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10일,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에 “클리앙에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 글이 쏟아지자 운영자가 내부 ‘부동산 게시판’을 닫아버렸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기사를 캡처해 올리며 “마치 정권 실정에 대한 입막음처럼 오도해 기사를 썼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닉네임 ‘득하’는 “○○이 참 힘들게도 먹고산다. 쪽팔리게시리...”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0일, 경찰에서 전화가 왔고, 그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혐의는 ‘모욕죄’였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 원아무개씨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모욕죄’를 주장하며 상당량의 고소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씨 변호인측은 피고소인이 1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닉네임 ‘득하’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통화에서 “원씨 측 변호사가 합의금으로 300만원을 제시했다가, 검찰에서 형사조정 이야기가 나온 뒤 200만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욕 의도가 없었다”면서 “너무 당황스럽다. 앞으로 인터넷에 글을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닉네임 ‘2themax’도 똑같은 게시글에 “커뮤니티 사이트 얘기 옮겨 적는 저런 것도 기자라고..그걸 실어주는 신문이나 그 기자나..진짜 코미디네요”라는 댓글을 달았고, 역시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클리앙’ 뿐만이 아니다. 닉네임 ‘밀리풀’은 2020년 11월10일 ‘딴지일보’ 인터넷 게시판에 원씨가 쓴 ‘김어준 이틀 연속 김경수 가짜뉴스…도대체 왜이러세요’란 기사 제목과 원씨 얼굴을 캡처한 게시글에 “일베○새끼 표준관상”이란 댓글을 달았고, 닉네임 ‘죽부인75’는 “조선일베 기레기스러운 거”란 댓글을 달아 역시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2020년 11월10일 원씨가 작성한 ‘[단독] 의대생 91%가 거부한 의사고시, 조민은 시험본다’는 기사 제목을 캡처한 게시글에 닉네임 ‘청메이’는 “미친새끼, 제목 꼬라지 봐라…응시 안 한 91%를 욕해야지 정식으로 시험 본 조민을 욕하냐 ○○새끼 아놔 진짜 아침부터 또 입 더러워지게 욕하게 하네”라는 댓글을 썼다. 이를 두고 원씨 측은 고소장에서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소 무례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고소인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며 모욕죄 성립을 주장했다. 

이밖에도 “더럽게 생기셨어요”, “가짜뉴스 양산하는 인간이라 그런지 가짜뉴스에 관심이 많은 듯”, “국내 최고의 기레기 집단답네요”, “똘마니 관상” 등과 같은 댓글을 달았던 이들이 모욕죄로 고소를 당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현재 원씨로부터 고소당한 이들 중 일부는 서로의 사건을 공유하며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집단 대응을 돕고 있는 홍가혜씨는 “고소당했다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합의금 장사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원씨측 변호인은 “의뢰인의 정신적 피해가 상당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감안해 비평적 의견이라 볼 수 없는 조롱적 표현들만 대응했다”며 “맥락 없는 욕설‧외모 비하 등 인격적 모독이 들어가는 부분만 선별해 고소에 나선 것”이라 밝혔다. 원씨측 변호인은 “(원씨를) 쏴 죽이고 싶다는 댓글도 있었다”며 “사과하는 분은 선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형사적 처벌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잘못한 부분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기자도 인격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이번 건은 고소인이 용기를 낸 것이다. 합의금 장사가 목적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분을 고소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의 자유를 위한 전문가집단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기사를 비판하며 욕설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모욕죄로 형사처벌하는 제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며 “구체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아닌 개인인 감정표현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 내용을 전제로 (댓글 작성이) 이뤄졌다면 인신공격 측면이 있더라도 기사 내용에 대한 비판 측면이 강해 모욕죄로만 보고 (댓글 행위를) 위축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모욕죄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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