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한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제목은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였지만 패널 다수는 망사용료 법제화에 찬성하는 이들로 꾸려졌다.

14일 진행된 이 토론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조승래·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중·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들이 공동주최하고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관해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토론회는 ‘망 접속료 차별, 기울어진 운동장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망사용료 의무화의 필요성에 집중됐다. KT·SK브로드밴드(SKB)·LGU플러스 등 인터넷사업자(ISP)의 망 이용에 대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CP사는 사용료를 내는데, 넷플릭스·유튜브 등은 이를 내지 않아 ‘역차별’이라는 관점이다.

▲1월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토론회.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1월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토론회.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발제를 맡은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두원공대 교수)은 현재 국내 트래픽에 대한 CP별 점유율은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는 글로벌 플랫폼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2020) 기준으로 유튜브 점유율이 62.3%에 달하고 넷플릭스(16.3%), 페이스북(8.6%) 등 상위 3곳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나타났다.

방효창 위원장은 “트래픽을 과도하게 점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공정하게 트래픽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방송통신위원회의)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실질적인 법적 효력이 없고 거의 국내 CP에 국한돼 있다”고 법적 규제 필요성을 촉구했다.

SKB와 넷플릭스간 소송 과정에서 망 사용은 ‘유상’이라는 판단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넷플릭스가 SKB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미국 본사에 비해 한국과 가까운 일본, 홍콩에 저장해서 보내는 자체 콘텐츠네트워크(CDN)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설치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 위원장은 “넷플릭스와 SKB만의 문제인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라며 “OCA를 쓰는 LG유플러스는 가입자의 넷플릭스 이용을 상당 기간 무료 또는 저렴하게 해준다. 실질적으로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0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래픽 이용량 대비 단가의 등가성은 유지돼야 한다. 국내 CP는 적게 씀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낸다”며 “여러 분쟁을 조정, 해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그것이 입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인터넷 망 이용을 위해 이용자는 각각 자기 목적에 부합하는 요금을 부합하고 망에 접근한다. ‘왜 (인터넷) 이용자가 돈을 내는데 나(CP사)도 내야 하느냐’는 다른 개념”이라며 “OCA와 같은 캐시 서버를 설치하더라도 국내 구간의 트래픽 양은 변함이 없으며, 국가간 구간의 트래픽 처리 비용은 ISP가 부담한다. 최근 유럽 통신사들도 대형 플랫폼의 망 이용대가 지불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SKB 국제망의 경우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나 ‘DP’ 등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트래픽이 24배 폭증했다. 이런 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나”라고 망사용료 의무화를 촉구했다.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이미지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이미지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도로를 더 많이 이용하면 요금을 더 내게 돼 있다”며 “사업자간 자유로운 시장계약이라지만 협상력에 따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중소CP에도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 각지에서 유명한 곰탕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면 도로가 막히고 용량을 초과하니 곰탕집이 고속도로 확충 비용을 내야 하는가”라는 반문도 나왔다. 이날 유일하게 망사용료 법제화에 반대 의견을 낸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이다.

조 국장은 “메타버스나 VR, AR 그 밖에 동영상 등 소위 많은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고용량 데이터를 혁신을 통해 서비스하는 기업의 경우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입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되나.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브라질 등에선 우리 기업이 돈을 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세상은 꽤나 복잡다단하게 연결돼 있다. 단순히 ISP, CP, 커다란 사업자 뿐 아니라 계속 창의, 혁신, 새로운 것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이용자 선택을 받는 일들과도 다 연관돼있다”며 “이후 논의되는 과정에선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신 관련 부처·기관 측은 거래 실태조사나 자료 요구를 위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춘환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실제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려면 시장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정부가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으면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입법 취지도 달성하고 정부 정책의 정확성, 효용도 높이려면 실태조사나 자료제출권한을 법률화 하는 게 입법 취지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