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종 이방원’에서 극중 이성계가 말을 타고 달리다 넘어지는 장면을 촬영한 말이 결국 생명을 잃었다. KBS는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태종 이방원’은 지난 1일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사고 장면 관련해 동물학대 논란을 불렀다. 달리던 말이 머리부터 고꾸라지는 장면이었는데, 이를 찍기 위해 말의 발목에 줄을 걸어 인위적으로 넘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촬영은 지난해 11월 2일 이뤄졌고, 이 말은 결국 사망했다.

KBS는 20일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KBS '태종 이방원' 동물학대 장면을 지적한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게시글 갈무리
▲KBS '태종 이방원' 동물학대 장면을 지적한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게시글 갈무리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다”며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말의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1주일 쯤 뒤에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며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시청자분들과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태종 이방원’ 시청자소감 게시판에는 낙마 장면을 비판하는 글이 50여 쪽에 이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19일 성명서를 내어 “동물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이어지며 현재는 동물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동물에 위해를 가하지 않고 안전하게 촬영했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일이 늘고 있지만, 공영방송인 KBS는 촬영시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 장치조차 부재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태종 이방원' 시청자의견 게시판 갈무리
▲KBS '태종 이방원' 시청자의견 게시판 갈무리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공영방송인 KBS에서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행태”라며 “KBS 윤리 강령에 방송 촬영 시 동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규정을 마련하고, 동물이 등장하는 방송을 촬영할 때에는 반드시 동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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