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된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는 413회에서 5년 전에 출연했던 해밍턴즈 가족이 하차해 방송가의 화제가 되었고 사유리와 젠을 비롯한 다른 가족이 등장해 5%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슈돌’은 수년 전 15% 전후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면서 영유아를 등장시킨 유사한 예능프로들이 여러 TV에서 다수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인 시청시간대에 성인의 입장에서 즐길 프레임으로 진행되는 이들 프로는 광고수입이 상당해 방송 과정에서 영유아의 초상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롱런, 성업중이다.

젖먹이부터 초등학생 전후의 어린이들이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이들 프로는 튀는 소재를 찾는데 목마른 방송사와 새로운 재미꺼리를 찾는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측면이 있다. 가정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일부 문제 어린이를 등장시키는 프로의 경우 ‘문제 발견 – 전문가 등장 – 해법 제시’라는 프레임으로 제작되어 마치 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영유아의 성인 프로 출연의 경우 방송사가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았다고 하지만 챙겨 보아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즉 △어른들이 주로 보는 시청시간대에 어른들이 어린이를 어른의 시각에서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유도해 제작한다는 점과 △출연 어린이들이 제작진의 촬영과정에서 ‘특별대우’를 받으면서 자칫 사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거나 △어린이가 성장한 뒤 경우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초상권, 인격권 문제와 함께 △전국 어린이들의 TV 시청을 촉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사진=KBS 홈페이지
▲ ‘슈퍼맨이 돌아왔다’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사진=KBS 홈페이지

방심위, 영유아 출연 프로 심의 신청에 ‘문제없다’ 결론, 과학적 연구 결과에 역행 

영유아가 성인 프로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출연 어린이가 한 프로에 장시간 출연하는 것만을 심사대상으로 할 뿐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심의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한 방심위의 내부 방침이 밝혀진 것은 한 시청자가 지난 2019년 9월 ‘슈돌’에 대해 문제제기를 통해서 였다. 이 시청자는 영유아의 성인프로 고정출연에 따른 문제점과 이 프로의 방영으로 출연 영유아가 겪게 될 부정적인 후유증, 전국 어린이의 TV 시청 시간 증가 가능성 등에 대한 심의 신청을 아래와 같이 제기했다.

-- 영유아의 고정출연은 그 폐해가 외국에서 여러 가지로 입증되어 서구 일부 국가에서는 영유아의 tv 고정출연 등을 금하고 있다. 특히 영유아의 정상적 발달을 위해 이들의 TV, 스마트폰 등 스크린미디어에 대한 노출을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해애 한다는 연구결과가 끊임없이 나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슈돌’이 영유아와 그 부모의 TV 시청을 부추기거나 스크린미디어에 대한 경계심을 약화시키는 역기능적 측면이 심각한 것으로 우려된다. 공영TV가 더 이상 이런 프로를 지속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중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

방심위는 이에 대해 2020년 3월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구성과 소재 선정, 편성 등에 관한 사항은 방송법 제4조에 의한 편성권의 일환으로 방송사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바, 방송심의규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영유아 출연 프로의 부정적인 측면, 스크린미디어 경계심 약화시켜

방심위의 이런 결정은 ‘슈돌’ 등의 프로가 갖는 부정적인 측면을 도외시한 것으로 외국의 경우 등을 참고삼아 과학적인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방심위의 이런 결정이후 우연인지 몰라도 일부 지상파, 종편 등이 영유아를 성인 방송시간대에 성인 프로 등장시키는 다수 프로를 방영하고 있다. 이런 기획 의도는 영유아를 ‘소비’해 시청률을 높이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출연 영유아와 전국에서 시청하는 어린이들의 건전한 발달에 역행한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했다. 어린 시절에 갖게 되는 가치관 등이 성장 이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들 프로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슈돌’처럼 유치원 다니기 전후 연령대의 어린이가 생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어린이가 사는 집의 거실 등에 위장 천막 같은 것을 만들어놓고 카메라맨이 촬영을 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는 철없는 어린이에게 인권, 인격권 등 인간관계에 상궤에서 벗어난 인식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출연 어린이에게 실내 촬영기사는 그 존재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자신이 다른 어린이에 비해 특별하다는 식의 인간에 대한 평등 의식에 부정적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

둘째 성인들의 재미를 위한 속임수와 같은 기획 연출이 행해지고 이로 인해 충격을 받거나 잘못된 지식이 주입될 우려가 있다. 일부 프로는 어린이를 골탕 먹이기 위해 어른이 거짓말을 하거나 어린이가 공포심을 느끼도록 만들어 어른들이 보고 즐기게 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들 프로가 전국적으로 방영된다는 점에서 어린이의 가치관 형성 등 교육적 효과를 고민해야 할 것이고 특히 출연한 어린이의 경우 어린 시절의 공포는 평생을 간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고려해 제작방식 등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영유아 언행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부모가 감당하지 못해 전문가 등의 조언으로 정상화된다는 TV프로의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런 프로의 경우 어린이의 잘못된 습관이나 언행을 부모가 바로잡지 못하다가 전문가의 조언으로 정상화된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프로는 시청자들이 마치 드라마를 즐기는 것처럼 기승전결의 틀로 제작하는데서 비롯되는데 어린이의 잘못된 식습관이나 행동 등이 여과 없이 방영되는 것이 자칫 어린이의 학교생활 등에서 주변 비슷한 또래로부터 놀림감이 되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파생시킬 우려가 있다. 먼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에서 대인관계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소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영유아나 어린이는 이혼 남녀가 출연하는 TV프로나 정자 수정을 통한 미혼모의 자녀 출산과 육아 TV프로 또는 오디션 프로에도 등장하는 경우이다. 이는 자녀가 성장이후 초상권 문제에 당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프랑스, 독일 같은 경우 자녀가 부모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SNS에 올린 부모를 제소한 사례도 있다. 보호자와 함께 출연한 미성년자들이 자신들의 어릴 적 사생활이 공개된 것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즉 부모와 방송사의 결정에 의해 자신의 긍정, 부정적 모습이 전국에 방영되면서 성인이 되었을 경우 개인의 명예, 불이익과 관련된 초상권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있다. 또한 외국에서는 정자 수정으로 출생한 미혼모의 자녀는 친족과의 결혼을 방지하기 위해 정자를 제공한 남성의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섯째, 이들 프로가 주는 간접적 효과다. 즉 영유아나 어린 청소년은 TV에 자기들과 동년배가 출연하면 강한 시청욕구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들 프로는 전국 영유아 등의 TV 시청 제한 필요성에 역행하는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가 가정에서 TV를 시청할 때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부모들이 ‘슈돌’ 등을 시청할 때 곁에서 자녀들도 같이 시청하면서 TV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것이다. 영유아나 어린이들은 TV와 같은 스크린미디어를 가급적 적게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과학적 상식이다. 이런 점에서 영유아가 고정출연하는 프로가 방영되고 인기가 높은 것은 TV 등 스크린미디어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의식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영유아의 과도한 스크린미디어가 시청은 유해 – 상업주의 매몰 시각 등 재고해야 

영유아를 등장시킨 이들 성인용 TV프로는, 영유아가 그것을 보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는 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영유아의 스크린 미디어 시청을 금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정면으로 짓밟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적지 않다. 미국소아과학회가 1998년부터 권장하는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 시간 기준을 보면 이런 우려에 근거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즉 이 학회는 만 2세 이하는 TV 등 모든 전자 미디어를 이용하면 안 되고, 만 2-5세는 하루 2시간 이상은 건강을 해친다며 부모가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태블릿 등을 학습용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 등의 TV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이유는 TV의 빛과 영상, 음향이 어린이의 두뇌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육체적 운동이 제한되어 비만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이다.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최근 보호자들이 영유아를 달랠 목적이나 장난감 대용으로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일이 흔히 목격되는데, 이는 영유아의 TV의 무절제한 시청과 함께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성인 오락용으로 다수 영유아가 등장하는 이들 프로에 출연하는 부모의 직업이 대부분 연예인 등으로 일반인의 직업과 달라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 대부분의 가정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 프로에서는 출연한 영유아 가정에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같이 등장하게 된다. 이를 시청하는 전국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자기 부모를 대하게될 것인지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최근 방송사들이 이혼남녀의 일시 동거까지 방영하는 프로나 가혹, 잔인이 극에 달하는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은 좀 더 자극적인 프로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자는 노림수가 발동하거나 경제적 성과 달성 목표에 매몰된 상업주의에 휘둘린 결과이고 영유아 출연 프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지상파와 종편, 공영과 민영방송 가릴 것 없이 성인 오락프로에 영유아를 출연시키거나 국내외 빈곤층 등에 대한 기부를 호소하는 광고에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추세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는 현상 등에 대한 방심위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보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이들 미성년자들이 학교나 사회생활 과정에서 부적절한 인식의 대상이 될 가능성과 인터넷 공간에 장기간 관련 영상이 남아있게 될 경우를 감안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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