 행정디렉터와 편집국장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도 밟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댓글창 끄기 기능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7월21일부터 8월15일까지 404명의 기자(여성 200명, 남성 204명)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에 나선 결과, 기자 이름을 부르며 모욕하는 경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신문사(78.4%), 인터넷신문(78.8%), 방송사(83.3%), 뉴스통신사(89.2%) 등 기자 대다수에게서 나왔다. “찾아가서 혼내주겠다”, “난 네가 누군지 안다” 등의 위협성 발언 행위도 신문사(53.4%), 방송사(51.5%), 뉴스통신사(64.9%) 기자 절반 이상이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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