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를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글에 조용기 목사의 자녀 법무대리인측이 임시조치를 신청해 대거 삭제·차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임시조치는 게시글에 언급된 당사자에 대한 피해구제 제도라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SLR클럽 이용자 A씨는 지난해 9월 조용기 목사 사망 속보를 전한 게시글 댓글에 “지옥갔다에 100만원 걺”이라고 썼다. 그런데 댓글을 쓰고 3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돌연 해당 게시글이 ‘차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SLR클럽은 A씨에게 보낸 쪽지를 통해 “회원님께서 게시하신 댓글은 게시중단 요청에 따라 임시조치 되었다”고 했다. 게시중단 사유는 명예훼손으로, 해당 댓글에 대해 조용기 목사의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기업/단체로부터 게시중단 요청이 접수됐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A씨가 SLR클럽측과 통화한 결과 ‘조용기 목사 자녀측 법무대리인’이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임시조치 제도는 피해자 권리보호라는 취지와는 달리 기업, 정치인 등에 대한 비판적 게시글을 차단하는 도구로 악용됐다. ⓒiStock
▲ 임시조치 제도는 피해자 권리보호라는 취지와는 달리 기업, 정치인 등에 대한 비판적 게시글을 차단하는 도구로 악용됐다. ⓒiStock

게시글 차단 조치는 ‘임시조치’라는 제도로 인해 이뤄졌다. 임시조치란 특정 게시글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인터넷 사업자에게 ‘게시글 삭제’를 요구하는 조치다. 신고가 있으면 사업자는 게시글을 30일 동안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 이의 신청을 할 경우 검토 후 게시글을 복구할 수 있다. 기간 내에 메시지를 확인 못하는 등의 이유로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다.

A씨는 이후 SLR클럽에 해당 글은 고인에 대한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사자 명예훼손 적용 대상이 아니고, 임시조치는 당사자가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인데 고인의 자녀측은 당사자가 아니기에 자격 요건부터 문제가 있다고 소명했다. A씨는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이용자정책과에 민원을 신청해 고인의 자녀는 임시조치 신청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후 A씨의 게시글은 복구됐다. 그러나 여전히 SLR클럽에는 ‘관리요청 처리로 인해 열람하실 수 없는 댓글입니다’라는 내용이 다수 보인다.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거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 SLR클럽이 A씨에게 보낸 임시조치 관련 안내글
▲ SLR클럽이 A씨에게 보낸 임시조치 관련 안내글

임시조치는 본래 인터넷에서 명예훼손 글이 급속히 확산되는 문제가 있어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러나 공인들이 자신의 평판관리 수단으로 악용해온 문제가 있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지난해 “일일 평균 1250건이 넘는 인터넷 게시글이 차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러한 임시조치는 공적 인물이나 업체 대표에 의하여 요청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과적으로 대체로 공인에 한정된 피해주장자의 권리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SLR클럽의 조용기 목사 관련 게시글 댓글. 여러 댓글이 여전히 차단돼 있다.
▲ SLR클럽의 조용기 목사 관련 게시글 댓글. 여러 댓글이 여전히 차단돼 있다.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SLR클럽 뿐 아니라 뽐뿌 등 다른 커뮤니티에도 이렇게 차단된 글들이 적지 않다”며 “명예훼손이라는 게 허위이든, 사실이든 적용하기에 표현을 조심해야 하는 건 알겠지만 고인에게까지 적용해  언로를 막는 행위가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훼손을 한 것도 아니고 경멸적 감정 표현인 모욕을 한 것만 갖고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같은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면 모든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용기 목사 관련 게시글에 대한 무더기 임시조치 신청은 처음이 아니다. 종교단체인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가 조용기 목사를 비롯한 대형 교회 유명 목사와 장로들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아 집단적인 임시조치 신고를 수년간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조용기 목사 불륜의혹 등에 대한 게시글이 대거 삭제돼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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