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립대학교가 인터넷 게시글이 학교를 모욕하고 대외적인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삭제 요청을 했으나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KISO 정책위원회가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인터넷 게시글 임시조치 심의 결과에 따르면 A사립대는 학교를 향해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 등 표현을 쓴 게시글에 삭제 요청을 했다. 그러나 포털 등 인터넷 게시글을 자율심의하는 기구인 KISO 정책위는 ‘해당 없음’ 결정하며 삭제를 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우선 KISO 정책위는 신청인의 지위를 비교적 폭 넓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공직자, 언론인 등의 공인’으로 규정했다. 앞서 KISO가 교육부에서 선정한 ‘재정지원제한대학’ 목록 및 이와 관련된 게시물에 대한 임시조치 심의 과정에서 사립대는 교육부장관의 감독을 받는 공교육 체제에 속해 있으며, 사립학교법에 의해 공립대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이 판단한 바 있다.

대상이 ‘공직자, 언론인 등의 공인’이라면 단순 명예훼손 주장만으로는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해당 게시글이 명백한 허위의 사실인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해당 게시글은 이 학교의 신입생 추가모집 공지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후 두 줄의 코멘트를 쓴 내용이다. 이 학교가 만든 홍보문에는 ‘수능 미응시자 지원가능’ ‘50만원 장학금 학생계좌로 지급’ 문구가 포함돼 있다. 글 작성자는 이 홍보문을 바탕으로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이라고 해석해 쓴 것으로 보인다. 

▲ KISO가 심의한 것과 같은 내용을 담은 게시글 일부. 학교측의 홍보문을 근거로 조롱성 글을 썼다.
▲ KISO가 심의한 것과 같은 내용을 담은 게시글 일부. 학교측의 홍보문을 근거로 조롱성 글을 썼다.

KISO 정책위는 “요청인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입시결과(9등급 합격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만을 기준으로 게시글의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할 수 없다. 정원 미달로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으므로, 만약 수능 9등급이나 수능 미응시자가 지원했다면 합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명백한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KISO 정책위는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 표현에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라는 표현이라면 ‘허위 사실 적시’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나, 해당 게시물과 같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 평가에서 ‘꼴등’이 아니라 단순히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라고 표현했다면 이는 단순 ‘의견’ 표명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특정 평가의 순위를 왜곡해 인용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꼴등’이라고만 썼으면 허위사실 여부를 가릴 수 없는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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