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폐지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논란이 불거진 광주MBC가 신설 프로그램에 기존 제작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고용 지속성 및 업무·보수 상당성 요구에 사측이 확답을 피하고 있다면서 “결국 포기하거나 나가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광주MBC 라디오 ‘황동현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의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이달 초 프로그램 폐지, 사실상 ‘해고’를 통보 받았다며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당시 12월31일자로 계획됐던 ‘시선집중’ 폐지는 내달 7일로 확정됐고, 10일부터 ‘시사인터뷰 오늘’이 편성된다.

지난 12일 ‘시선집중’ 스태프들 입장문으로 사태가 알려진 가운데, 광주MBC 사측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그램 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시사인터뷰 오늘’의 제작 스태프 업무를 “지속하는 방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광주MBC는 “‘시사인터뷰 오늘’은 매일 20분의 라디오 방송 이후 주 3회 안팎의 유튜브 전용 콘텐츠 제작도 병행할 예정”이라며 “기존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들과 함께 라디오와 유튜브 라이브, 영상 콘텐츠 제작으로 광주전남 지역의 이슈를 좀더 많은 시청취자들에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주MBC는 이어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은 10월부터 라디오 담당PD들과 수차례 논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된 것”이라 덧붙였다.

▲12월28일 광주MBC 앞에서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주최측 제공
▲12월28일 광주MBC 앞에서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주최측 제공

그러나 정작 스태프들과 면담에서는 고용 및 업무·보수 유지에 대한 확답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이 ‘아나운서와 리포터의 일자리는 알아볼 것이나, 결국 실무 PD와의 협의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스태프들은 “‘아침 신설 프로그램 20분과 유튜브 업무’에 15년 차 작가, 4년 차 작가 2명을 투입하겠다, 보수 수준은 현재보다 낮을 수 있다’는 건 결국 나중에 한 명이 포기하거나 싫은 사람이 나가라는 뜻으로 판단된다”면서 “프리랜서 작가 내부의 분열을 부르는 을과 을이 대립하게 만드는 최악의 대안”이라는 주장했다.

이들은 “프리랜서 처우에 대한 고민은 프로그램 개편 논의가 있었다는 10월부터 이미 동시에 이루어져 왔어야 한다. (사측 제안은) 기자회견과 사장 면담만을 막고자 하는 진정성 없는 임시방편”이라며 “우리는 현재 수준의 업무량과 보수가 유지되는 명확한 대안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광주MBC는 지속적인 노력을 취해왔다는 입장이다. 광주MBC는 29일 지난 면담과 관련해 “(비정규직 스태프) 네 명 모두에게 신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인터뷰 오늘’ 스태프로 참여를 요청했다. TV 출연 중인 이들은 TV 업무도 계속 하도록 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29일 면담에서도) 신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뿐 아니라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 등에서도 제작스태프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제안할 예정”이라 밝혔다.

28개 시민단체 ‘시민사회모임’ 결성 “해고 철회, 고용보장”

‘비정규직 해고’ 반대를 촉구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하 ‘시민사회모임’)을 결성했다. 광주청년유니온,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정당 등 28곳이 모인 시민사회모임은 28일 광주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철회와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오는 31일엔 김낙곤 광주MBC 사장과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현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황동현의 시선집중에서 오늘(28일) 아침 민주노총과 집중 인터뷰를 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거다. 일주일 전 광주청년유니온 인터뷰 했는데 청년 비정규직과 프리랜서가 사회에 여전하다는 주제였다”며 “그 인터뷰는 광주MBC 비정규직 작가들이 섭외하고 질문을 만든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광주MBC를 향해 “공영방송으로서 사회 모순을 줄여가기에도 역할이 부족한데, 모순 자체를 끌어안고 있는 거 아닌가. 사회변화를 앞장서서 막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12월28일 광주MBC 앞에서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주최측 제공
▲12월28일 광주MBC 앞에서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주최측 제공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열악한 방송제작환경을 폭로하며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들 고 이한빛PD, 이후 고 이재학 PD의 죽음과 대전MBC, 대구MBC 등 지역 방송사에서 이어진 비정규직 해고 사태를 일일이 언급한 뒤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광주에서 공영방송인 광주MBC가 퇴행적인 프로그램 폐지와 스태프들 부당해고를 획책하다니 시민사회와 광주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한별 방송작가지부장은 “여러 프로그램의 폐지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정리해고로도 볼 수 있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이런 해고를 할 때 근로자 귀책사유도 없이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은 당연히 지키지 않았다. 명백한 부당해고”라며 “정의, 인권, 노동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방송사 내부 비정규직 문제는 보도하지 않는 방송사, 이 말도 안되는 방송 권력에 맞설 힘은 오로지 연대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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