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국장단이 신입기자 채용면접에서 연합뉴스 포털 제재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연합뉴스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는 내부 문제제기가 나왔다. 지원자 외모나 나이와 관련해 부적절한 질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TV 기자들은 임원진에 연합뉴스TV 보도책임자 임면동의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기자협회 연합뉴스TV지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연합뉴스TV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휘청이고 있다”며 보도 독립성·공정성 보장을 위한 운영 방안과 보도책임자 임면동의제 마련을 요구했다. 연합뉴스TV지회가 회사를 상대로 성명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는 연합뉴스TV 지분 28%을 지닌 대주주이자 관계사로, 성기홍 사장은 현재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연합뉴스TV는 지난달 28일 신입기자 채용을 위한 카메라테스트와 실무면접을 진행했다. 연합뉴스TV지회에 따르면 맹찬형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은 이날 면접 지원자에게 “포털에서 배제됐다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복구된 연합뉴스 기사를 본 적 있는지” “연합뉴스의 팩트체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연합뉴스에 입사하고 싶은 적은 없었는지” 등 질문을 했다.

노효동 보도국 부국장은 “KBS가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를 비판한 적 있다. 우리가 포털에서 배제 조치를 받고 다시 복구되는 결정을 받았는데 그 사안에 대한 이해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를 두고 연합뉴스TV지회는 “TV 보도책임자들의 위치에서 나왔다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며, ‘우리’는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 로고
▲연합뉴스·연합뉴스TV 로고

연합뉴스TV지회에 따르면 면접에선 지원자의 외모나 나이를 지적하거나 학력에 대해 묻는 부적절한 질문도 나왔다. 해당 면접장엔 맹 국장과 노효동·문승재 부국장이 면접관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맹 국장은 연합뉴스 기자 출신이며, 노 부국장은 현재 연합뉴스 소속으로 연합뉴스TV에 파견돼 근무 중이다.

연합뉴스TV지회는 “앞서 보도국장이 진행한 대선주자 인터뷰는 자사 전파를 이용해 연합뉴스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비판을 샀다”며 “연합뉴스의 포털 퇴출과 가처분 승소 소식이 통신 파견 기자들에 의해 작성되고 과도한 비중으로 방송됐다는 내부 지적도 있었다”고 했다. 연합뉴스TV 기자들에 따르면 연합뉴스TV는 대선후보들이 포털의 연합뉴스 제재를 비판하는 언급이나 연합뉴스의 포털 제재 가처분 승소 등 연합뉴스에 유리한 단신 기사를 주요 헤드라인 이슈로 소개했다.

연합뉴스TV지회는 “노조의 관련 규탄이 있은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신입기자 채용 과정에서 이 같은 언행이 전해진 데 연합뉴스TV 기자들은 강한 유감”이라면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지회는 연합뉴스TV 임원진과 국장단에 “사과와 더불어 연합뉴스TV의 보도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한 운영 방안”을 요구했다.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2017년부터 연합뉴스TV 운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사장 분리 △광고 대행 금지 △직원 파견 해소 등을 권고·부과했지만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맹찬형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 지난달 1일 개국 10주년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대담에서 “포털의 언론시장 왜곡”에 대해 질문한 뒤 두 후보가 대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맹찬형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 지난달 1일 개국 10주년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대담에서 “포털의 언론시장 왜곡”에 대해 질문한 뒤 두 후보가 대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기자들은 “임면동의제는 TV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연합뉴스)TV는 현재 경쟁사보다 적은 인원으로 24시간 뉴스를 만들고 있다. 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겸임 사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한 언제까지 ‘도움이 필요하다’는 명분에 갇혀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날 성명엔 연합뉴스TV 소속 기자 85명이 참여했다.

한 연합뉴스TV 기자는 “성기홍 전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 사장이 된다고 했을 때 기대했다. 3년 간 보도국을 이끌며 기자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사장 취임도 하기 전에 포털에 (노출) 금지된 연합뉴스 기사를 TV로 우회송고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 취임 뒤 내부 갈등이 곪아가는 상황에서 성 사장이 연합뉴스TV가 아닌 연합뉴스의 사장 역할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맹찬형 국장은 통화에서 “포털 제재가 언론 최대 현안이니 기자로서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 관련 질문엔 “지원자가 팩트체크 보도에 의지를 보였는데 연합뉴스TV엔 관련 코너가 없어 연합뉴스 것을 질문했다”고 했고 연합뉴스 입사 의향을 물은 데에는 “연합뉴스TV를 통신사와 헷갈리는 것 같아 지적하는 차원에서 물었다”고 답했다.

맹 국장은 “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했기에 이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더 대화하고 설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원자 능력과 무관한 질문을 했다는 지적에는 “실제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질문들”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