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전문 매체 ‘인벤’이 진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서면 인터뷰가 후보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실무자 선에서 작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후보 인터뷰가 후보에 보고도 되지 않은 채 ‘윤석열’ 이름으로 나가고 있는 것.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윤 후보가 전날 인벤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유하고선 “윤 후보 이름으로 나간 게임 정책 인터뷰는 윤 후보에게 보고도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나는 어제(1일) 저녁 (게임 정책을 주제로 한 인벤) 인터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인터뷰가 청년 지지율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그 직후 그 인터뷰는 후보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후보 동의도 받지 않은 인터뷰 답변이 후보 이름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내 게임 전문 매체 ‘인벤’이 진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서면 인터뷰가 후보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실무자 선에서 작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후보 인터뷰가 후보에 보고도 되지 않은 채 ‘윤석열’ 이름으로 나가고 있는 것. 사진=인벤 인터뷰 화면 갈무리
▲ 국내 게임 전문 매체 ‘인벤’이 진행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서면 인터뷰가 후보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실무자 선에서 작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후보 인터뷰가 후보에 보고도 되지 않은 채 ‘윤석열’ 이름으로 나가고 있는 것. 사진=인벤 인터뷰 화면 갈무리

하 의원은 “국민의힘 선대위는 당대표뿐만 아니라 후보조차 패싱하고 있는 것”이라며 “게임은 2030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슈다. 이런 큰 문제를 당내 게임 전문 의원과 협의도 하지 않고 심지어 후보 본인도 모른 채 후보 이름으로 내는 현재 선대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보 패싱한 관계자를 찾아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일자 한겨레를 보면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게임 잡지사에서 서면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후보가 정책본부로 넘겼고 정책본부에서 잡지사에 바로 보냈다”며 “후보가 그걸 모르는 사이 후보 뜻과 다르게 나간 게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서면 인터뷰를 후보가 다 확인하지 못하는데 게이트키핑이 안 됐다”며 “후보를 패싱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윤 후보의 인벤 인터뷰는 크게 두 가지 대목에서 게임 유저 사이 논란을 불렀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 “기업으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영업비밀 공개 의무화 등의 강력한 규제도 무조건 능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는데,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이 심해 도박형 모델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실상 복권과 같은 개념이다. 게임 유저들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 유저가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사면, 복권에서의 확률처럼 아이템 등급이 무작위로 나뉜다. 고가의 아이템을 뽑을 수도 있지만 거액을 주고도 ‘꽝’ 아이템을 뽑을 수 있다. 물론, 후자의 확률이 당연 더 높다. 게임 기업들은 “아이템 확률은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모두 공개할 수 없다”며 “기업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다.

윤 후보는 이 이슈에서 기업 손을 든 것으로 비쳤는데,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같은 인터뷰에서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추진하고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구성 확률과 기댓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윤 후보는 또 ‘게임이용장애 국내 질병코드화’에 대해 “게임을 포함한 모든 문화콘텐츠들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진흥과 규제를 적절하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게임중독은 질병이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는 같은 주제에 대해 “게임이용 장애가 타 질병과 실제 같은 선상에서 분류될 수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 의원은 윤 후보 인터뷰 내용에 대해 “몇몇 답변이 게이머보단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져 게이머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확률형 아이템은 국회서도 정부 규제 강화로 입장을 모아놨다. 이런 분위기에 반하는 입장을 낸다면 청년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프로게이머 출신인 황희두 민주연구원 이사는 2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법제화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가 게임 유저들의 ‘역풍’을 맞고 철회한 바 있다”며 “윤 후보는 그때와 비슷하게 기업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셈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판했다. 

황 이사는 “하 의원은 이번 인터뷰가 ‘윤석열 패싱’ 결과라고 했는데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기 아닌가”라며 “하 의원 폭로로 윤석열 후보의 대리 인터뷰 실상이 드러났다. 인벤은 사실상 윤 후보에게 물을 먹은 셈 아닌가. 인터뷰에 윤 후보의 본심이 담겼다고 생각했던 게임 유저나 게임 업계는 뭐가 되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황 이사는 “이재명 후보도 게임 산업 지식과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그래도 많이 들으려 하고 배우고자 하는 이 후보 모습을 게임 유저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윤석열 페이스북

윤 후보는 논란을 의식한 듯 2일 오후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며 “기성세대의 게임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 결과 일부에서는 게임중독을 우려해 질병으로 분류하고 ‘셧다운제’를 통해 강제적 개입을 하는 시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어 “정부간섭은 최소화하고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의 창의와 혁신에 맡겨야 한다”며 “다만 확률형 아이템의 불투명성과 같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서는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게이머들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리 인터뷰 논란을 부른 인벤 인터뷰 때와는 입장이 다소 달라진 것. 

그는 “게임은 결코 질병이 아니다”라며 “지나친 사행성이 우려되는 부분 이외에는 게임에 대한 구시대적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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