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오랜 지인인 황하영 동부산업(구 동부전기산업) 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들이 공동주거침입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취재기자들은 사무실 직원에게 퇴거 요구를 받은 적도 없고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뿐인데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것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UPI뉴스 기자 2명은 지난해 10월27일 12시경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동부산업 사무실을 방문했다. 황 회장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서다. 

황 회장은 강원도 지역 재력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황 회장은 윤 후보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부터 인연을 맺은 ‘40년 지기’이며 윤 후보 부부와 깊은 인연을 맺은 무속인 무정스님(심무정)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황 회장이 운영하는 동부산업이 삼부토건 하청회사로 있으며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과도 인연이 있다. 황 회장은 윤 후보 말고도 검찰 인맥이 있는 인사다. 또 황 회장의 아들 황아무개씨는 윤 후보 수행비서로 알려졌다. 다만 황 회장 쪽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 UPI뉴스 기자들이 황하영 회장 사무실에 취재차 방문했다가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고소당했고, 경찰은 이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사진=pixabay
▲ UPI뉴스 기자들이 황하영 회장 사무실에 취재차 방문했다가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고소당했고, 경찰은 이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사진=pixabay

 

UPI뉴스 기자에 따르면 자신들은 사무실에 노크하고 들어가 소속과 신분을 밝혔다. 점심을 먹고 있던 동부산업 직원 A씨에게 황 회장 관련 질문을 했지만 주로 ‘잘 모른다’는 답을 들었다. 기자들은 사무실 구경을 해도 되겠냐고 했고, 해당 직원은 취재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사무실을 나왔다가 황 회장의 아들 관련한 부분도 질문을 해야겠다 싶어서 다시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문은 열려있었고, 해당 직원은 화장실에 있다가 나왔다. 기자는 ‘다시 왔다’라고 말한 뒤 아들 황씨에 대해서도 몇 가지 물었다. 

나흘 뒤인 11월1일 취재기자는 동해경찰서 형사팀 수사관에게 연락을 받았다. 동부산업 사무실에 무단침입한 것으로 고소가 됐으니 피의자 조사를 위해 동해서 출석이나 촉탁조사 중 원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동부산업 직원 A씨는 취재기자 2명을 무단침입을 이유로 고소했다. 고소장을 보면 10월27일 12시경 ‘동부산업 사무실에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기자라고 이야기한 남자 2명이 무단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처벌을 바란다고 했다. 

기자들은 서울에 있었기에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촉탁조사를 받았다. 동부산업 사무실 1차 방문 때 자신을 소개하고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2차 방문을 무단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소 한달 만인 지난해 12월2일 동해경찰서는 기자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 UPI뉴스 로고
▲ UPI뉴스 로고

 

UPI뉴스 기자 B씨는 미디어오늘에 “불쾌했다면 나가달라고 하면 되는데 (직원이) 제지한 적이 없었다”며 “나가달라고 요청했고 우리가 강압적으로 들어갔어야 죄가 성립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고소장만 보면 ‘화장실 간 사이에 사무실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첫 번째 방문 때 이미 들어와서 이야기했고 정상적으로 얘기했던 내용이 (고소장엔) 빠져있다”며 “(내가 이 사실을) 경찰조사에서 다 말했는데 고소인 편만 들어서 ‘기소의견’으로 넘겼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고소장과 함께 증거로 CCTV 영상을 제출했다. 기자 B씨는 조사과정에서 해당 CCTV 영상을 보지 못했다. 다만 통상 CCTV 영상에는 녹음기능이 없기에 영상만 가지고 퇴거 요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B씨는 “경찰이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경찰. 사진=노컷뉴스
▲ 경찰. 사진=노컷뉴스

 

기자들을 조사한 서울 관악서 수사관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촉탁을 받아 조사한 것이고 본 담당자(동해서)가 있어서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없다”며 “수사내용은 개인정보”라고 답했다. 

동해경찰서 수사관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CCTV 영상 증거가 있어서 성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검찰에) 넘긴 것이고, 죄가 되고 안 되고는 검사나 법원이 판단해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수사관은 사견이라며 “취재를 할 때도 전화로 연락을 하거나 예약을 하는 등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며 기자들이 선을 넘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영상 중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느냐’는 질문에는 “그분들(기자들)에게 물어보라”라고 했다.  

고소인(A씨)이 황 회장 회사에서 근무하고, 황 회장이 윤석열 후보와 지인인 점 등에 대해 묻자 수사관은 “내가 아는 바가 없다”며 “죄송하다”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은 27일부터 동부산업 측에 고소인의 고소 취지, 기자들이 어떠한 부분을 잘못했는지 등에 대해 물었고 황 회장에게도 고소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물었지만 28일 현재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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