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 로지텍한테 화났나? (…) 두 달 연속 로지텍 까이네. 눌러봤더니 같은 기자네. 로지텍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2021년 6월25일 F 커뮤니티 글)
“이 언론사는 로지텍에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 적극, 꾸준히 디스하는 기사는 본 적이 없는데”(2021년 8월26일 D 커뮤니티 글)
“스마트피씨사랑 아는 사람 있나? 기업 이 정도로 까면 고소 안 먹나?(…) 대충 보니까 로지텍에서 광고 안 주고 추가적 불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로지텍 AS XX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여기는 거의 악의적 비방 수준이네.”(2021년 10월5일 D 커뮤니티 글)

지난해 F 커뮤니티와 D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내용은 ‘스마트PC사랑’(이하 PC사랑)이라는 최신 디지털 기기 리뷰 등을 주로 다루는 디지털 매거진이 컴퓨터 주변 기기 제조사인 ‘로지텍’(Logitech)에 대한 악의적 기사를 지속해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PC사랑의 로지텍 관련 기사 제목들. 사진출처=PC사랑 홈페이지 캡쳐. 
▲PC사랑의 로지텍 관련 기사 제목들. 사진출처=PC사랑 홈페이지 캡쳐. 

컴퓨터 주변 기기 리뷰·이슈 등을 보도하는 IT 매체에 속한 다수의 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AS 정책 등 로지텍에서 부정 이슈가 터진 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지속적으로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PC사랑 측은 소비자이자 기자로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보도한 기사라는 입장이다. 

로지텍 관련 PC사랑 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기사 30여 개다. 로지텍 성능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악의적으로 읽힐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된 제목이 다수다. 이를 테면, “로지텍 왜 사?”, “로지텍 굴욕”, “로지텍 완패”, “로지텍 종특”, “구매 전 다시 생각해보자” 등 제목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PC사랑에서 지난해부터 게재한 로지텍 기사 제목 중 일부다.  

“로지텍 왜 사? 로지텍의 대안이 나왔다”(2021년 5월27일) 
“로지텍의 굴욕! 로지텍이 6배나 느리다고?”(6월25일)
“로지텍의 완패? 로지텍 vs 커세어”(8월6일) 
“로지텍은 블루투스가 안된다고? 로지텍 vs 스틸시리즈”(8월6일)
“30만원짜리 키보드 키캡이 깨지면 해외직구밖에 없는 해결책, 전화번호도 잘못 기재한 로지텍의 막장 AS”(8월17일)
“로지텍 할인? 충동구매는 금물! 구매 전 다시 생각해보자”(8월24일)
“로지텍 종특? 더블클릭 스트레스로부터 해방!”(8월26일)
“로지텍 G913보다 훨씬 좋다? 로지텍 비켜!”(9월2일)
“로지텍의 나몰라라 AS정책”(9월3일)
“소비자 농락하는 로지텍의 말장난?”(11월9일)
“17일이 지나도 재고가 가득? 약빨 떨어지기 시작한 로지텍 럭키박스”(11월17일)
“레이저 압승! 레이저 vs 로지텍”(12월1일)
“겉모습만 그럴듯한 함정판 로지텍 G 리그 오브레전드 에디션”(12월8일) 
“아직도 고무 케이블 사용하는 로지텍 최신 마우스”(12월9일)
“30만원 키보드 키캡 하나라도 빠지면 유상AS조차 불가, 커뮤니티서 화제된 로지텍의 막장 AS”(12월13일)
“굳이 로지텍 무선 키보드? 로지텍 대체 무선 게이밍 키보드 4종 살펴보기”(12월23일)

로지텍 홍보 측 “왜 이러는지 몰라 답답할 따름”

로지텍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한 매체가 수개월째 로지텍에 안 좋은 기사를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의도로 로지텍 브랜드를 저해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하는지, 우리도 이유를 몰라 답답할 따름이다. 이 기사들로 인해 소비자의 그릇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PC사랑은) 타 브랜드와의 비교 기사에서 로지텍을 명시해 ‘왜 사?’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사용했다. 타 브랜드는 장점 위주로, 로지텍은 단점 위주로 기사를 전개하며 ‘완패’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며 “그 외에도 ‘약빨 떨어졌다’는 표현 등 자극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고 답했다. 

타 IT매체 기자들 “소비자 불만은 있지만 정도 지나쳐”

업계 관계자들은 로지텍에 AS에 관한 부정적 이슈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PC사랑 보도는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한 IT 매체의 A 대표는 4일 통화에서 “로지텍이 그렇게까지 비판 받을 만한 이슈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사가 악의적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매체 B 기자는 “부속 기기 리뷰에 불만은 항상 있는 일이지만 이 정도로 자주 쓰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IT매체 C 기자는 “PC사랑 기사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제품 완성도나 시장 점유율, 입지를 따져봐도 이렇게까지 부정 평가할 정도로 품질이 안 좋은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로지텍 제품이 타 브랜드와 비교해 고가이고, AS에 불만이 있는 소비자가 일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제품 완성도 측면에서 로지텍을 따라갈 브랜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로지텍 홈페이지 캡쳐. 
▲로지텍 홈페이지 캡쳐. 

PC사랑 기자가 로지텍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맞는 말도 있다”는 반응과 함께 “협찬을 안 줬나 보다”, “광고 넣으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본사를 스위스에 두고 있는 로지텍은 한국 대행사가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IT 매체에 적극적 협찬이나 광고를 하는 기업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지텍은 매체에 협찬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찬을 받으려 해도 이 정도로 (비판)하는 매체는 드물다. 오히려 (PC사랑이) 대행사 등과 관계가 안 좋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PC사랑 측 “로지텍 AS 고질적 문제, 문제의식 있어”

PC사랑 측은 협찬이나 광고를 노린 기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비자이자 기자로서 문제의식을 느껴 작성한 기사라는 것.

로지텍 관련 기사를 주도적으로 써온 PC사랑의 기자는 3일 통화에서 “로지텍의 AS에 관해 비판 기사를 많이 썼는데, 보면 볼수록 말이 안 되는 것이 많았다”며  “키보드의 경우 비싼 제품이 29만 원인데 AS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있었고, 이 글은 조회 수가 10만이 넘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사례가 많아 기사를 썼는데 홍보대행사는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우리가 협찬을 받으려고 했다면 이렇게 계속적으로, 세게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로지텍에 광고 제안서를 보낸 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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