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에 ‘무속 논란’은 뜬금없다. 하지만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가 ‘서울의소리’ 기자와 나눈 대화가 속속 공개되었다. 홍준표‧유승민도 ‘굿을 했다’는 김건희 말에 당사자들이 발끈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겨레 논설위원의 ‘비선’ 언급(1월20일)에 이어 경향신문은 “김건희 무속중독 논란”의 핵심을 ‘비선권력’이라고 보도(1월22일)했다. 현재까지 보도만으로도 윤석열 부부와 ‘점쟁이’의 접촉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여기서 ‘점쟁이’는 김건희의 표현이다. 언론 보도처럼 ‘무속’을 싸잡아 폄훼할 일은 아니다. 한국 전통종교로서 무교 고유의 가치가 있다. 다만 기독교와 불교에도 본디 가르침과 동떨어진 신앙 형태가 있듯이, 무교에도 해원상생의 큰 무당이 있는 반면 점쟁이도 있다. 점쟁이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판단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면 국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중‧동 신방복합체는 모르쇠를 놓거나 체면치레 보도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김건희 팬 카페’를 부각해 연일 보도한 언론이 있다. 언죽번죽 ‘대한민국 최고언론’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다. 우리가 지켜보았듯이 조선일보가 정경심을 겨누어 검증한 보도들은 날이 새파랗게 서 있었다. 물론, 언론의 ‘권력 감시’는 필요하고 끈질긴 취재도 나름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정경심에 가장 날 선 보도와 감정적 논평을 쏟아냈던 언론의 잣대다. 조선일보가 정경심에 겨눈 창은 생게망게하게도 ‘김건희의 방패’가 되었다. 그런데 어떤가. 감시해야 할 ‘남편의 권력’은 오히려 후자가 더 크지 않은가. 법무장관 후보자와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다. 

문화방송이 녹취록을 방송한 바로 다음날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본질은 사라지고 말초적 논란이 판치는 ‘이상한’ 선거판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유체이탈, 내로남불이다. 정책을 중심에 두라는 권고에 귀 막고 특정 후보를 조준한 ‘말초적 보도’를 누가 가장 쏟아냈는가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터다. 더욱이 김건희 녹취록이 ‘말초적’일까. 가정이지만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녹취록이었어도 그렇게 표현했을지 스스로 자문해보길 권한다.

▲ 1월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 1월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재판부도 밝혔듯이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추가로 밝혀진 녹취록에선 남편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발언들이 듬뿍 담겨있다. 정경심을 겨눈 그 창이라면 조선일보가 비분강개해서 마구 휘두르며 대서특필할 사안들이 김건희엔 넘친다. 몇 가지만 추려보자. 

첫째, 언론 자유를 뒤흔들 인식이다. “내가 정권을 잡음 거긴, 거기는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아마”라든가 “권력이라는 게,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라는 발언은 살천스럽다. 경찰에 대한 모욕이다. 더구나 “알아서 입건”할 경찰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둘째, ‘미투’에 대한 언급이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 한마디로 여성운동가들을 싸잡아 틈날 때마다 매도해온 언론이 김건희의 주장에 모르쇠를 놓는다. ‘연애’와 돈을 연결 짓는 말들은 미투 여성에 대한 가해이자 여성 일반에 대한 모욕 아닌가. 

셋째, 윤석열 후보의 ‘거짓말 의혹’ 또한 대서특필 감이다. 윤 후보는 틈날 때마다 “제 아내”는 정치에 관심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녹취록이 전하는 상황은 누가보아도 아니다. 그 뿐이 아니다. 윤 후보는 자신이 비호한 ‘김건희 겸임교수 의혹’에 대해 공채였다는 증거와 보도가 나왔음에도 진실을 밝히려는 적극적 언행이 없다. 거짓말 의혹에 빠른 해명을 촉구한다.

고사에서 다 뚫는 창과 다 막는 방패를 동시에 판매하는 행태가 ‘모순’의 기원이다. 그 본질은 ‘사기’다. ‘불편부당’을 내걸며 가장 정파적인 매체를 알게 모르게 다수 언론이 따라간다. 유권자의 알 권리에 충실한 언론은 소수다. 딴은 ‘정경심 겨눈 창과 김건희의 방패’는 조선일보만 두고 할 말은 아니다. 윤석열 자신도 그러지 않은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