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포털 알고리즘 편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가운데 네이버가 학계에 의뢰한 뉴스 알고리즘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네이버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는 네이버가 언론의 정치적 성향을 알고리즘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기사의 양이 많은 언론이 더 많이 추천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정보과학회 언어공학연구회,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 소사이어티가 추천한 12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위원장은 고영중 성균관대 교수가 맡았다. 위원회는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문서, 변화된 서비스 환경과 알고리즘 자질 변경 등에 대한 설명, 코드 개발과 서비스 배포 과정 등을 검토했다.

위원회가 뉴스 검색 및 추천 알고리즘에 적용되는 다양한 자질 목록과 가중치 등을 검토한 결과 “특정한 언론사의 이념이나 성향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송고된 기사수, 송고 시점 및 기사의 최신성 등 뉴스 생산과 관련된 활동과 더 관련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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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검색 알고리즘 작동과 관련하여 뉴스 기사 검색 및 추천 후보를 생성하고 랭킹을 부여하는 단계에서 언론사의 이념과 성향을 분류하여 우대하거나 제외하는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네이버의 뉴스 추천 중립성을 검토한 결과 역시 “전반적인 추천 과정이 송고되는 기사의 양이 많은 언론사에게 유리하게 동작하는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동일 계열사에 의한 같은 내용의 뉴스 송고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이슈 대응 역량을 갖춘 대형 언론사들이 계열사를 비롯,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가진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특정 이념 성향의 언론사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아도 이용자 경험 차원에서는 특정 성향 언론사 노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뉴스 검색, 추천 등에서 기사의 양이 많고 온라인 대응에 적극적일수록 해당 언론사 뉴스를 추천하는 빈도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사 기사가 중점적으로 추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언론사 성향’에 가중치를 둔 게 아니라 이들 언론이 기사 양이 많고 온라인 대응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 '심층 기획' 섹션 신설 예시 이미지
▲ '심층 기획' 섹션 신설 예시 이미지

위원회는 “대안 언론사 및 지역 언론사들이 뉴스 추천에서 기사 노출과 관련된 경쟁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 사회적 책무와 관련하여 뉴스 생태계 문제점을 고려한 뉴스 자질을 개발하고 알고리즘에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알고리즘이 양질의 기사를 제대로 추천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이번 검토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위원회는 “당시의 주류 논조를 벗어나는 담론을 담고 있는 기사, 심도 있는 기사는 자동화된 검색 결과로서는 탐색되기 어려운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전체 뉴스 생태계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지배적인 뉴스를 반영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기획, 심층기사는 비중이 적고 상대적으로 클릭수가 적기 때문에 추천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는 심층기사를 부각하는 대책의 일환으로 언론사 구독 페이지에 심층기사란을 마련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새로운 노출 영역의 설치만으로 기획기사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해당 영역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던가, 스마트폰의 경우 화면의 협소함으로 더욱 해당 영역의 노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일반 추천 결과에서 기획 기사가 자주 노출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줄 것을 제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언론사가 ‘심층기획’ 기사로 선정하면 고품질 기사로 판단해 추천 알고리즘에서 우대하는 개선안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네이버는 뉴스 클러스터링(유사 기사 묶음)에 ‘단독’ 등 말머리를 붙인 기사를 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 단독’ 말머리 가점(알고리즘상의 추가 점수)은 영향력이 낮다고 평가되지만, 남용될 수 있는 자질”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특정 키워드를 넣을 경우 알고리즘에서 우대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이들 말머리, 색인어 우대 방식에 대해 위원회는 “언론사에 의해서 어뷰징을 초래할 수 있는 단순 자질이므로, 뉴스 검색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그 영향력을 향후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토위는 알고리즘 투명성과 관련 “네이버와 사용자 간의 간극을 보완하기 위해 네이버가 사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 채널을 개설하고, 사용자의 의구심을 풀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검색·추천 등의 결과에 대한 통계적 분석, 만족도 조사 수행 및 결과 공개 등을 통해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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