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 ‘돈 룩 업’에 관한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순위를 보여주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2021년 마지막주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돈 룩 업은 미국의 영화 감독이자 작가인 애덤 맥케이(Adam McKay)가 만든 블랙 코미디 영화다. 애덤 맥케이는 이른바 예능 출신 감독으로 미국 Saturday Night Live(SNL)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4년 ‘앵커맨’이라는 영화로 데뷔했다. 이후 ‘빅쇼트’, ‘바이스’ 등의 영화로 알려졌다.

애덤 맥케이는 SNL 작가 출신인 만큼 정치 풍자나 현대 사회의 재미있는 현상을 꼬집는 블랙코미디 영상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돈 룩 업’의 경우도 “긴 SNL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이 있기도 할 정도로 재미있고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풍자를 보여준다. 돈 룩 업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 존재를 발견한 대학원 박사과정 출신과 교수인 두 천문학자가 임박한 재앙을 전 인류에 경고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미디어, 대중을 향한 뼈를 때리는 풍자가 곳곳에서 전개된다. 특히 최근 미디어 환경을 잘보여주는 몇가지 장면을 짚어봤다.

▲ 지구에서 혜성이 보이는 정도가 되자 두 천문학자들은 영상을 찍어 혜성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이 영상을 통해 ‘룩 업’이라는 시위가 시작된다. 영화 ‘돈 룩 업’ 일부.
▲ 지구에서 혜성이 보이는 정도가 되자 두 천문학자들은 영상을 찍어 혜성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이 영상을 통해 ‘룩 업’이라는 시위가 시작된다. 영화 ‘돈 룩 업’ 일부.

 

 

▲넷플릭스 ‘돈 룩 업’ 영화 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넷플릭스 ‘돈 룩 업’ 영화 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1. 미디어와 변호사는 절대 뗄 수 없는 관계다.

곧 지구와 충돌할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과 대학원생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역)와 천문학자 민디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알리려 백악관에 가지만 백악관은 중간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대응하지 않는다. 이에 또다른 천문학자인 오글소프 박사(롭 모건)는 “언론에 이야기하자”며 유명 매체를 찾아간다. ‘뉴욕 헤럴드’라는 매체에서 두 천문학자 이야기를 듣고 기사화를 결정하고 “변호사를 붙여주겠다”고 말한다. 여기에 민디 교수를 연기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극렬하게 화를 내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는 “아니, 우리가 본 걸 그대로 사람들한테 전달하는 게 어떻게 죄가 돼요?”라고 말한다. 뉴욕 헤럴드 언론인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민디 교수를 보며 “미디어 트레이닝이 필요하겠네요”라고 말한다. 언론 보도가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법적 논쟁으로 넘어가는 것은 이제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지는 모습을 짚었다.

2.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연예인 사생활이 더 큰 관심사

백악관에서 시원찮은 반응을 얻고, 언론에 먼저 혜성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기로 한 두 천문학자들은, ‘데일리 립’이라는 시사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다. 뉴욕 헤럴드 기사가 노출되는 것과 함께, 뉴욕 헤럴드 측은 대중 반응을 체크하려고 인기있는 방송 토크쇼에 천문학자들을 출연시킨다. 천문학자는 유명한 연예인의 뒷순서로 출연하게 되는데 이 연예인은 최근 결별 소식으로 ‘핫’한 연예인이다. 이별 소식으로 핫해진 연예인은 해당 쇼에 나와 이별한 전 남자친구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고, 전 남자친구는 깜짝 영상을 보내오며 둘은 재결합한다. 전 남자친구를 섭외한 시사 토크쇼는 이렇게 자랑한다. “역시 우리 제작진이야.” 예상대로 천문학자들 이야기는 인기가 없었고 연예인 재결합 소식은 뜨거운 화제를 모은다.

▲유명 토크쇼 ‘데일리 립’은 두 MC가 진행하는 토크쇼. 심각한 소식도 재미있게 전해 인기인 프로다. 영화 ‘돈 룩 업’ 중 일부. 
▲유명 토크쇼 ‘데일리 립’은 두 MC가 진행하는 토크쇼. 심각한 소식도 재미있게 전해 인기인 프로다. 영화 ‘돈 룩 업’ 중 일부. 

3. 그 누구든 ‘밈’이 되고 ‘조롱거리’가 된다.

천문학자들의 ‘데일리 립’ 출연이 아주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혜성을 직접 발견한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역)는 데일리 립에서 두 우스꽝스러운 MC들의 반응에 ‘급발진’을 하고 만다. 생방송 중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습게 여기는 MC들에게 “아니, 지금 제 말이 어렵나요? 지구 전체가 파괴될 거라고요!”라고 소리친다. 이에 MC들은 “여기선 나쁜 소식도 가볍게 다뤄요”라고 맞받아친다. 이에 디비아스키는 “지구 전체가 파괴된다는 소식은 재밌으면 안 되는 거예요. 무섭고, 불편해야 할 소식이라구요! 울어야 한다고요! 우리 모두 뒈진다잖아요!”라고 화를 내며 나가버린다. 그렇게 생방송은 끝이 난다. 그 다음날, 디비아스키는 인터넷 ‘밈’이 돼 온갖 웃긴 사진에 얼굴이 합성되는 꼴을 당한다.

4. 그 누구든 호감을 얻었다면 일약 스타가 된다.

디비아스키가 인터넷 ‘밈’이 된 반면, 민디 교수는 ‘섹시한 과학자’로 분류되며 인기를 얻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민디교수를 연기한 만큼 잘 어울리는 설정이다. 그는 트위터 등을 통해 인기 스타가 되며 디비아스키와는 달리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스타가 된다.

5. ‘밈’이 되든 ‘스타’가 되든 미디어 재료가 된다.

민디 교수만 방송에 자주 출연한 것은 아니었다. ‘급발진’ 밈이 돼버린 디비아스키는 그의 기자인 남자친구에 의해 기사화되기도 한다. 취재 내용이 있는 기사도 아니었다. 그 기사 제목은 “우리 다 죽을 거라던 미친 여자있죠? 나랑 잤어요”라는 제목이었다.

▲ 기자인 전 남자친구에 의해 미디어 재료가 돼버린 천문학자. 영화 ‘돈 룩 업’ 중 일부. 
▲ 기자인 전 남자친구에 의해 미디어 재료가 돼버린 천문학자. 영화 ‘돈 룩 업’ 중 일부. 

6. 해쉬태그와 챌린지, 찬반 시위로 뒤덮인 세상

디비아스키와 민디 교수 설득과 다양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뒤따르며 결국 정부는 혜성 궤도를 바꾸는 시도를 하게 된다. 궤도를 바꾸는 발사체를 발사하는 날 수많은 미디어가 이를 보도한다. 또 수많은 대중은 해쉬태그를 붙인 ‘LaunchChallenge’(발사 챌린지)를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혜성이 점점 다가왔을 시 지구에서도 혜성이 보일 정도가 된다. 이때 민디 교수와 디비아스키는 위를 보라고하면서 ‘룩 업’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또 ‘룩업’을 넣은 해쉬태그와 틱톡 비디오 등을 만들어 공유한다.

반면 혜성 궤도를 변경시키지 않기로 한 정부와 거대 정보기술 기업 배쉬의 CEO 이셔웰(마크 라이런스)은 천문학자 세력을 반대하며 ‘돈 룩 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친정부 대중은 ‘돈 룩 업’ 시위에 참여하고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세력은 ‘룩 업’ 시위를 주도해간다.

7. 진실보다 정치이념과 ‘기분나쁨’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민디 교수는 여전히 낄낄대는 데일리 립 MC들을 향해 소리치고 화를 낸다. 그리고 마지막엔 “누군가는 이 말도 듣지 않겠죠. 자신들의 정치 이념이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혜성이 지구를 향해 온다는 것과 정치 이념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정치 이념에 따라 혜성 존재를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편, 혜성이 위험하지 않다는 시위를 하고 있는 정부 측은 이렇게 말한다. “천문학자들이 저렇게 말하는 것은 여러분이 두려워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룩 업’을 말하면서 우리들을 깔보고 있다.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것이다”라고. 진실을 말하는 편을 ‘재수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 진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 진실을 가리려는 정부 측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재수없는 사람들’이라고 칭하면서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모은다. 영화 ‘돈 룩 업’ 일부. 
▲ 진실을 가리려는 정부 측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재수없는 사람들’이라고 칭하면서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모은다. 영화 ‘돈 룩 업’ 일부. 

결국 영화가 꼬집고 싶은 핵심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입에서 나오는 듯하다. 절규하는 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즐거운 척 좀 그만해요. 미안한데 모든 대화를 재치있고 매력적이고 호감있게 할 순 없어요.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해요. 거대한 혜성이 지구에 오는 이유는 내가 봤기 때문이에요.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요. 혜성이 오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요. 이 정도 최소한의 합의도 못하고 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어떻게 고치죠?”

진실을 알기보다 정치적 이념과 주장에서 느끼는 ‘기분’으로 진실을 선택하는 사람들. 이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이들은 민디교수처럼, 깔깔깔 웃는 사람들 속에서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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