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부’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는 언론자유·시민의 미디어 참여 등을 골자로 한 언론미디어 공약을 제시했으나 현재까지 절반 이상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에 이어 문재인 정부 언론·미디어 19개 공약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19개 공약 가운데 8개 공약이 이행되거나 일부 이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개 공약만 완전히 이행됐으며 다른 7개 공약은 일부가 이행되거나 변경됐다. 

반면 11개 공약의 경우 추진 중일 뿐 가시적인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은 경우가 5건, 추진은 하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경우가 5건, 이행 노력조차 미미한 경우가 1건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이행된 인터넷 언론 등록요건 완화 공약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 문재인 정부 언론미디어 공약 이행 상황. (평가 기준은 문재인미터 활용)
▲ 문재인 정부 언론미디어 공약 이행 상황. (평가 기준은 문재인미터 활용)

 

임기 막바지 ’공동체라디오‘ ‘지역언론’ 공약 진전
‘신문 불공정 거래 근절’은 ‘지표개선’으로 일부 이행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임기 막바지 들어 뚜렷한 진전을 보인 공약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동체라디오’는 활성화 계획 마련에 그치지 않고 방통위가 20개 공동체라디오에 신규 허가를 냈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주파수가 할당된 공동체라디오가 7개 뿐이었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제도 개선이다. 안병천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장은 “방통위가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동체라디오측이 방통위와 함께 정책을 고민하고 예산을 짜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 공동체라디오 7개→27개, 예산은 그대로?]

▲ 사진=방송통신위원회
▲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지역언론 공약 가운데는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지역신문 지원 확대 추진’ 공약이 일부 이행됐다. 지난해 국회의 입법으로 해당 공약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지역신문 발전지원특별법 상시법 전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역신문 지원법은 2004년 특별법 형태로 제정된 이후 2010년과 2016년 두 차례씩 연장·시행됐다. 

안정적 기금 확보와 적절한 배분이 향후 관건이다. 언론노조는 “언론진흥기금과 중복되는 지역신문 지원사업 통합이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예산 축소로 이어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재원을 확대하고 그 용도를 분명히 밝혀 지역 독자와 언론의 소통에 충실할 수 있는 역점사업을 더 많이 지원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 지난해 12월 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이 ABC협회 대체 지표에 대해 설명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 지난해 12월 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이 ABC협회 대체 지표에 대해 설명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신문광고 및 구독자 확장을 위한 불공정 거래 근절’ 공약도 지난 1년 간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공약 평가 당시만 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리점 갑질 문제 연장선상에서 일부 조사가 이뤄지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ABC협회 부수조작 파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ABC협회 유료부수를 대체하는 광고 집행 지표를 마련하는 등 변화가 이뤄졌다. 다만 대체 지표가 아직까지 안착하지 않았고, 정부광고 문제 외에 ‘불공정 거래 근절’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일부이행·변경’으로 평가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끝내 무산 가능성
표현의 자유 공약 유야무야, 후퇴 조짐까지

문재인 정부의 언론 공약 가운데 핵심 사안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보도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과제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만 해도 당론으로 추진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논의에 응하지 않자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의원 등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이기까지 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의 경우 당초 이사 3분의 2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제시했으나 집권 후에는 시민 참여 등을 반영한 제3의 방식을 제안했다. 방통위는 ‘중립지대 이사’를 골자로 하는 안을 제출했으나 이후 큰 진전은 없었다. 거대 범여권이 구성된 21대 국회에서 주력 입법 사안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 2017년 3월2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와 신상진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농성을 한 바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17년 3월2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와 신상진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농성을 한 바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온라인 공간의 표현의 자유’ 공약은 개별법상 인터넷 실명제 폐지와 일방적 임시조치 개선 두 가지가 있다. 개별법상 인터넷 실명제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가 지난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일부’ 이행됐다. 

‘임시조치 제도 개선’은 이행은커녕 ‘후퇴’조짐까지 보였다. 임시조치는 명예훼손 등과 관련한 당사자의 요청만 있으면 사실이더라도 게시글을 차단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렇게 차단된 게시글은 일일 평균 1250건에 달한다. 임시조치 기준을 강화하고 ‘이의제기권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여당 일각에선 오히려 임시조치 대상을 확대하는 등 거꾸로 가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최소한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적으로 이행해야 할 공약의 이행이 미진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제작자율성 확보, 온라인 표현의 자유 부문에서는 공약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021년 4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좋은언론 만들기 4대입법 쟁취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과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 지속가능한 지역언론 지원제도, 실효성 있는 보도피해 배상 법안 등 4가지를 올 상반기 언론개혁 입법과제로 내걸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021년 4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좋은언론 만들기 4대입법 쟁취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과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 지속가능한 지역언론 지원제도, 실효성 있는 보도피해 배상 법안 등 4가지를 올 상반기 언론개혁 입법과제로 내걸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폐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됐을 뿐 정부나 다수 여당이 추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임시조치 개선은 방통위가 초반에는 추진하는 듯 했지만 유야무야됐다”며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엄벌주의적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박광온 의원은 임시조치 대상을 인격권과 사생활 침해 뿐 아니라 불법정보 전반으로 확대하는 규제 법안까지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중간광고까지만 파격?
‘뇌관’ 건드리지 못한 광고정책

방송광고 정책의 경우 민감한 ‘뇌관’은 끝내 건드리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방송광고 정책 가운데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자체가 큰 사건이지만, 이 외의 공약에서 중점적으로 거론한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방송광고시장 합리화 통한 미디어 공공성 확보’의 경우 방송의 음성적인 협찬 문제를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조건에 명시하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추진한 점은 의미 있다. 하지만 여당에서 관련 법안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다. 특히 묵은 과제인 방송광고 판매제도는 방통위 차원에서 연구반을 구성했지만 이후엔 감감무소식이다.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방송 동일규제’ 공약의 경우도 종편의 의무전송, 방발기금 징수 기준 차별화 등 특혜를 환수했으나 지상파와 차별적인 결합판매 없는 ‘1사1미디어렙’ 구조는 바꾸지 못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공약과 별개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을 하지 못한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등이 대선 정책과제를 통해 미디어 분야의 사회적 기구 설립을 요구하는 것 역시 ‘전반적인 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한다.

용두사미된 시청자 권익보호기구
후속조치 약한 미디어교육 활성화

지난해 평가 때만 해도 진전이 있었으나 이후 정체된 공약들도 있다. ‘미디어 교육 활성화 추진’ 공약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미디어 교육에 관한 범부처 계획을 마련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교육부의 미디어 센터 확대 등 변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1년 간 가시적인 변화는 찾기 힘들다.

▲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안. 미디어 교육의 방향성과 적극성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범정부 정책을 마련하고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안. 범정부 정책을 마련하고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시청자권익보호 전담기구 신설’ 공약은 ‘용두사미’가 되면서 지난해보다 공약 이행 정도를 낮게 평가했다. 지난해 평가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정부가 당초 별도의 시청자 권익전담기구 설치 공약은 후퇴시켰지만 시청자미디어재단 내 전담 조직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일부는 이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재단 내 업무 영역과 예산이 미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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