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바뀔 것 같다.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교과 개설이나 시설 지원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7일 ‘기후위기 극복 및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학교 기후·환경교육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모든 교과목에 생태전환교육을 도입하고 ‘에코스쿨’이나 ‘신재생에너지 미래학교’ 건립 등 학교 시설이 지역의 탄소중립 활동 거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말만 무성한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학교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폐암 유발 ‘요리 매연’에 노출된 학교 급식실부터 손 봐야 한다. 혹시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는데 폐암에 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들어본 적 있는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는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와 초미세먼지 등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역학 조사에서는 요리를 자주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3.4∼8배나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면 한꺼번에 수백 명 분의 급식을 조리하는 급식실 상황은 어떨까?

“급식실 노동자는 ‘죽지 않고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금 급식실은 신규채용이 없습니다. 죽음의 급식실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16년째 급식실에서 일해온 조리사 박화자씨의 말이다. 노조 간부인 그녀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의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이 겪은 조리 환경을 이렇게 말했다.

“전을 부치다가 가스냄새가 심해서 어지롭고 머리가 아파도 ‘아무 이상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200도 넘는 튀김솥 앞에서 두 시간 넘게 튀김을 할 때 기름 냄새에 목이 아프고 어지러우면 잠시 물러나 앉았다 찬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튀김 솥 앞으로 갔습니다. 청소할 때 쓰는 약품에 살이 녹아내리거나 구역질이 나와도 깨끗이 닦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그렇게 인체에 유해한 약품과 요리매연에 노출돼 일하던 수원의 17년차 조리사 한 분이 쓰러졌다. 폐암이었고 1년 후 돌아가셨다. 3년 후에야 업무상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알고 봤더니 그녀가 일한 학교급식실의 후드 공조기는 1년 넘게 고장 나 있었다.

▲ 2021년 12월2일 오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급식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21년 12월2일 오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급식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드는 사람으로 치면 호흡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박화자씨는 후드가 고장 나있거나 용량이 달리는지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전수조사를 해 줄 것을 노조 차원에서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파주 의료원과 함께 8개 학교의 후드 공조기 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후드가 아예 고장 난 곳이 두 군데였고 8개 학교 모두 조리사들이 일하는 지점에서 후드 풍속이 기준치 이하로 낮게 나왔습니다.”

전국적으로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산재신청은 계속 늘고 있다. 2021년 12월13일 현재 총 43명이 신청해 15명이 인정받고 28명이 심사를 받고 있다. 아예 신청조차 못한 분이 더 많다는 게 노조측의 설명이다.

“조리하는 분들만 문제가 아니라 연결된 공간에서 밥을 먹는 학생들과 선생님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급식실에서 엄청난 초미세먼지가 나오니까요.”

이 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의 말이다. 그녀는 미국의 뉴욕시나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요리 매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에 기반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환기시설을 테스트하며 고기를 며칠 간 계속 굽는데 굽는 고기값만 2천만원 가량 쓴답니다. 그런 테스트를 통과한 시설을 인증해 시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거죠.”

학교급식은 탄소중립에 있어 중요한 ‘밥상머리 교육’이다. 내가 먹는 한 끼 밥에 들어가는 식재료나 기름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GMO(유전자 변형 작물)인지, 고기 반찬을 먹기위해 얼마나 많은 물과 곡물이 소요되는지, 오늘 나온 튀김요리를 만들기 위해 조리실에서는 얼마나 많은 요리 매연이 나오는지, 함께 고민하며 방법을 찾는 살아있는 교육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탁상머리 교육이 되지 않도록 지역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언론이 유심히 챙겨볼 현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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